[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04] 과이불개(過而不改)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04] 과이불개(過而不改)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12.27 0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2022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달력이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면서 빠른 시간의 흐름에 한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올해의 남은 날들을 손으로 꼽을 정도로 세밑에 다가가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이 되면 교수들이 한 해를 돌아보고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가 궁금해진다. 한국 사회의 지성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과연 한 해를 어떻게 집약해서 표현할지 관심이 가기 때문이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2001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가 한 해를 보내면서 한자 한 글자로 정리해 발표하는 것을 따라 우리나라 교수신문 편집회의에서 우리도 한 해를 정리하는 작업을 해보자고 의견을 모아 시작했다고 한다.

올해 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이다. 
즉,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이 말은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에 나오는 표현으로 공자가 ‘과이불개(過而不改) 시위과의(是謂過矣)’라고 한 말의 앞 문장이다. 이 말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잘못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말을 추천한 여주대 박현모 교수는 “여야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야당 탄압’이라고 말하고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하면서 이 문장을 추천한 이유를 밝혔다. 

잘못을 저지르면 인정해야 겸허해지면서 반성할 수 있고, 반성할 줄 알아야 잘못을 고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잘못을 저지르고도 인정하지 않으니 당연히 고치려는 생각이 들 수가 없다. 따라서 ‘과이불개’라는 말 속에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으려는 이유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원인이 내포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과이불개’라는 말은 2020년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아시타비’(我是他非) 즉,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라는 문장과 연결되어 있다.

사실 ‘아시타비’라는 사자성어는 고사에서 유래한 한자 성어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쓰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신조어를 한자로 옮겨 만든 말이다. 

이 말은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면서 서로 비난하고 헐뜯는 세태를 반영하여 선정한 문장이었다. 

그런 쓴소리를 듣고 2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시간이 지난 만큼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더해졌는지 모르겠지만, 사회 정의 및 도덕적 측면에서의 진전은 없었던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

‘과이불개’라는 말은 비단 여야 정치인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 자신도 거울에 비추어 봐야 한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2022년을 보내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혹시라도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남 탓으로 돌리지는 않았는지, 사소한 일이라고 치부해버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요즘 MZ세대들은 한 해를 보내면서 한 해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연말 정산’이 인기라고 한다. 단지 한 해 수입과 지출만을 정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 감정, 생각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정리하고 기록하고 결산하면서 한 해를 정산한다고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성세대들에게도 필요할 것이다. 

내년에는 국내외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 클 거라고 하니 올 한 해 수입 지출에 관한 꼼꼼한 정산과 반성 그리고 새해를 위한 목표와 계획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자신을 돌아보고 혹시 잘못한 점이 있으면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려는 내적인 변화와 발전 또한 필요하다. 

내년에는 과이불개가 아니라 과이필개(過而必改: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고친다) 정신으로 살아서 한 해를 마칠 때 더 이상 쓴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