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직업·창직 찾기-중장년·창업직종 ㉒] 그린장례지도사
[신직업·창직 찾기-중장년·창업직종 ㉒] 그린장례지도사
  • 김윤철 기자
  • 승인 2023.01.02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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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과 매장을 친환경적으로 진행하는 장례지도사
웰다잉 사후 관리에 초점이 맞추어진 신직업
그린장례지도사 인터넷 검색결과 갈무리

[아웃소싱타임스 김윤철 기자] 전통을 중시하는 농경사회에서 산업화사회로 시대가 변하면서 문화의 형태도 변하듯, 국내외 장례문화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시신을 관에 넣어 묘지를 만드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현대에 이르러 국가에서 국토 활용문제로 인해 화장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보니 자연스레 장례는 화장하는 문화가 일반화되었다. 화장문화가 대중화되는 추세를 막을 수는 없지만, 여전히 매장문화를 고수하는 수요는 많다. 하지만 이들 역시 간소한 장례절차를 원하는 경향은 유사하다. 이런 추세에 따라 주목할 직업이 바로 그린장례지도사이다. 그린장례지도사는 영국에서 발생한 직업으로 친환경 장례문화를 표방하며 친환경적이고 간소한 장례문화를 만드는 일을 한다.

■어떤 일을 하나요?
지난달 22일 종영한 드라마 ‘일당백집사’에서 우리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여주인공의 직업 장례지도사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장례지도사란 고인의 마지막 가시는 길인 장례절차에 관해 유족과 상담하고, 장례용품 준비부터 시신관리, 장례식 주관 등 장례에 관한 전반적인 절차를 관리하는 새로운 직업이다.

이에 반해 그린장례지도사는 영국, 미국 등 해외에서 나타난 직업으로, 유족들에게 친환경 장례에 대해 설명하고 장례식과 매장을 친환경적으로 운영한다. 이때 친환경적인 장례물품을 사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린장례(Green Burial)는 자연장(Natural Burial)의 일종으로 ‘죽은 후에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취지로 기존의 무덤이나 묘비 같은 인공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장례 방법 또는 장례주의를 말한다.

대구수목장 전경(사진 제공=한국추모공원협회 블로그)
대구수목장 전경(사진 제공=한국추모공원협회 블로그)

그린장례지도사는 그린장례 방법에 따라 장례절차를 진행한다. 시체에 방부처리를 하지 않으며, 묘비나 석관을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화 한다. 시체를 매장할 때는 관이 묻힐 때 차지하는 비율이 일반 관보다 적도록 한다. 유골을 땅 속에 직접 묻기도 하기 때문에 그린장례식은 집에서도 치를 수 있다.

그린장례지도사는 친환경 그린장례에 대한 홍보와 교육활동을 한다. 그린장례는 방부처리가 필요없고 관이나 묘비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기존 장례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그린장례지도사는 이런 그린장례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를 알리고 교육하는 일도 함께 수행한다.

■해외 현황 : 영국에서 탄생한 독특한 직업
서양에서 말하는 Natural burial, Green burial은 매장(죽은 사람을 땅에 묻는 장례법)과 관련된 개념으로, 20~30년전 영국에서 처음 나타났다. 영국의 그린장례, 일명 Woodland Burial은 묘비를 사용하지 않고 시신에 방부처리를 하지 않으며 자연분해가 쉽도록 매장하는 방식을 말한다. 영국에는 그린장례지도사협회(AGFD : the Association of Green Funeral Directors)가 있으며, 200개 이상의 그린묘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미국에는 그린장례지도사라고 할 만한 직업군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다만 친환경장례위원회 등의 단체를 통해 친환경 장례문화 확산을 위한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시신을 조문객들에게 공개해 추모하는 장례관행에 따라 시신을 방부처리한다. 또 시신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화장을 하기도 한다. 또 매장을 할 때는 콘크리트로 만든 겉관(땅을 파서 1차로 만든 관)을 만들고 그 속에 시신이 들어있는 관을 넣어 묻는다. 이처럼 시신을 방부처리하고 두꺼운 콘크리트로 이중 처리한 관은 시신이 자연으로 환원되는 것을 방해한다. 이에 따라 자연친화적 장례를 치르자는 운동이 미국의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미국, 캐나다, 호주에 사무실을 둔 비영리법인인 친환경장례위원회(GBC : Green Burial Council)는 환경운동가, 과학자, 변호사, 장례서비스 산업 종사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 협회에서는 세계 최초로 묘지, 장례식장, 장례용품 등 세 가지 영역에 대한 표준과 친환경 장례 인증프로그램(Ecocertification Program)을 제정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장례, 묘지, 화장 등에 대한 필요성을 대중에게 홍보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장례비용이 절감되고 자연친화적이라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그린장례를 대행하는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또 자연장 (Natural Burial)을 할 수 있는 그린묘지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에도 그린장례지도사라고 부르는 별도의 직업은 없으나, 친환경 장례문화를 표방한 업체들은 다수 존재한다. 친환경 장례에 대한 조언과 함께 친환경 장례식을 대행하는 업체가 있고, 친환경 장례용품 사용을 표방하는 장례회사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관의 자재를 오동나무나 수입 목재 합판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골판지를 사용해 목재 사용량을 줄이고 합판에 필요한 접착제나 못 같은 금속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등 화장할 때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3분의 1로 억제하고 있다.

연도별 화장률 추이(자료 제공=보건복지브)
연도별 화장률 추이(자료 제공=보건복지부)

■국내 현황 : 화장률이 높아 아직 시장성은 부족한 편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장사방식은 무덤을 만드는 문화로,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1993년에도 화장률이 19.1%에 불과했다. 21세기가 되면서 장례문화에 의식 변화가 일어나면서,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연도별 국내 화장률 추이는 2005년 52.6% → 2011년 71.1%
 → 2015년 80.8% → 2020년 89.9%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화장을 하면 유골만 남게 되어 납골(봉안)당, 납골(봉안)묘 등에 안치하는 경우가 많고, 화장유골의 골분을 바다, 산 등의 자연에 뿌리는 경우(산골)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친환경 장례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면서 그린장례와 유사한 개념인 자연장 사례가 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연장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수목, 잔디, 화초 등의 주변이나 밑에 묻는 것을 말하며, 기본적으로 시신을 화장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자연장의 일종인 수목장도 자연장이 허용된 숲인 수목장림에 고인의 골분을 생분해성 용기에 담아 묻는 형태를 말한다. 수목장은 입지가 좋은 곳에 나무를 심어 가꾸고 그 뿌리 주변에 화장한 고인의 뼛가루를 묻는 방법으로, 보통 나뭇가지 등에 고인의 이름을 새긴 나무패를 걸어 놓는다. 수목장, 잔디장과 같은 새로운 장례문화가 주목을 받게 됨에 따라 서울시를 비롯한 시군의 공설 장사시설(시립묘지 등) 내에 자연장지 구역이 2014년 9월 기준 전국에 37개소가 설치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장사정책은 매장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토지의 활용문제로 인해 2001년 이후부터 화장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시신을 묻는 장사방식은 줄어드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덤문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그럴수록 장례비용을 줄이면서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그린장례방식을 원하는 수요가 생기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그린장례지도사에 해당하는 국가자격이나 직업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린장례지도사는 그린장례를 지향하는 장례지도사로서 기존의 장례지도사 업무에서 세분화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준비과정은 기존의 장례지도사와 유사하다.

장례지도사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 및 대학교에 장례 관련 학과를 졸업하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경험이 많은 숙련된 장례지도사의 보조로 근무하면서 업무 노하우를 익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장례문화가 발달하면서 각종 장례 행정절차나 시신 위생처리 등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필요성에 따라 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진출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외에 평생교육원 등 사설교육기관에 개설된 장례지도 과정을 수강하거나 4~5년 정도 장례 관련 실무경험을 쌓은 후에 장례지도사로 진출하기도 한다.

관련 학과로는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서라벌대학교 장례서비스경영과, 대전보건대학교 장례지도과,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장례행정복지과, 창원문성대학교 사회복지장례과(야간) 등이 있다. 관련 학과에서 친환경 그린장례 관련 교과목 등을 통해 그린장례 개념을 공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린장례에 대한 관심과 적용하고자 하는 열정이 필요하다.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홈페이지 갈무리

관련 자격으로는 장례지도사 국가자격이 있다. 자격증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격증 소지자의 취업이 더 유리한 편이다.

장례지도사는 일반적으로 종합병원 장례식장, 전문 장의업체, 상조회사, 장사시설(화장시설, 납골당) 등에 취업하며, 장례용품 판매업체, 화환용품 판매업체, 이장 용역업체 등에 취업하기도 한다. 또 실무경험을 쌓은 후 직접 장의업체를 창업할 수 있다.

한편 그린장례지도사는 일본의 사례와 유사하게 친환경 장례문화를 표방하는 장례회사 또는 장례용품 업체로 진출하거나 창업을 하면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친환경 그린장례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화장방식에 비해 비싼 매장 장례비용(평균 1천만 원 이상, 비공식 통계)을 치러야 하는 수요자들은 장례비용이 적고 친환경적인 그린장례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면서, “아직 국내에 존재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일본의 사례처럼 친환경 장례용품을 사용하거나 그린장례업을 표방하는 업체를 창업하는 방식으로 그린장례지도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적합한 사람 : 장례 관련 전공을 하거나 유사 분야 경험이 있는 자로 그린장례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필요한 자격 : 직접적인 자격증은 없으나 장례지도사 국가자격이 있으면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된다.

▲필요한 공부 : 장례지도 전반에 대한 지식을 기본으로 그린장례 방식과 문화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자격증 준비 : 그린장례 관련 교육과정은 아직 개설된 곳이 없다. 대학의 장례지도 관련 학과에서 특정 교과목을 통해 접할 수 있다.

▲활동영역 및 진출분야 : 친환경 장례문화를 표방하는 장례회사 또는 장례용품 업체로 진출하거나 창업을 하면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사단법인 직업상담협회 신의수 이사에 따르면, “그린장례지도사는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웰다잉(Well-Dying), 즉 사후(死後) 관리에 초점이 맞추어진 신직업이다. 한정된 우리나라의 토지면적에 따른 과거 묘지 매장문화의 대체 수요로 수목장, 납골당 등 화장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부상한 직업이다.면서, “몇 년 전부터 어르신들 송년모임 등에 등장한 건배사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만 아프고 죽는 것이 행복한 인생)'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도시에 살면서 잘 먹고 잘 사는 웰빙과 곱게 늙어가는 웰에이징과 더불어 이제는 생의 마지막을 품위있게 마무리하는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른바 ‘잘 살고 잘 죽는 법’ 관련 직업으로 그린장례지도사는 앞으로 더 각광받을 직업”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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