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일의 가치가 아니라 파업이나 면허로 보호받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일의 가치가 아니라 파업이나 면허로 보호받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1.1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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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2015년 6월, 파리에서는 대규모 폭력시위가 벌어졌다. 택시운전사들은 우버팝(Uber POP) 차량과 운전자에 대해 강력한 폭력을 행사했다. 수천 대의 택시가 아침부터 파리 공항 주위 차로를 막으며 우버팝의 불법적인 경쟁행위를 성토하였다. 

2015년 10월 우버는 파리 지역에 한해 20%라는 파격적인 가격인하조치를 취했다. 특정 운행방식에 있어서는 25%까지 가격을 낮췄다. 당장 운전자들의 수입이 크게 줄어들 판이었지만, 우버 측은 운전자들에게 이메일 한 통만으로 일방적인 통보를 전했다. 

이틀 뒤, 가격인하 결정에 불만을 품은 수백 명의 우버 운전자들은 파리 시내 주요 지점과 우버의 파리 지점 주위로 모여들었다. 자신들의 고용주도 아니면서 마음대로 가격을 결정하고, 수수료도 20%를 가져가는 우버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파리 택시파업은 우버를 크게 홍보하는 결과만 낳았다
2016년 1월 20일 우버 프랑스는 택시기사들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플랫폼을 택시기사에 대해서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16년 1월 26일 택시기사들은 파리 인근 공항에서 파업시위를 벌였다. 

우버(Uber) 때문에 생계가 위협받고 있으니 파리에서 우버를 몰아내 달라는 시위였다. 이 파업시위 때문에 부상자가 발생했고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파리뿐 아니라 마르세이유와 뚤루즈에서도 같은 시위가 벌어졌다. 

그들은 불공적 경쟁을 막고, 세금을 내며 규칙을 지키는 택시기사들에게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택시기사들의 파업은 5일 동안 이어졌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관광운수업 차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자금난에 처한 택시운전사에게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파리 택시 파업은 오히려 평소에 우버를 이용하지 않던 사람들까지도 우버 서비스를 경험할 기회를 가졌다. 결국 파업은 우버를 크게 홍보하는 결과만을 낳았다.

우버는 승객과 운전기사를 앱을 통해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우버는 택시도 운전기사도 없다. 오로지 연결하는 역할만 할 뿐이다. 대신 모든 결제는 우버 앱을 통해 이뤄지고 우버는 수수료를 챙긴다. 

우버 서비스는 택시의 면허권과 각종 규제와 의무사항을 없앰으로써 운전면허를 가진 일반인이 기사로 참여할 수 있다. 우버요금은 택시요금에 비해 가격을 대폭 낮췄다.

파업으로 시내에서 택시를 잡기 어려워진 순간 우버 요금은 올랐다. 우버는 택시처럼 정해진 요금에 규정 받지 않아, 눈비가 오거나, 출퇴근 러쉬아워 시간 등 교통체증이 생기면 요금은 변동될 수 있다. 수요에 따른 탄력적 요금 운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파업 당일 우버 측은 오히려 웃었다.

◆택시 파업을 일어났던 파리의 같은 장소에서 우버 운전자들이 점거시위를 벌였다
2016년 12월 1일 우버는 가격을 10~15% 인상하기로 했다. 2015년 가격인하조치 이후 발생했던 운전자들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지만, 동시에 운전자에게 받는 수수료도 20%에서 25%로 인상하는 조치를 포함시켰다.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수수료까지 과도하게 인상함으로써, 운전자가 위기에 몰릴 것이 뻔했다. 사실상 우버의 관심은 이윤의 극대화에만 있었다. 우버 운전자들은 수수료 인상에 따른 파업을 이어갔다. 이후 우버 운전자들은 계속해서 파리 시내 등지에서 교통을 방해하고 폭력을 일삼았다. 

2016년 12월말 택시기사들이 파업을 일으킨 같은 파리 시내 한가운데서 우버 운전자 수백 명이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우버 미국 본사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우버의 호황과 우버 운전자의 수입은 별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리의 운송사업시장은 2년간 급격한 내림세에 있었다. 바로 연이은 테러 발생에 따른 영향이었다.

이에 프랑스 정부로부터 임명된 중재자 자크 라포포(Jacques Rapoport)는 관광운수업 기사와 여러 플랫폼 사이에 발생한 분쟁과 관련, 권고안을 제시했다. 중재자는 우버 측에 일시적인 조치로 일부 운전자의 회생을 위한 금융지원을 요구했다. 또한 각 운전자의 경제적 상황을 조사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중재자는 보호조치를 권고함과 동시에 더 강력한 입법제안으로 플랫폼을 위협했다. 

플랫폼 측은 즉각 꼬리를 내렸다. 우버프랑스 티보드 샘팔(Thibaud Saimphal)대표는 2017년 2월 25일자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우버 운전자의 사회보장제도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운전자와의 첫 면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우버의 소통미숙 때문임을 시인했다. (황재훈, “공유경제의 갈등과 타협: 프랑스 사회의 우버와 택시”, 한국노동연구원)

◆오늘날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는 분야 가운데 운송업이 있다
로보칼립스(Robocalypse 로봇으로 인한 종말)와 대량 실업의 문제에 있어 가장 큰 위기에 놓인 분야는 운송업일 것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220~310만 명의 운송업 종사자들이 자동화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추산했다. 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한마디로 우유팩과 같은 신세로, 유통기한 만료일이 다가오고 있으며 그날은 우리 생각보다 이를 수 있다. 

비록 운송업이 사라진다고 할지라도 이 변화에는 여전히 긍정적 요소가 있다. 일단 자율주행 자동차는 술을 마시지도 않고, 졸지도 않으며, 문자를 보내면서 주의가 산만해지지도 않기 때문에 더욱 안전하다. 한 연구 결과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매년 3만 3천 명의 미국인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 제이슨 솅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외출 금지로 일상용품을 사거나 처방약을 받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것이 힘들어졌다. 특히 고령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드론 배송 업체 '윙(Wing)'이 드론으로 약이나 일상용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용 범위가 카페나 제과점까지 확대되어 주목을 받았다. 

버지니아주의 빵집 '모킹버드 카페'에 따르면 팬데믹 당초, 드론 배송이 총 매상의 약 25%를 차지했다. 호주의 로건시에 있는 '익스트랙션 아티즌 커피' 역시 팬데믹 기간에 윙을 통해 커피를 배달해 매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 배달 로봇 스타트업인 스타십테크놀로지스의 배송 로봇은 팬데믹기간 활약했다. 전용 앱에서 주문·결제하면 시내 음식점의 요리나 슈퍼마켓의 상품 등을 지정한 자택이나 오피스로 자동 배달해 준다.

베이징에서는 보온 기능이 딸린 자율주행차량으로 만두 배달이 이루어졌다. 한 번에 최대 24인분까지 배달 가능한데 이용자는 차량이 도착하면 스마트폰의 QR코드를 사용해 차내에서 만두를 꺼내면 된다. 일본에서도 물류회사나 라쿠텐(樂天)이 드론 배달 실험을 거듭해 왔다. 

2021년 4월부터는 세이노홀딩스가 드론 개발 업체 에어로넥스트와 제휴해, 산간 지역을 대상으로 상시 운영을 시작했다. 일본우편과 야마토운수도 실험을 추진 중이다. 운전사 부족이나 기름값 상승에 시달리는 육상 물류를 대신해 하늘의 무인 물류로 바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화물연대 운송거부로 물류대란이 이어질 때, 해외에서 자율주행 트럭이 속속 등장했다
테슬라는 2022년 말 첫 전기트럭 ‘세미’를 식음료 기업 펩시코에 인도했다. 세미트럭은 테슬라의 다섯 번째 모델이자 첫 상용차다. 총 중량 37톤의 대형 트럭으로 순수 전기로 구동한다.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저가 모델이 300마일(480㎞), 고가 모델은 500마일(800㎞)이다. 월마트와 글로벌 물류회사 DHL·UPS도 세미트럭을 주문했다.

테슬라 세미트럭이 주목받는 이유는 자율주행 기술 때문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세미트럭이 주로 정해진 노선을 따라 고속도로를 주행한다는 점에서 완전자율주행을 달성하는 최초의 테슬라 차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화물차는 주로 고속도로를 타고 주로 정해진 노선을 달리기 때문에 자율주행 상용화가 승용차보다 쉽다. 다임러트럭은 웨이모와, 볼보트럭은 오로라와 함께 각각 레벨4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하고 있다. 스카니아는 스웨덴에서 40톤 트럭을 자율주행으로 300㎞ 운행하는 실증사업을 이미 마쳤다. 이들 자율주행 트럭 양산 시점은 2024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트럭은 수면이나 휴식 시간 없이 달릴 수 있어 운송 효율성이 높다. 미국 자율주행 트럭 회사 투심플은 애리조나에서 오클라호마주까지 자율주행 트럭을 통해 시범 주행한 결과, 사람이 운전했을 때 24시간이 필요한 운송 시간이 14시간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선 선두 차량에만 운전자가 탑승하고, 후행 차량들은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일정 간격을 두고 선행 차량을 자동으로 따라가는 군집 주행 기술을 현대차와 한국도로공사, 국민대, 현대자동차, 카카오모빌리티 등 13개 기관이 정부 과제로 개발하고 있다. (“운전자 개입 적은 자율주행 트럭 속속 등장” 조선비즈(2022.12.7)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 트럭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자율주행 전기트럭은 인건비·연료비 부담이 적고, 화물 수요 증가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화물차 운전자 부족과 파업 등으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전방 주시 태만이나 졸음운전과 같은 운전자 부주의 교통사고도 줄일 물류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이 같은 물류 혁신은 화물연대 운송거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물류산업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는 수 조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와 기업차원에서는 2022년에만 두 번의 사태를 겪으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 속도가 높아졌다.

무인 배송이 ESG 경영에서 중시하는 안전, 친환경과 함께 노조 리스크를 낮춰줄 뿐만 아니라 인건비도 줄일 수 있기에 시범 도입의 필요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화물연대 운송거부가 화물차주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주요 산업을 볼모로 잡는 화물연대 운송거부를 겪은 물류 분야에서는 빠른 자동화만이 해법이 될지도 모른다. 전기차 보급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듯 무인 배송 시대도 다가올 것이다.

파리의 택시기사 파업은 과거의 존재와 현재의 존재가 싸우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굵고 짧게 시사해준다. 택시업계는 우버라는 새로운 도전자와 밥그릇을 놓고 싸운다고 생각했지만, 소비자들은 과거 방식의 서비스와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가 충돌한 싸움으로 인식했다. 

이런 경우 최종 결과가 어디로 향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싸움의 종지부를 찍은 건 다름 아닌 소비자들이다

물류산업에서 향후 20년은 1990년대 중반 이후의 IT 발전에 비견될 것이다. 20년 뒤에는 ‘트럭 운전수가 운전면허를 보유할 필요가 없고’, ‘로봇이 화물을 배달하고’, ‘트럭이나 물류 센터의 가동이 전부 공유되는’ 것이 ‘보통’의 일이 될 수도 있다. 

미래의 물류는 거의 모든 물류 서비스가 택배처럼 플랫폼화될 것이다. 화주와 물류 회사의 계약은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장소에 정확하게 운반한다는 내용으로 바뀐다. 물류를 핵심 역량으로 삼지 않는 화주는 물류 관리라는 본래 자사에서 대응할 필요가 없는 업무에서 해방될 것이다. 

물류 회사는 운송과 보관·하역이라는 작업을 위탁받지 않고 ‘물건을 운반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존재로 변할 것이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 산업이 파괴되면서 새로운 산업으로 대체하고 있다
기존 제품이 주지 못하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시장을 아예 새롭게 창출해버린다. 시장의 후발주자나 새로운 도전자들에 의해 주로 사용되는 방식인데,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는 높은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유도 및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버는 기존 택시업계와 렌터카업계, 그리고 택배업계를 파괴한다. 아마존은 기존 유통업계를, 애플은 기존 통신업계를, 에어비앤비는 기존 호텔업계를,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업계를 파괴하며 성장했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기존 산업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산업질서를 만들며 성장했다. 이젠 파괴적 혁신은 일부 기업들만의 얘기가 아니라 모든 기업, 모든 산업의 화두가 되어버렸다. 

수십 년 동안 아성을 굳혔다고 생각한 기존 산업계에 어느 날 갑자기 지금까지 없었던 이상한(새로운) 서비스가 나온다. 업계의 기존 상식이 바뀌고 산업의 의미와 지형 자체가 달라진다. 파괴적 혁신자들에 의해 시장을 재편 당하는 기존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 자신들이 알고 있던 모든 관행과 상식이 더는 통용되지 않는 시기가 곧 닥쳐온다.

현대, 삼성, 금호, 한진 등 우리나라 대기업의 모태가 되었던 운수업은 해방 전후 제조업에 밀려 한진 외에는 주력사업에서 밀려났다. 정부의 진입규제와 요금규제 등 공익규제는 일부 면허권자와 개인사업자, 지입(위탁)운송인 등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거대한 성을 쌓아왔다. 

이런 물류기업도 이제 경계 밖에서 밀려오는 가치 중심의 경쟁자들에게 미래의 사업기회를 급속하게 잠식당하고 있다. 

더 이상 일의 가치(Value)가 아니라 파업이나 면허(License)로 보호받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상근(ceo@sylogis.co.kr)
ㆍ산업경영공학박사 
ㆍ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ㆍ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ㆍ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ㆍ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ㆍ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ㆍ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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