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 76] 기초질환이 있는 근로자의 심근경색
[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 76] 기초질환이 있는 근로자의 심근경색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3.01.20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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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림
- 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

기상당국에서는 설연휴가 시작되면서 강력한 한파가 몰려올 것으로 예보했다. 평소 예년보다 온화했던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곤두박질 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외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 ‘한랭질환’이 올 수 있는 만큼 건강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겨울철 한파와 여름철 폭염 등의 급격한 기온 변화로 인해 혈관이 수축하게되면서 혈압을 상승시키고 이로 인해 혈관 기능이 약해지게 됨에 따라 평소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 질병을 앓고 있는 근로자들의 생명에 위협이 될만한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영하의 날씨에 야외에서 근무하던 근로자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사망한 사건을 두고 유족과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2년이 넘는 법적 공방을 벌여오던 사건이 일단락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해당 사건의 재해자는 과거, 심근경색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인 고혈압과 당뇨, 협심증 등의 질환을 앓고 있었다. 근로복지공단 측에서는 “근로 시간이 짧고 노동 강도가 높지 않아 과중한 업무로 사망한 것이 아닌, 기초질환이 악화되어 사망한 것으로 본다.” 며 유족들의 유족급여, 장의비 청구를 거절했다. 이로 인해 벌어진 2년이 넘는 법적 공방 끝에 대법원에서는 “추운 날씨에 과도한 업무를 하다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면 해당 근로자가 평소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사건이 일단락 되었다.

이처럼 기초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해도 업무상 요인으로 인해 기초질환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판단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업무상 요인으로 기초 질환이 급격히 악화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재해자에게 있기 때문에 의학적, 법률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착잡하기만 하다.

필자가 직접 수행한 산재 사건 중에도 기초질환이 있던 근로자가 업무상 과로로 인해 발생한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건을 산재 승인 받은 사례가 있다.

재해자 C씨는 모 기업의 디스플레이 공장 증축 현장에서 배관공으로 근무했던 근로자였다. 사건 당일 C씨는 근무를 위해 출근을 하였으나 몸이 좋지 않아 퇴근하여 병원으로 이동 전, 잠깐 쉬던 중 쓰러져 119 구급차를 통해 긴급 후송되었으나 사망하고 말았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 의증’으로 밝혀졌다.

해당 사건 처리를 맡아 재해자 C씨의 업무 중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킬만한 정황은 없었는지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근무했던 현장의 상황 상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근로자들이 야간작업 및 휴일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재해자 C 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건 발생 전 12주간 재해자 C 씨가 근무한 시간을 산출한 결과, 1주 평균 69시간 56분에 달했고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근무한 시간이 62시간 30분으로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12주간 휴일이 단 2일로 업무 부담 가중 요인이 확인됐다. 

또한 배관공으로 근무하면서 파이프라인의 좁은 통로를 따라서 이동하며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고,  온습도가 높고 소음과 분진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밖에는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근무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이외 사항으로는 기초질환으로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인 고지혈증을 앓고 있었으나 꾸준한 통원 치료를 통해 관리되고 있었고, 사건 발생 전 건강검진 당시 재해자의 혈압은 정상이었다는 점을 종합하여 재해자에게 발생한 심근경색산재 사건은 업무상 재해임을 주장하였다.

그 결과, 공단에서는 산재로 인정하였고 유족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게 되어 의미있는 사건이었다.


이처럼 기초질환이 있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심근경색과 같은 뇌심혈관계질병들은 원인이 업무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기초질환이나 과거 병력에 의한 것인지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업무상 요인들이 기초질환을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킨 사실이 있다면 근거 자료를 통하여 명확하게 주장해야만 산재 승인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산재 신청을 준비 중이라면 업무상 과로 여부와 업무 부담 가중 요인 등이 없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여 정당한 산재 보상을 받길 바란다.

오혜림 노무사 약력
- 노무법인 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 노무사
-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현직 판정위원
-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
- 강원도 노동법률 자문
- 광산진폐권익연대 자문
-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자문
- 알기쉬운 공무원, 사립학교교직원, 군인의 재해보상제도(매일노동뉴스.2014.9.1.) 저
- 전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고객권익보호담당관
- 전 관악구,용산구 노동복지 센터 상담위원
- 전 서울글로벌 센터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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