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08] 설 연휴엔 고속도로만 붐비는 게 아니다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08] 설 연휴엔 고속도로만 붐비는 게 아니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1.25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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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2023년 처음으로 맞이한 연휴가 끝났다. 
새해를 맞이하면 제일 먼저 기다리는 연휴가 아마도 설 연휴일 것이다. 설은 사흘간의 연휴지만 올해는 일요일이 끼어 있는 바람에 대체 공휴일이 추가되어 나흘간의 연휴가 주어졌다.

누군가에겐 명절 증후군으로 걱정이 앞설 수도 있었겠지만,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이들에겐 어느 때보다 기다렸던 연휴였을 것이다. 또한 누군가에겐 그저 며칠 동안 여행을 다녀올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이든지 대부분 마음이 설레고 분주한 연휴였을 것이다. 

연휴 때마다 제일 먼저 사정을 파악하고 예측 보도를 하는 곳이 고속도로이다. 요즘은 방송사마다 보여주는 예측 덕분이기도 하지만, 각자 경험에 따른 노하우들이 있어서 재주껏 정체가 예정되는 날이나 구간을 피해 다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심한 정체는 없는 것 같다. 

연휴 기간이 길어서 분산해서 출발하여  사정이 낫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부 구간은 여전히 설 연휴의 많은 이동 인구를 반영하듯 복잡하고 붐볐다. 

설 연휴에 고속도로만 붐비고 복잡했던 건 아니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아산에는 명절 연휴에 고속도로만큼 복잡한 곳이 두 곳이 있다. 바로 재래시장과 온천탕이다. 

아산에는 온양온천역 바로 앞에서 아직도 오일장이 열리고 있다. 전철역을 끼고 있어서 단지 온양 주변 도시뿐만 아니라 전철과 연결되는 여러 도시에서 오일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장이 설 때마다 붐빈다. 평소 오일장에도 많은 사람이 찾지만, 특히 명절을 앞둔 날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으로 붐벼서 명절이 다가왔음을 실감케 된다. 

5일마다 열리는 장 말고도 온양에는 시내 가까이에 재래시장이 있다. 아직도 흥정이 가능하고 덤을 주며 상인과 손님 간에 교감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정(情)이 남아 있는 장소이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농담이 있듯이 정말 필요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시장이다. 

이 재래시장도 명절을 앞두게 되면 더 많은 사람으로 복잡해진다. 특히 설과 같이 차례를 지내야 하는 명절에는 가뜩이나 좁은 시장길이 명절 특수를 노리고 벌려놓은 상품들과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여기저기서 외치는 호객 행위와 흥정 소리로 떠들썩한 것이 사람 사는 풍경을 보여준다.

명절 연휴에 사람으로 들끓는 또 다른 곳은 온천탕이다. 두 곳의 차이점이 있다면 시장은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 사람이 몰리다가 정작 명절날에는 모두 문을 닫아 썰렁해지지만, 온천탕은 연휴 내내 문을 열고 사람이 몰린다는 것이다.

이곳 아산(舊 온양)은 예전부터 온천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온천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특히 주말에는 무임승차가 가능한 타지역 어르신들이 아침 일찍 전철을 타고 와서 온천을 하고 점심 먹고 귀가하는 당일치기 코스로 유명하다.

주말에는 주로 혼자 온 타지역 사람들이 온천탕을 이용하지만, 명절을 낀 연휴가 되면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다. 아산이 온천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부모님을 찾아뵌 김에 대부분 온천을 하고 가기 때문이다.

나도 서울 살 때 연휴를 맞아 아산에 있는 처가댁에서 하루라도 머물게 되면 반드시 거쳐야 할 의례처럼 온천욕을 하던 기억이 있다. 

온천은 특히 연말연시나 설과 같이 한 해를 정리하는 때에는 더욱 붐빈다.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결심에 맞춰 우선 몸부터 깨끗이 씻는 세신(洗身)을 하기에는 온천만 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설 연휴에도 온천탕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다. 더 이상 편안하고 아늑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며 북새통을 이루는 것이 마치 난민들을 한꺼번에 밀어넣어 씻기는 합동 목욕탕 같았다.

온천탕이 붐비게 되면 우선 온천탕에 차를 대는 주차 전쟁부터 시작된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온천탕에서는 주차를 못해 돌아가기도 한다. 운이 좋아 가까스로 주차하고 온천탕에 들어가더라도 또 다른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앉아서 씻을 자리를 잡는 것이다. 

대부분의 온천탕은 온탕(溫湯)으로 되어 있는 대욕탕이 있고 뜨거운 물을 받아 놓은 열탕(熱湯), 그리고 차가운 물을 받아 놓은 냉탕(冷湯)이 각각 마련되어 있다. 남은 공간에는 서서 샤워할 수 있는 샤워 꼭지 여러 개가 벽에 달려 있고 거울을 보며 앉아서 씻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사람이 많을 때는 샤워할 곳뿐만 아니라 앉을 자리와 바가지를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인다. 자리를 잡아도 느긋하게 즐길 여유가 없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의 눈총에 뒷통수가 따가워 마음이 조급해진다. 나같이 매일 온천을 하는 사람은 내일을 기약하며 일찌감치 자리를 비워주는 게 상책이다.

이제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분주했던 설 연휴가 끝났다. 붐비고 번잡했던 시장이나 온천탕이 제 자리를 찾았듯이 이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연휴에 어떤 시간을 보냈든지간에 이미 과거가 되었고, 명절 연휴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음챙김부터 하고 볼 일이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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