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설날 조카 '세뱃돈' 그리고 '비혼 축의금'은 얼마가 적당할까?
[기자수첩] 설날 조카 '세뱃돈' 그리고 '비혼 축의금'은 얼마가 적당할까?
  • 김윤철 기자
  • 승인 2023.01.27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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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 김윤철 기자] 지난해 12월 통계청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가운데 50.3%(2020년 기준)는 미혼이었다. 2050년에는 10집 중 4집은 1인가구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가족 구성원 형태도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금전적 문제들이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이하여 연이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설명절 세뱃돈과 관련된 ‘3만원권 발행’ 논란과 더불어 ‘비혼 축의금’ 뉴스가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먼저 ‘3만원권 발행’ 논란은 가수 이적이 지난 2일 SNS에 “조카 세뱃돈으로 호기롭게 5만원권을 쥐여 주고 돌아서 후회로 몸부림친 수많은 이들이 3만원권 발행을 열렬히 환영하지 않겠느냐”는 글을 올린 후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는다.

이 글을 하태경 국회의원이 '지난 22일 자신의 SNS에 가수 이적 씨가 제안한 3만원권 발행에 적극 찬성하며 3만원권 발행 촉구 국회 결의안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히면서 또 한번 주목을 받으면서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실제로 설 명절을 맞이하는 어른들의 걱정거리 중 하나는 ‘손주 또는 조카 세뱃돈으로 얼마를 주어야 하나?’이다.

이에 대한 설문조사들도 적지 않다. 먼저 SK커뮤니케이션즈(네이트Q)가 작년 12월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성인 남녀 6,044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세뱃돈의 적정 금액으로 '5만 원'이 가장 많이(43%) 꼽혔다. 뒤이어 '안 주고 안 받기'(29%), '1만 원'(15%), '10만 원'(10%) 순이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세뱃돈 문화가 얼마나 부담이 되었으면 ‘서로에게 부담이니 안 주고 안 받기’가 낫다는 답변이 2위로 올랐는지 하는 부분이다.

지난 21일 최근 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회원 8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4명꼴로 설 연휴를 앞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답한다. 설 명절에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이유로 세뱃돈을 포함한 명절 비용 지출(21.8%)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부분에서도 세뱃돈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님을 엿볼 수 있다

그럼 세뱃돈 금액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한화생명이 설 명절을 맞아 지난 19일 발표한 '설날·세뱃돈'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서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한화생명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뱃돈 적정 금액은 초등학생 이하는 3만원, 중학생은 5만원, 고등학생과 대학생은 10만원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번 설문은 한화생명 및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임직원 2096명이 지난 9일부터 일주일간 사내 시스템을 통해 참여했다.

한화생명이 10년 전인 2013년 1월에도 임직원 905명을 대상으로 동일하게 ‘세뱃돈 적정금액’ 설문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당시 초등학생 이하 1만원, 중학생 3만원, 고등학생 및 대학생 5만원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10년 만에 유아 및 초등학생의 세뱃돈은 1만원에서 3만원으로 훌쩍 상승했고, 중학생은 3만원에서 5만원, 고등학생 및 대학생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 주는 세뱃돈 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논쟁거리는 ‘비혼 축의금’ 문제로 MZ세대들의 많은 공감을 받고 있는 사항이다.

축의금 등 경조사비는 본인이 해당될 때 되돌려 받는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지만, 비혼주의자인 경우에는 주변에 축의금을 주고도 정작 자신은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최근 MZ 세대 사이에서는 이른바 ‘비혼식’을 열어 축의금을 받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기업에서도 달라진 환경을 고려하여 비혼 직원에게도 똑같은 혜택을 지급하는 변화된 사내 복지제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9월부터 만 40세 이상 미혼 직원에게 결혼을 한 직원과 똑같이 경조금과 휴가를 지급하고 롯데백화점과 올해부터 만 38세 이상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 결혼 직원과 동일한 축의금 및 경조사 혜택을 주기로 한 LG유플러스다.

최근 LG유플러스에서 비혼 축하금 1호 지급 대상자가 나와 또한번 화제가 됐다. 지난 2일 사내 경조사 게시판에 40대 남성의 1호 비혼 선언글이 올라왔다. 이 남성은 게시판 글을 통해 "다행히 제가 1호인 것 같다. 절차상 비혼인 것이지 혼자 살아간다는 의미가 아닌 것"이라고 했고, 그의 선언에 동료들의 많은 축하 글이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비혼을 선택한 직원에게 기본급 100%와 유급휴가 5일을 제공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상은 근속 기간 5년 이상 직원 중 만 38세 이상이다. 다만 비혼 지원금을 받고 이직을 하는 등의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지원금을 받은 후에는 2년간 필수로 근무해야  하며, 비혼 지원금을 받은 뒤 결혼하게 되면 추가적인 지원은 받을 수 없다.

금융업계에서도 비슷한 사내 복지 제도들이 존재하고 있다. 지난 13일 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K증권 노사는 만 40세 이상으로 근속 기간이 5년 이상인 임직원이 ‘비혼 선언’을 한 직원들에게 100만 원을 지급과 유급휴가 5일 지원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부터 만 40세 이상 비혼 선언을 한 직원들에게 100만 원을 지급하고 있는 KB증권과 2021년 7월부터 결혼하지 않은 만 45세 이상의 비혼 임직원에게 결혼 축하금과 같은 기본급 100%를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NH투자증권 등이 있다.

사내 복지제도가 왜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결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다수이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에서도 결혼에 대한 뚜렷한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결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50%로 직전 조사 대비 1.2포인트 감소했다. 남성은 55.8%, 여성은 44.3%가 결혼에 찬성했다.

미혼 남녀로 한정해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욱 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혼 남성은 36.9%, 미혼 여성은 22.1%만이 결혼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즉 미혼 남녀 10명 중 3명만이 결혼에 긍정적인 생각을 나타낸 것으로, 앞으로 비혼 인구가 더욱 늘어날 것임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기업들도 독신자를 ‘아직 결혼하지 못한’ 미혼(未婚)이 아니라 ‘결혼 안 하기를 선택한’ 비혼(非婚)으로 똑바로 보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비혼 축의금’이 자연스럽게 경조사비 리스트에 오르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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