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 양육? 섯부른 선택, 유기·물림 사고 낳아...재정 지출도 증가
[이슈]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 양육? 섯부른 선택, 유기·물림 사고 낳아...재정 지출도 증가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3.02.0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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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월평균 양육비용 약 15만원, 20대가 가장 많이 지출
양육 포기 고민 사유 '물건 훼손·짖음', '비용 문제'
한해 유기동물 12만여 마리...40%는 자연사와 안락사로 '폐사'
반려동물 양육 가구 증가와 함께 느는 개 물림 사고도 적지 않아
조사에 따르면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가구는 크게 늘고 있지만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교육과 법 제도, 의식 수준은 여전히 미흡해 유기견 증가, 반려동물 사고 등 문제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가구는 크게 늘고 있지만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교육과 법 제도, 의식 수준은 여전히 미흡해 유기견 증가, 반려동물 사고 등 문제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추운 날씨에도 조금만 걸으면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고양이 페스티벌 등 반려 동물을 위한 축제도 다양하다. 주요 채널만 가도 반려동물과 관련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국민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시대다. 

1인가구,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 비혼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더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집에 거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부터는 '반려동물 붐'이 불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반려인 10명 중 2명은 반려동물에 대한 양육을 포기하거나 파양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건 훼손이나 비용이 주된 사유였는데, 제대로된 교육과 정보 없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일이 손 쉬워 지면서 야기된 문제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빠르게 증가하는 반려인 수 만큼 반려동물로 인한 사고, 유기동물의 증가 등에 대한 우려를 내놓는다. 

■ 귀엽다 데려왔을 땐 "내 새끼"…상황 바뀌고나니 "귀찮은 짐덩이"
-강아지와 고양이 양육이 '인싸템'? 유기견을 입양 하는 '멋진 나 자신'에 취한 이들
A씨는 20대 중반 인스타그램에서 반려견과 함께하는 사진을 보고 부러운 마음에 인기있는 견종의 강아지를 분양받았다. 주변에서는 결혼을 앞두고 있어 만류했으나 이미 반려견과 함께 할 생활에 기대감이 부푼 A씨의 마음을 돌리긴 어려웠다. 결혼한 이후로는 신혼집에서 남편과 함께 반려견을 양육했다. 

하지만 A씨는 최근 파양을 고민 중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 집에서 반려견을 양육하는게 버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반려견을 함께 키우는 남편은 본인이 퇴근 후 반려견을 산책시킬테니 파양만은 하지 말자고 만류 중이지만 활동량이 많은 반려견을 볼 때마다 A씨는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반려견을 처음 데려올 때 활동량이 많은 견종인지 몰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A씨는 "이정도일줄 몰랐다"고 답했다. 결혼 전 반려견 사진으로 가득했던 A씨의 #멍스타그램은 멈춰있고 새로운 계정에서 아이 사진으로 가득한 #육아그램을 올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파양을 고려한 이유는 위와 같이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파양을 고려한 이유는 위와 같이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9월 13~26일 전국 20~64세 5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2022년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현재 거주지에서 반려동물을 직접 양육하는 비율은 25.4%로 나타났다.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75.6%(복수응답)는 개로 가장 많았으며 고양이 27.7%, 물고기 7.3% 순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1마리당 월평균 양육비(병원비 포함)는 약 15만 원이었다. 2021년 약 12만 원보다 3만 원가량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월평균 양육비 21만원을 지출하며 가장 많았으며 가구별로는 1인 가구의 양육비가 17만원으로 2명 이상 가구보다 많았다. 

그런데 이와같은 반려동물 양육비용은 안타깝게도 파양 사유가 되기도 했다. 조사 결과 반려동물 양육자 22.1%가 양육을 포기하거나 파양을 고려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 사유 중 하나가 양육비였던 것이다. 

양육포기 또는 파양을 고려한 사유로는 물건 훼손과 짖음 등 동물의 행동문제가 28.8%로 가장 많았고 예상보다 지출이 많다는 답변도 26%에 달했다. 이사나 취업 등 자신의 여건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반려동물 파양을 고민하는 이들도 17.1%를 차지했으며 반려동물이 아프거나 사고를 당해 치료비가 부담된다는 이유도 14.6%를 차지했다. 

결국 제대로 된 교육이나 정보도 알아보지 않고 무턱대고 받은 손쉬운 입양이 손쉬운 파양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려견과 외출 시 목줄·가슴줄 착용 등 준수사항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63.0%에 불과했다.

■ 유기동물 증가→시설 관리비용, 들개화 문제 대응 비용 등 지출 커 
-당신이 버린 유기견은 들개가 되거나 들개의 먹이가 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관리시스템에서 지난해 발표한 '2021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신규 등록된 반려견 수는 50만 321마리다. 그리고 같은 해 구조, 유실, 유기된 동물은 11만 8273마리에 달한다. 

입양된 5마리중 1마리는 반려인을 잃고 떠도는 셈이다. 반려동물 등록제에따라 등록된 개체수를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입양 동물 수와 버려지는 동물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실·유기된 반려동물 중 반려인을 찾아가거나 분양된 사례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분양은 10마리 중 3마리 꼴인 32.1%에 그쳤고 반려인을 다시 찾은 경우는 11.9%에 불과했다. 

25.8%는 보호센터에서 자연사했으며 15.7%는 유기동물 공고기한 이후 안락사됐다. 적극적인 홍보로 분양되는 비율이 늘면서 안락사 비중은 줄고 있지만 여전히 보호센터에 들어온 유기동물 10마리 중 4마리 이상이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는 것이다. 

유기동물
2021년 기준 유기동물의 보호, 관리 현황 

유기동물을 관리하는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시설의 경우 사설 센터도 많지만 지자체 민간위탁시설도 함께 운영된다. 한해동안 유실, 유기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는데 쓰인 운영비용은 297억 4000만원에 달했다. 

길고양이 중성화(TNR, Trap-Neuter-Return) 지원 사업을 통해 중성화 된 길고양이 수는 8만 3539마리로 120억 3000만원의 비용이 쓰였다. 길고양이 대부분은 자연적으로 개체 수가 느는 경우가 많지만 키우던 반려묘를 유기하거나 유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유기된 동물을 보호하는 것 뿐 아니라 안락사를 진행하고 폐사된 유기견, 유기묘를 처리하는데는 또 다시 그만한 예산이 쓰인다.

반려동물위탁관리업에 종사하는 B씨는 "여행 때 '호텔서비스'를 신청하고는 유기하고 찾아가지 않는 견주도 있다. 연락해보면 연락처가 모두 허위다"면서 "반려견, 반려묘에 대한 책임감과 공부도 없이 귀엽고 예쁘다 또는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일은 반드시 지양해야한다"고 성토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2월 2일 기준 등록되어 있는 유기동물 보호 현황.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2월 2일 기준 등록되어 있는 유기동물 보호 현황.

증가하는 유기견의 들개화도 문제다. 반려견을 유기할 때 대다수 찾아오기 힘든 '섬'이나 외지를 택하는데, 이런 까닭에 구조되지 못한 개들이 야생에서 생존을 위해 들개화되고 번식하면서 무리를 형성한다.

들개화 된 개들은 야생의 고양이, 토끼, 고라니 뿐 아니라 사람이 거주하는 집과 농장 내의 닭, 돼지 등 가축과 마당 강아지까지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농작물 피해도 적지않다. 뿐만아니라 아이와 건장한 성인에게까지 공격성이 강해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누군가의 유기는 곧장 무리 지은 '유해야생동물'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 2020년 12월 28일 발표한 ‘중산간지역 야생화된 들개 서식 실태조사 및 관리 방안 용역’ 결과에 따르면 도내 중산간지역에서 서식하는 들개는 1626마리에서 2168마리로 예측된다. 들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제주도는 2019년부터 전국 최초로 실외사육견의 중성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해 3월부터 실외 사육견을 대상으로 중성화 수술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026년까지 32만 마리를 중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개 물림 사고 방지를 위해 저부는 반려동물 주인에 책임과 의무를 점차 강화해나가고 있다. 개 물림 사고는 맹견, 대형견 뿐 아니라 소형견에게서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견주의 책임감 있는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다.
개 물림 사고 방지를 위해 저부는 반려동물 주인에 책임과 의무를 점차 강화해나가고 있다. 개 물림 사고는 맹견, 대형견 뿐 아니라 소형견에게서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견주의 책임감 있는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다.

올바른 인식 없이 무턱대고 반려동물을 입양한 이들로 인해 관련 사고도 늘고 있다. 해마다 반려견의 입질 사고로 부상을 당하거나 크게는 사망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맹견으로 분류되는 견종의 경우 반드시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하고 견주는 법정 의무교육을 이수해야하지만 이에대해 제대로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맹견소유자는 매년 3시간의 의무교육을 이수해야한다. 위반 시에는 1차 과태료 100만원부터 3차 300만원까지 부과될 수 있다. 또 맹견 소유자는 손해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2월부터 40일간 입법 예고를 거쳐 '동물보호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숙사, 다중생활시설, 노인복지주택 및 오피스텔 내부에서는 반려견을 직접 안거나 가슴줄 등을 착용해 안전조치를 해야하며 이동가방을 사용하는 경우 동물이 탈출할 수 없도록 잠금장치를 갖춰야 한다. 증가하는 개 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해당 법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반려인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가구 형태의 변화로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는 앞으로 계속 증가하고 펫비즈니스 등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고 지적하며 "유럽 등 선진국의 사례를 도입해 동물등록제를 강화하고양육 교육 의무화 등을 법제화해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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