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 77] 업무로 생긴 간암 산재 보상 사례와 기준
[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 77] 업무로 생긴 간암 산재 보상 사례와 기준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3.02.07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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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의 직업성 암 산재 승인 사례 상대적으로 적어
염화비닐, 비소 등에 노출되어 간암이 발생한 사실 입증해야
오혜림
- 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염화비닐에 노출되어 발생한 간혈관육종(4년 이상 노출된 경우) 또는 간세포암, 보건의료업에 종사하거나 혈액을 취급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B형 또는 C형 간염바이러스에 노출되어 발생한 간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간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물질인 비소와 염화비닐에 노출될 수 있는 직업으로는 플라스틱 및 석유화학산업 종사자, 고무생산산업 종사자, 제련공정 근로자, 목재나 모피, 가죽의 보존재 관련 종사자가 있다.

간암의 경우 다른 직업성 암과는 달리 승인 사례가 많지 않고, 근로자 스스로가 염화비닐과 비소 등에 노출되어 간암이 발생한 사실을 입증해야하기 때문에 산재 처리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평소 간염을 앓고 있던 근로자가 업무적인 요인으로 기초 질환이 악화되어 간암이 발생한 경우라면 이 또한 업무와 상병과의 상당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혀야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는데 의학적, 법률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 근로자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B형 간염을 앓고 있던 근로자가 업무 스트레스인한 피로 누적으로 발생한 간암으로 사망한 사건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사례를 통하여 근로자의 간암이 어떻게 산재로 인정되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근로자 A씨는 모 회사의 기술직으로 입사한 뒤 회사 경영악화로 인해 업무 경험이 전무한 예산팀으로 전보되었다. 회계 지식이나 재무 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회사는 물론, 자회사의 예산 업무까지 모두 전담하게 되었다. 또한 예산을 삭감해야 하는 입장에서 현장과 의견을 조율해야 했고, 사내 원가관리 시스템 구축 업무에도 참여했다.

업무 수행 중 동료 근로자까지 퇴사하게 되면서 그 업무까지 떠맡게 되어 극심한 격무에 시달리게 됐다. 업무가 가장 많았던 2016년 9월부터 12월 초까지 근무시간이 12주간 총 638시간 15분에 달했고, 1주 평균 53시간 이상을 근무했다. 그러던 어느날 동료 근로자들에게 건강 이상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회사 측에도 휴가를 요청하였지만 업무가 많아 반려되면서 예산안 작업을 마친 11월 말에야 병원을 찾게 되었다. 병원 검진 결과, 간에서 종양이 발견되었고 암 진단 당시 이미 수술은 불가할 정도의 상태였으며, 결국 이듬해 6월 사망하고 말았다.

유족들은 A씨의 간암이 업무상 질병임을 주장하며, 공단으로 장의비와 유족급여를 청구했지만 공단에서는 A씨가 간암 위험 인자인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이유로 부지급 판정을 내렸다.

이에 유족들은 공단의 판정에 부당함을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서는, A씨가 “전공과 경력이 무관한 예산팀으로 전보되었고, 시차가 다른 자회사와 연락을 취하면서 새벽이나 한밤중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예산을 삭감하려는 입장에서 담당자들의 항의를 받으며 갈등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은 상당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팀 동료 직원이 갑자기 퇴사했음에도 인원을 보충해 주지 않았고 예산팀에 속하게 된 지 3개월 만에 재무회계 업무까지 혼자 수행해야 했다."며 "전보되기 전보다 간 기능 검사 수치 등이 정상 기준을 초과했고, 이는 홀로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업무를 부담하게 된 것과 관련이 있을 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과중한 업무와 피로 누적, 극심한 스트레스는 A씨의 기존 질병인 B형 간염의 악화에 영향을 주어 단기간 내 중증 간암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재해자가 평소 음주도 거의 하지 않았고, 건강을 오랫동안 잘 관리해 온 것으로 보아 업무상 요인 외 간암의 발병에 영향을 미쳤다고 추단할 만한 유의미한 요소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기존 질환이 있는 근로자에게 업무상 사유로 간암이 발생한 경우, 업무로 인해 기존 질환이 자연경과적인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하기 때문에 산재 처리가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간암과 같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직업성 암에 대한 산재 처리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오혜림 노무사 약력
- 노무법인 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 노무사
-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현직 판정위원
-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
- 강원도 노동법률 자문
- 광산진폐권익연대 자문
-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자문
- 알기쉬운 공무원, 사립학교교직원, 군인의 재해보상제도(매일노동뉴스.2014.9.1.) 저
- 전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고객권익보호담당관
- 전 관악구,용산구 노동복지 센터 상담위원
- 전 서울글로벌 센터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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