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11] 세상이 변하고 있다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11] 세상이 변하고 있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2.14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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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며칠 전 아는 형님이 선물을 보내왔다. 
다른 선물이면 고사했을 텐데 책을 보내주시겠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책도 내가 좋아하는 고(故) 이어령 교수가 쓴 “젊음의 탄생”이란 책이라 고마운 마음이 배가 되었다. 

주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창조적 사고를 갖도록 쓴 책이지만, 젊음이 나이라는 범주에 갇혀 있는 틀이 아니라, 끝없는 도전, 지치지 않는 탐색과 열정으로 젊음이 탄생한다고 했으니 나이 든 이들도 젊은 감각과 변하는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내용의 책이다. 

그중에 ‘개미와 베짱이’라는 이솝 우화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 우화는 개미는 추운 계절을 대비하여 열심히 일하여 먹을 것을 준비하지만, 베짱이는 노래 부르고 놀면서 미래를 준비하지 않아서 겨울에 먹을 게 없어 개미에게 찾아가 구걸하고 거절당하면서 낭패를 본다는 줄거리이다. 

하지만 각 나라의 민족성에 빗대어 지은 새로운 버전의 개미와 베짱이는 흥미롭기도 하고 시사하는 바가 있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버전 1)
겨울이 되어 눈이 내리자 베짱이는 먹을 것을 찾아 집을 나선다. 여름 내내 노래만 부르고 놀았던 탓에 비축해둔 양식이 한 톨도 없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베짱이는 구걸하기 위해서 개미집 문을 두드린다. 한 번 두 번 점점 세게 두드려 봤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베짱이는 문틈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가 봤더니 여름내 벌어들인 양식이 곡간에 그득히 쌓여 있는데 개미들은 한 마리도 보이질 않았다. 

여름내 너무 일만 한 탓에 모두 다 과로사로 쓰러져 숨을 거두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베짱이는 신이 나서 배부르게 먹고 노래하고 춤추며 겨울을 편안히 날 수가 있었다. 이 새로운 버전의 이솝 우화는 일중독에 걸린 일본인을 패러디한 것이다.

버전 2)
베짱이가 먹을 것이 없어 개미에게 찾아가는 내용은 같다. 베짱이는 개미집 문을 열심히 두드려 보았지만 아무도 내다보지 않았고 욕만 먹고 쫓겨났다. 춥고 배고픔에 죽을 것 같아 눈물이 흘렀다. 베짱이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즐거웠던 지난 여름날을 추억하며 기력을 다해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그의 마지막 연주는 유난히 슬프고 감동적이었기 때문에 여름내 일만 하느라 음악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냈던 개미들이 베짱이의 음악에 매료되어 모여들었다. 베짱이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개미의 무리를 향해 입장권을 팔았다. 결국 베짱이는 겨울마다 리사이틀을 열어 일 년 내내 잘 지낼 수가 있었다. 이 버전은 개인 소비가 국내총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자의 천국인 미국판이다. 

버전 3) 
베짱이가 먹을 것을 얻기 위해 개미집을 찾았다. 개미들은 밖에서 떨고 있는 베짱이를 보자 위대한 사회주의 공화국의 이념을 전 세계에 고하기 위해서 플래카드를 걸고 환영한다. “베짱이 동무, 이제 우리 집단 노동장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먹는 동무가 된 것을 환영합니다.” 그러고는 개미들은 베짱이를 당원으로 받아들여 성대한 파티를 열어준다. 

하지만 덩치 큰 베짱이가 객식구까지 데려오는 바람에 며칠 안 가 비축한 식량이 바닥나버려서 겨울을 나기도 전에 그들은 모두 함께 굶어 죽고 말았다. 이 버전은 붕괴한 소련의 모습을 풍자한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이다.

이어령 교수는 다양한 버전의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어떤 버전이든지 개미는 일하는 자이고 베짱이는 노는 자로 이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제는 일하는 자와 노는 자 또는 노동과 놀이라는 이분법적인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시대이고 그런 경계가 허물어진 상태에서 융합 문화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의 “뽕도 따고 님도 보고” 또는 “쉬엄쉬엄 일한다”는 사고방식이야말로 융합적 사고라고 했다. 사고의 틀 자체가 바뀌고 있다.

요즘 기업에서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의 ‘3요’ 주의보를 내렸다고 한다. 상사가 업무 지시를 내리면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되묻는다고 한다. 

지시받은 업무에 대해 “이걸요?”라고 되묻는 말속에는 정확한 내용과 목적을 설명해달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제가요?”라는 물음에는 많은 직원 중에 해당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람이 왜 자신인지 알고 싶어 하고, “왜요?”라는 물음에는 해당 업무를 해야 하는 이유와 필요성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 

내가 직장 생활을 했을 때는 어느 조직이나 속된 말로 “까라면 까라”는 수직적이고 상명하복(上命下服)적인 분위기였기 때문에 요즘 이런 젊은이들의 태도가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고 젊은 직장인들의 마인드도 바뀌었다. 따라서 일부 대기업에서는 사내 임원 교육으로 ‘3요’에 적절히 대응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주역의 대가인 김석진 옹(96세)은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올해의 괘를 ‘수시변역’(隨時變易)'이라고 했다. 즉, 때를 따라 변화하고 바꾸라는 뜻으로 올해는 모든 것을 혁신하고, 개혁하고, 바꾸는 해라고 설명했다. 

바꾸는 것이 힘이 들지만, 힘들다고 안 하거나 못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때를 정확히 알고 거기에 맞춰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굳이 주역의 괘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하루가 멀다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변화하고 바꾸지 않으면 뒤처지거나 적응하기 어렵다. 때를 알고 그에 따라 변하는 것이 지혜인 세상에 살고 있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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