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팔만대장경과 김 영환 전투기 조종사
[전대길 CEO칼럼] 팔만대장경과 김 영환 전투기 조종사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2.2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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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공군 병176기

어느 고승(高僧)의 법문(法文)이다.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을 260자로 줄인 게 ‘반야심경(般若心經)’이다. 5자로 줄이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을 1자로 줄이면 ‘마음 심(心)’자다,“ 따라서 우리 각자의 ‘마음(心)’이 바로 ‘불교(佛敎) 경전(經典)’이다.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經板)>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經板)>

‘대장경(大藏經)’은 ‘팔만사천법문’이란 뜻이다. 
경판(經板)은 모두 81,258판(板)이며 글자는 52,000,000자다. 경남 합천 해인사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보다. 고려 고종 때 15년간(1236년~1251) 몽골군의 외침(外侵)을 부처님 가피(加被)로 막기 위해 만든 팔만대장경은 60% 이상이 산벚나무로 만들어졌다. 석가모니의 설교를 기록한 경장(經藏), 율장(律藏) 그리고 불제자들의 논설을 모은 논장(論藏)을 망라했다. 

6.25 전쟁 기간 중인 1951년 12월 18일, 북한 인민군 은거지인 합천 해인사를 폭파하라는 미 연합군사령부의 작전명령이 떨어졌다. 김 영환 편대장(대령/1921~1954)은 네이팜탄(Napalm彈)과 로켓탄을 4대의 전투기에 장착하고 있었다. 

벤젠, 파라핀, 셀룰로이드 따위의 불이 잘 붙는 기름으로 만들어진 소이탄(燒夷彈)의 일종으로 살상력이 뛰어난 네이팜탄은 단  한 개만 투하해도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은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변해 버릴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김 영환 편대장은 미 연합사령관의 해인사 폭파 명령을 단호히 거부했다. 해인사와 뚝 떨어진 곳에 기관총만을 발사했다. 해인사를 폭파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은 당시 가야산 일대에 있던 인민군 낙오병과 유격대의 근거지를 없애기 위함이었다. 

6.25 전쟁 당시 가야산(伽倻山) 일대에는 인민군 유격대가 있었다. 당시 해인사 주지 효당 스님은 유격대 지도부와 담판을 통해 "당신들이 이곳에 있으면 미군에게 찬란한 민족문화의 보고인 해인사를 폭파할 빌미를 주는 것이니 떠나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난 후 인민군 유격대는 얼마간의 양식을 얻어서 해인사를 떠났다고 효당 스님은 증언했다. 

김 영환 공군 전투기 조종사(1921~1954) 
김 영환 공군 전투기 조종사(1921~1954) 

6.25 전쟁 중 전시 작전권이 없는 대한민국 국군으로서는 미군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즉결 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목숨을 걸지 않고는 할 수 없는 항명(抗命)이었다. 작전명령을 거부하고 해인사와 대장경을 지킨 영웅은 당시 31세의 김 영환 장군(당시 대령)이다. 

합천 해인사와 대한불교 조계종은 1997년 장경판전 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김 영환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추진, 2002년 6월 해인사 입구에 김 영환 장군 공적비를 세웠다.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의 유래다. 
김 영환 전투기 조종사가 형수를 만나러 갔다가 형수의 붉은 색 치마를 보고 “그 치마 천이 남았으면 내 마후라 하나를 만들어 주세요. 전투기 조종사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요”라면서 형수의 치마를 가위로 잘라갔다는 게 실화(實話)다. 

6.25전쟁 100회 출격한 김 두만 공군 제11대 참모총장
6.25전쟁 100회 출격한 김 두만 공군 제11대 참모총장

조선일보(2023.2.18. B2면) 인터뷰 기사에서 6.25 전쟁 때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했던 김 두만 총장(96세, 1927년생)이 역사적 사실을 밝혔다. 

“1954년 3월 5일, 대한민국 김 정렬 초대 공군참모총장 동생인 김 영환 장군이 제 10전투비행단 창설 행사에 경남 사천에서 F-51D 전투기를 몰고 강릉으로 이동 중 갑작스런 악천후로 인해서 교신두절과 함께 묵호 하늘에서 산화(散華)했다” 

대한민국 하늘을 지키는 공군 출신으로서 김 영환 장군이 한 줌 잿더미가 될 뻔한 UNESCO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을 구해낸 역사적 진실과 전투기 조종사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가 김 영환 장군에게서 유래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러한 역사적 진실을 대한민국 공군 보라매와 젊은이들 특히 MZ세대 젊은이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역사적 진실이 청소년 학교 정규 교육과정 교과서에 실리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참 좋겠다.  

필자가 공군 작전병으로 복무(1968~1972)할 때 만났던 공군 전투기 조종사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다. 1969년 필자가 서울 상도동 장승박이에 있는 공지작전학교 김 필정 교장(공군대령, 전투기 조종사, 조종 간부 1기, 서울공대 재학 중 자원입대)을 모시고 일할 때 직접 들었다.

“6.25전쟁 당시 참전, 무스탕 전투기 조종사로 평양 상공에서 맨손으로 폭탄을 투하해서 대동강 철교를 폭파했던 그 순간이 참으로 슬펐다“고 말씀하셨다. 김 필정 AGOS 교장님 임종 직전에 필자의 팔찌를 빼서 그분의 손목에 채워드렸다. 

그리고 전 형일(전투기 조종사, 조종 간부 1기) 대한민국 공군 작전사령부 장군을 비롯한 
왕 현식, 손 만화, 강 신구(영화배우 강신성일 형), 이 병욱, 정 함채, 김 종무, 오 승환(이 웅평 귀순 조종사처럼 북한에서 귀순), 김 두선, 강 영식, 이 강운, 최 용호, 이 인영, 정 용택, 손 동희 공군 빨간 마후라 전투기 조종사 여러분과 서울, 오산, 월남 사이공, 나트랑에서 같이 일했던 옛날이 그립기만 하다. 

삼일절 104주년을 맞는 2023년 3월1일 아침이다. 조국을 수호(守護)하다 돌아가신 순국선열(殉國先烈)과 호국영령(護國英靈)의 명복(冥福)을 빈다. 조국 하늘을 지키다 산화(散華)한 수많은 전투기 조종사와 진짜 사나이 김 영환 전투기 조종사에게 합장(合掌)한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공군 병17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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