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대기업 아니면 갈 곳 없는 구직자...배달기사에 몰리고 외국인·로봇과 경쟁
[초점] 대기업 아니면 갈 곳 없는 구직자...배달기사에 몰리고 외국인·로봇과 경쟁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3.03.14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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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로 단순노무 종사자 빠르게 증가
역대 최초로 단순노무 종사자 400만명 선 넘어
일자리 개수, 시장 변화에 따라 시대별로 달라져
중급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대기업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들 다수가 단순노동 저숙련 일자리로 편입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자리는 로봇 등 기술 발달에따라 다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저숙련,중숙련 근로자들의 대량 실업이 우려되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직업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하고 일자리의 수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회적인 흐름에 따라 특정한 일자리의 수는 많아지고 또 다른 일자리는 그 개수가 감소하다가 소멸 단계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직업과 일자리는 사회적 변화에 큰 영향을 받고 민감하게 반응하여 달라진다. 

그렇다면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 사태는 우리의 일자리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을까? 조사 결과 코로나19 이후로는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비대면 일자리는 빠르게 늘고 대면 일자리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영위기를 겪은 기업들이 중숙련 일자리를 중심으로 긴축 경영에 나서면서 일자리를 잃은 다수가 배달기사 등 단순노무 일자리로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는 이러한 변화가 사회적으로 일자리 양극화와 소득 수준의 격차를 지금보다 더 크게 벌릴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앞으로 기술의 발달에 따라 중숙련 일자리, 일부 단순노무 일자리의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숙련일자리의 자리로 넘어가지 못한 중간 수준의 근로자, 구직자들이 일자리가 하향평준화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이러한 형상이 심화될 경우 고학력 구직자가 많은 국내 취업자들은 대기업 입성을 꿈꾸며 대규모 장기실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취업 취약계층인 경력단절여성, 저학력·무경험 청년 구직자, 고령 근로자들의 경제 불안 등 다발적인 사회 문제가 발생될 수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직무교육과 재취업지원서비스의 확대가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 배달 수요 늘자 단순노무 일자리 400만명 돌파...배달 줄면 어쩌나 
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단순노무 종사자는 크게 늘었다. 통계가 작성된 2013년 이후로는 최초로 400만 명을 넘겼다. 

단순노무 종사자는 직전년도보다 12만 명이 증가한 404만 500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단순노무 종사자 수는 빠르게 급증해 지난 3년 사이 늘어난 단순노무 종사자 수만해도 50만 명을 넘긴다. 

지난 2019년 5만 1000명 증가에서 코로나 사태 첫해인 2020년 18만 4000명으로 크게 늘었으며 2021년에는 20만 7000명을 기록했다. 2022년도에는 전년보다 12만명이 증가했다. 

지난해 단순노무 종사자 수는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51만 1000명(14.5%)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가 2712만 3000명에서 2808만 9000명으로 96만 6000명(3.6%) 늘어났는데, 단순노무 종사자가 전체 증가분의 52.9%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증가율은 4배가 넘었다.

이처럼 단순노무 종사자가 크게 늘어난 지점과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지점이 맞물린 것은 코로나19가 일자리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증빙이기도 하다. 

늘어난 단순노무 종사자 중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배달 기사다. 비대면 문화가 빠르게 퍼지면서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배달음식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이 과정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저숙련, 중숙련 노동자도 빠르게 뛰어들 수 있는 배달기사 시장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특히 배달기사 일자리는 플랫폼을 토대로 한 특수고용형태종사자로 경우에 따라서는 고소득일 올릴 수 있어 저임금을 받고 있거나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중숙련 사무직 근로자들도 대거 유입되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 기술발달·외국인근로자 유입으로 내국인 단순노동 일자리 감소 우려 → 장기 실업과 소득 격차 늘릴까
앞서 말했든 사회적 흐름에 따라 한 시기에 특정 일자리의 증가와 감소는 필연적이 일이다. 수요가 늘면 공급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화에 따라 제조업의 일자리가 크게 늘거나, 관광업이 주된 먹거리인 국가에는 관련 산업과 일자리가 주를 차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점은 증가한 일자리가 근시일내 기술발달에 따라 사라질 것으로 위협받는 일자리라는데 있다. 크게 증가한 단순노무 일자리가 시한부 단기 일자리라는 것이다.

특히 특별한 기술 없이 한 시점에 크게 증가한 수요에 의해 단기적으로 늘어난 일자리인 만큼 수요가 다시 줄어들었을 때 이들의 일자리는 언제든 축소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노무 일자리인 까닭에 이들이 다른 일자리로 전입하고자 할때 종전 일자리에서 습득한 기술이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또 다른 문제점을 낳는다. 일자리 소멸이 곧바로 실업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코로나19 이후로 수요가 크게 늘면서 급증했던 배달기사들은 일찌감치 생존을 호소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수수료 증가에 반감을 느낀 소비자가 대거 시장을 이탈하며 배달기사 수는 크게 늘었는데 그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라디어유니온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이용자가 감소하고 무분별한 라이더 추가 모집이 이어지면서 최소 배달 건수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 일감이 없어 배달료 삭감을 당하고 있다는 라이더들의 호소도 이어진다"며 플랫폼 기업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단순노무 일자리의 근로자들은 수요 감소에 따른 일자리 감소의 위협 외에도 기술의 발달과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와도 경쟁을 이어가야 한다. 

무인기계, 로봇,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가장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단연 단순노동 일자리다. 일하는 패턴이 정형화되어있고 복잡한 기술과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는 자동화시스템, 무인 기기, 로봇 등이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현재 기술력은 진보된 상태다. 

이미 마트 캐셔나 영화관, 식당의 종업원은 키오스크로 대체된지 오래고 이제는 서빙과 배달, 상담 업무 까지도 인공지능과 로봇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위협은 대기업, 고숙련 일자리로 편입되지 못하는 중숙련 근로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고학력 인구가 많은 경우에는 단순노동일자리 마저도 외국인 근로자와 경쟁해야한다. 고학련 구직자의 경우 최소 희망 연봉과 복지 수준이 단순노동 일자리에서 제공할 수 있는 수준보다 높기 때문에 기업, 사용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의 더 낮은 인건비를 제공하면 되는 외국인근로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의 선호도를 떠나 애초에 고학력 구직자가 단순노동 일자리는 외면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자리는 외국인근로자의 영역이 되어버리는 사례도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다. 

근 10년전만 하더라도 일본의 10대~20대 청년세대가 했던 아르바이트 일자리였지만 청년세대의 취업 기피 시기를 껵은 이후 현재는 외국인 근로자의 일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일본과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같은 전차를 밝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장기적으로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얻지 못한 청년세대가 노동 단절을 겪으며 내국인의 실업률 증가로 이어질 수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소득 상위층과 하위층의 격차가 OECD 국가 중에서도 매우 큰 편에 속한다. 눈부신 경제 성장을 겪었지만 대기업, 정규직 위주의 노동시장이 해마다 임금격차를 키워온 까닭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기업 규모별 평균 소득 자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두배 이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 달 28일 발표한 '2021년 임금근로자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영리기업 가운데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은 월 563만원(세전 기준)으로 1년 전보다 6.6%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은 266만원으로 2.9% 늘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소득 격차는 2.12배로 벌어지며 두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 근로자가 평균 563만 원의 월 소득을 올릴 때 중소기업 근로자는 266만 원을 벌며 297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소득 구간별로는 저소득에 속하는 150~250만원 미만 구간의 근로자 비율이 26.3%로 가장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월 소득 1000만원 이상을 버는 3.1%의 근로자가 중위소득을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위소득은 임금근로자를 소득순으로 일렬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소득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같은 자료에서 2021년 중위소득은 8만원 증가한 250만원으로, 임금근로자의 월 평균 소득은 13만원 증가한 333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와같이 이미 대기업-중소기업, 직무별 임금격차가 큰 상황에서 단순노동 일자리의 증가는 극 격차를 더 크고 빠르게 벌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은 2019년 기준 OECD 31개국 중 7위로 상위권에 속한다. 불운한 사실은 지난 2019년 이후에도 소득격차는 꾸준히 벌어지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도 그 간극은 계속 벌어질 것이라는 데 있다. 

한편 정부는 이와같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연공급형 임금체계 개편, 연금개편 등 노동개혁을 필수 핵심과제로 삼고 올해부터 그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일자리별 임금 차이, 기업의 지불 능력들을 선제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직무급제 전환 등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이 대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에만 영향을 미칠 뿐 근본적인 임금격차 문제를 해소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대성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직무급제나 중소기업 복지지원도 중요하지만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라고 지적하며 "단순노동 일자리가 중급 일자리로, 중급일자리가 고급 일자리로 전향될 수 있도록 학령인구의 교육과 직업교육이 먼저 개선되어야한다"고 전했다. 

이어 "재취업지원서비스의 확대를 통해 기술 개발, 수요 감소에 따른 일자리 상실이 장기 실업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기업 근로자 뿐 아니라 전 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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