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22] 몸이 아프고 보니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22] 몸이 아프고 보니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5.02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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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얼마 전 샤워하던 중 허리가 삐끗하면서 시작된 신경통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정형외과에서 신경 주사도 맞고, 한방 병원에서 벌침까지 맞고 몇 차례 물리치료도 했지만, 다리 통증은 여전하다. 

결국 지인 소개로 천안 큰 병원에 가서 MRI를 찍어 보니 허리 디스크가 빠져나와 신경을 눌러서 통증이 있고 협착증 증상도 있다고 하면서, 어디서나 치료 방법은 세 가지밖에 없다고 했다. 

소염진통제와 물리 치료, 주사 치료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술인데, 수술은 권하지 않고 일단 한 달쯤 약을 먹어보고 그래도 통증이 계속되면 주사 치료를 해보자고 하여 지금 약을 먹고 견디고 있다.

걷거나 오래 서 있으면 통증이 있지만, 앉아서 일을 보거나 누워서 잠을 잘 때는 통증이 심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된다.

생애 설계와 관련된 강의 중 건강 부분에 대해 언급할 때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은 것이다”라는 구절을 큰 소리로 함께 읽게 하면서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몇 년 동안 의식도 없이 병원에 누워만 지냈던 고 이건희 회장의 예를 들면서 조(兆)가 넘는 재산이 있어도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게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늘 남의 얘기처럼 여겼는데 막상 내가 몸이 아파 보니 정말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는 걸 절실하게 느끼며, 몇 가지 깨닫게 된 것들이 있다.

우선 몸이 아파 보니 욕심이 없어졌다. 
세상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재물, 명예, 권세 등을 얻는 것이 성공한 삶이고 잘 사는 길이라고 부추긴다. 그러다 보니 분에 넘친 욕심과 도전으로 좌절을 맛보는 사람들도 많다.

욕심이란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즉 자신의 형편, 능력, 여건보다 과한 것을 탐내는 마음이 욕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나이가 되어 보니 주제 파악을 하게 돼서 될 것과 안 될 것, 소유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정리할 수 있는 지혜는 습득한 듯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나이, 형편 그리고 여건이 한계를 그어주고 있다. 

물론 나이를 어지간히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무엇이 되려고 하거나 일확천금을 기대하며 노욕을 부리는 사람도 주변에 있지만, 내 경우에는 많이 내려놓고 정리했다.

이 나이에 감투 욕심은 과욕이고, 둘만 사는 집이 클 필요가 없고, 목돈이 들어갈 때도 없고 먹는 것도 소소하니 많은 돈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렇지마는 굳이 욕심내는 것을 들라고 하면 차를 바꾸고 싶은 생각은 있다. 

나이가 들수록 안전에 관한 생각이 점점 높아지면서 일반 승용차보다는 중형 SUV 차를 타면 더 마음 편히 운전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소박한 욕심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기능과 안전이 강화된 새 차 출고에 관한 소식이 있으면 귀를 쫑긋거리며 관심을 가졌었는데, 몸이 아프다 보니 그 욕심이 소원해졌다. 

다리 통증으로 5분 이상을 걷기 힘드니 차를 타고 나가는 것도 귀찮아지면서 자연스레 차에 대한 관심과 욕심도 멀어져 간다. 

성경에서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야고보서 1: 14~15) 라고 하면서 욕심을 경고하고 있는데, 욕심이 없어져 미혹되지 않고 죄를 짓는 기회를 멀리하게 되었으니, 몸이 아픈 걸 고맙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또한 몸이 아프니까 겸손하게 되었다.
내 스스로 성숙해지면서 겸손해진 게 아니라 몸이 아프면서 어쩔 수 없이 겸손하게 되었다. 특히 몸에 대한 생각이 겸손하게 바뀌었다.

여러 해 전 헬스를 시작한 후 몇 달이 지나 몸 여기저기 근육이 붙게 되자, 피트니스 대회에 도전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헬스장 관장하고 상의하니, 당장 식이요법을 하라고 권유한다. 밥이나 밀가루가 포함된 탄수화물을 일절 금하고 계란 흰자와 닭가슴살만 먹고 배가 너무 고프면 고구마를 먹으라고 했다. 

결국 극단적인 식이요법은 신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사의 만류로 포기하긴 했지만, 운동을 계속하면서 몸매를 유지해 왔다. 나름 몸매 관리를 하다 보니 은연중에 다른 사람들의 몸과 비교하는 버릇이 생겼다. 

매일 온천욕을 하며 다른 사람의 적나라한 몸을 보면서 비만이면 무절제하거나 게으른 사람으로, 깡마른 체형이면 영양 상태를 걱정하며 연민의 눈으로 보면서 은근히 자만심을 가졌다.

그런데 몸이 아파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교만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건강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사람이 부럽고, 나보다 낫게 여겨졌다. 중요한 건 체형이 아니라 마음대로 걸을 수 있는 건강이라는 걸 절감하면서 겸손하게 됐다.

세계 보건 기구는 건강을 ‘신체적으로 병이 없는 상태이면서, 정신적, 사회적으로도 안녕인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몸이 멀쩡해도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지만, 신체적으로 병이 없는 상태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누군지 알게 된 것은 몸이 아프면서 얻은 덤이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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