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빚에 허덕이는 위기의 자영업자, 최저임금 1만원 앞두고 '암담'
[초점] 빚에 허덕이는 위기의 자영업자, 최저임금 1만원 앞두고 '암담'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3.05.04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한폭탄 같은 자영업자 대출 상황, 1000조 규모 돌파
자영업 대출 절반 이상이 3건 이상 대출 엮인 '다중 대출', 금융부실 우려
대출 상환 앞두고 암담한데 공공 요금·최저임금 인상까지 줄줄이 엮인 미래
물가 인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매출 감소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이 최저임금 동결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물가 인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매출 감소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이 최저임금 동결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해소된지 오래지만 여전히 자영업자의 시름은 깊다. 대면 산업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며 매출도 점진적으로 다시 늘고 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상환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024년 최저임금 결정을 둔 논의가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인건비가 다시 폭탄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번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의 지난해 4분기 말 대출 규모는 1019조 8000억원 수준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 규모가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것이다. 

더군다나 대출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6.4%는 여러 대출을 겸하고 있는 다중 채무자로 드러나 빚으로 빚을 갚는 폭탄 돌리기가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 한해 동안에만 110조6000억원(12.2%) 증가했다. 고금리인 상황 속에서 자금 능력이 낮은 자영업자가 무리해 빚을 내야하는 이유는 하나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기존의 빚을 해결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빚을 상환하기 위해 다른 대출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대출 규모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가 비대해지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악재다.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가 커지는 것이 곧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에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은 지난 2월 기준 전월 대비 0.08%p 올랐으며 기업 대출 중에서 대기업 0.09%에 비해 중소기업은 0.47%로 높은 연체율을 보였다. 

고금리에 빚더미에 앉은 자영업자들이 1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제2, 제3 금융권 대출에도 발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 대출자 10명 가운데 6명은 3개 이상의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로 드러났으며 전체 자영업 대출의 70% 이상이 다중채무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군다나 2020년부터 다섯차례 가까이 연장되며 지원받았던 금융지원과 상환 유예 조치가 오는 9월부터 종료를 앞두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이미 절벽 앞 자영업자, 더 이상 줄일 여력이 없다
고금리, 매출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악재 속에서 자영업자들이 졸라 멜 수 있는 허리띠는 하나 뿐이다. 바로 인건비 뿐이다. 전기, 가스 등 공과금이나 물가 인상으로 인한 원가 상승 이로인한 매출 감소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1인 경영을 유지하거나 피크 타임에만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기 위하 분투 중이다. 

이에따라 자영업자 가족경영은 갈수록 쇠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남편, 아내와 함께 가게를 경영하는 경우들이 많았다면 둘 중 한명은 임근근로자로 전향하는게 대세가 된 것이다. 순익이 줄면서 임금 근로를 통해 소득을 얻는 것이 가계 경영에 더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자영업자의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 1단계에서는 고용을 줄여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바뀌고, 상황이 더 나빠지면 무급가족종사자도 가계 수입을 늘리기 위해 임금근로자로 넘어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무급가족종사자는 지속적으로 줄면서 올해 3월 기준 86만 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만 4000명 수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4월 코로나 발생 이후 36개월째 내리막이다. 전체 취업자 중 무급가족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그친다. 

반면 임금근론자는 꾸준히 증가해 전년대비 74만 9000명이 증가한 2150만 2000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수는 다소 쪼그라들었는데 2002년 621만 2000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자영업자 숫자는 지난해 563만 2000명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을 하거나 가족의 사업장에서 무급으로 일하던 이들이 대다수 임금근로자로 편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경제계와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산정을 두고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을 요구하는 반면 노동계의 요구안은 최저임금 1만 2000원을 제시하고 있다. 올 여름 전기 인상 등 공공요금 인상에 이어 인건비까지 또 한번 대폭 높아질 수 있다는 걱정에 자영업자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달 서울 여의도 소공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 동결과 차등 적용, 주휴수당 폐지 등을 간곡히 주장했다. 빚 더미에 나앉은 자영업자들의 매출 수준과 현실적인 환경을 고려해 달라는 읍소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소공연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2023년 9620원으로 수직 상승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영업이익은 43.1% 줄었다”며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감안해달라"고 요청했다.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자영업자들 다수가 무인 기기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자영업자들 다수가 무인 기기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를 옥죄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일자리 영향을 받는 것은 아르바이트생을 비롯한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저임금 근로자다. 대부분 단순노무직이나 편의점, 식당 등에서 간단한 업무를 하는 이들이 다수다. 문제는 인건비 인상에 따라 사업장을 운영하는 이들이 직원 고용을 꺼리게 되면서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최저임금이 27.8% 수준 인상되는 동안 서빙 로봇, 키오스크 기기, 무인 점포는 대폭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그 증가세는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대성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들 만큼 영세 자영업자도 사회적 약자이자 취약계층이다. 또 우리나라의 전체 취업 인구 중 2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정상적인 경영을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국가가 책임져야할 역할이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