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싸가지(仁義禮智)와 한턱 쏘다 
[전대길 CEO칼럼] 싸가지(仁義禮智)와 한턱 쏘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5.31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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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최근 국회에서 의원들끼리 "싸가지가 없다“며 서로 삿대질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그들이 “싸가지의 뜻을 제대로 알고서 큰소리를 냈을까?”란 의문이 간다. 

“싸가지 없다”는 “싹수없다”란 말이다. “싸가지는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를 속되게 이르는 말 또는 그러한 예의나 배려가 없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싸가지’는 전라도 사투리로 ‘소갈머리’이다. ‘인의예지(仁,義,禮,智)’ 4가지를 갖추지 못한 사람이 ‘사(4)가지 없는 놈’이며 ‘싸가지 없는 놈’으로 발음이 변화한 것이다.    

한대(漢代)의 동중서(董仲舒)가 맹자(孟子)의 인(仁)·의(義)·예(禮)·지(智)에 신(信)을 보태어 5가지 덕목(德目)을 집약한 게 사람이 갖추어야 할 오상(五常)이다. 

따라서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 5가지 덕목인 ‘오상(五常)’을 바탕으로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1342~1398)’이 설계해서 한양도성(漢陽都城)을 건립했다. 한양도성은 인간이 갖춰야 할 덕목(德目)에 따라서 세워진 것이다.  

동대문은 '인(仁)'을 일으키는 문이라 해서 흥인지문(興仁之門)이다.  
서대문은 '의(義)'를 두텁게 갈고 닦는 문이라 해서 돈의문(敦義門)이며 
남대문은 '예(禮)'를 숭상하는 문이라 해서 숭례문(崇禮門)이다. 
북문은 '지(智)'를 넓히는 문이란 홍지문(弘智門)인데 그 위치가 몇 차례 바뀌었다.  
위 4개 문(門)의 중심에 '믿을 신(信)'자를 넣어 보신각(普信閣)을 세웠다.  

‘인(仁)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이며 불쌍한 것을 가엾게 여겨 정(情)을 나누는 마음.  
‘의(義)는 수오지심(羞惡之心)’으로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악(惡)을 미워하는 마음,  
‘예(禮)는 사양지심(辭讓之心)’이다.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며 남을 위해 사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다. 
‘지(智)는 시비지심(是非之心)’으로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이다. 
‘신(信)은 광명지심(光名之心)’으로 마음의 중심을 잡고 믿음을 주는 마음이다. 

정도전(鄭道傳)이 도시계획을 수립한 한양도성 건립에 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본다. 
1392년 조선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개국하고 개경에서 한양으로 서둘러 수도를 천도하고 한양 도성 건립을 추진했다. 

한양(漢陽)은 한반도의 중앙(中央)에 위치하고 남쪽에 한강(漢江)이 흘러서 수로 교통이 편리하고 우람한 명산들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要塞)이다. 뿐만 아니라 지방색이 약하며 풍수지리적으로 명당(明堂)임을 바탕으로 최종 천도지(遷都地)로 결정되었다. 

조선 태조 4년(1395년) 도성축조도감을 설치했다. 정도전이 궁궐과 종묘(宗廟), 사직(社稷)을 배치하고 한양을 방위하기 위한 성곽(城郭)을 쌓고 4대문과 4소문을 배치했다. 결정된 4대문은 동쪽의 흥인지문, 서쪽의 돈의문, 남쪽의 숭례문, 북쪽의 숙정문이고, 4소문은 동북의 홍화문, 동남의 광희문, 서북의 창의문, 서남의 소덕문이었다. 

정도전(鄭道傳)의 한양 건설 설계도는 주례(周禮)의 동관고공기(冬官考工記)에 나오는 국도조영(國都造營)의 원리에 따라 자연환경에 순응하는 것이었다. 

북악(北岳)을 주산(主山)으로 삼아 바로 아래 중앙에 정궁(正宮)을 세우고 좌묘우사(左廟右社)의 원칙에 따라 궁궐 좌편에 왕실의 조상신을 모시는 종묘(宗廟), 우편에 토지와 곡식을 주관하는 사직단(社稷壇)을 배치했다. 

지금의 태평로에 해당하는 광화문 남쪽 육조거리는 길이가 600m, 폭이 60m, 좌우로 도평의사사(議政府)와 6조(이, 호, 병, 예, 형, 공), 의흥삼군부와 사헌부 등 중앙관청을 배치했다. 남쪽에 동서의 대로(동대문과 서대문을 연결하는 종로)를 닦아 상가가 들어서는 시가지(市街地)를 조성했다. 

종로, 운종가(雲從街)를 중심으로 북쪽인 북촌(北村)에는 관청과 상류층 주택이 형성되었다. 남쪽의 남촌(南村)에는 상인이나 하류층의 거주지가 형성되었다. 

  홍지문(弘智門)
  홍지문(弘智門)

그런데 ‘숙청문(肅淸門)’, ‘숙정문(肅靖門)’을 거쳐 ‘홍지문(弘智門)’으로 이름이 바뀐  유래를 알 필요가 있다. 유교에서 북쪽의 지(智)는 시비지심(是非之心), 즉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선악(善惡)을 구별할 줄 아는 슬기로운 마음이다. 

그러나 그 당시 권력을 가진 사대부들은 백성들이 옳고 그름을 가리는 시비지심으로 똑똑해지면 정치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서 북쪽의 홍지문 건립을 반대했다. 

결국 1396년(태조 5년) 홍지문 대신에 ‘개혁(改革)과 정화(淨化)’라는 의미를 지닌 숙청문(肅淸門)을 북쪽에 세웠다. 그러나 그 문을 열어놓으면 여성의 음기(淫氣)가 강해진다고 해서 평소에는 그 문을 닫아 놓았다. 

산속에 있는 숙청문을 드나들며 남녀가 숲속에서 풍기 문란하게 노는 게 좋지 않다는 점과 임금의 궁궐 뒷산을 보안상 출입을 봉쇄할 필요성도 작용했다. 

1504년(연산군 10년) 숙청문을 폐쇄, 원위치에서 동쪽으로 지금의 자리(삼청터널 위쪽)로 옮겨서 ‘숙정문(肅靖門)’을 세웠다. ‘숙청(肅淸)’보다는 어감이 부드럽지만 ‘숙정(肅靖)’도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잡음’이란 뜻이다. 

이 문은 약 200년 후 다시 옮겨졌다. 1715년(숙종 4년) 지금의 세검정 길가인 홍제천 위(상명대학교 앞쪽)에 세운 수문인 한북문(漢北門), 즉 탕춘대성(蕩春臺城)의 성문에 홍지문(弘智門)이란 현판을 숙종이 친필로 써서 달았다. 

정도전이 구상했던 홍지문의 수난을 매듭지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때 홍지문이 홍수로 유실되었다. 오늘날 세검정 근처에 있는 홍지문은 1977년에 복원(復元)할 때 고증(考證)이 부족해서 인왕산 쪽이 절단된 채 복원되었다. 

그리고 최근 세간에 화제가 되는 “한턱 쏘다”, “한턱내다”에 관해서 살펴보았다.   
"오늘 저녁에 내가 한턱 쏠께!"라고 동료에게 말하는 직장인이 있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한턱인지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없고 그 기준이 애매모호(曖昧模糊)했다. 

“한턱 쏘다”의 표준어는 “한턱내다”'이다. “공돈이 생겨서 친구들에게 한턱내다”라는 말처럼 “남에게 푸짐하게 한번 음식을 대접하다”란 뜻이다, '(명사)한턱(한+턱)+(동사)내다'의 '합성어'이며 동사이다. '한턱내다'로 붙여 쓴다. 

'한턱 쏘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비표준어'다. 
이와 관련해서 '국립 국어원'에서는 「'한턱 쏘다'에 관한 어원 자료가 없어 정확한 답변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다. 참고로 '한턱 쏘다'는 '(명사)한턱'과 '(동사)쏘다'가 각각의 단어이므로 '한턱 쏘다'로 띄어서 써야 한다. 

그런데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한턱>에 관한 재미난 민사조정 판례가 나왔다.  
A와 B는 친구 사이다. A가 B에게 “내가 한턱 쏠게!”하고 A와 B가 술집에 함께 가서 술을 마시고 나서 A가 계산을 하려다 보니 술값이 자그마치 900,000원이 나왔다. 

그래서 A씨가 친구인 B씨에게 “내게 너무 부담되니 같이 나눠 내자”고 제안했다.  이에 B는 “A가 한턱내겠다고 했으니 나는 못 내겠다“고 완강하게 거절했다. 

A와 B는 서로 언쟁을 벌이다가 A가 경찰에 고소했는데 법원에서 소액 심판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조정 판결이 세인(世人)의 눈길을 끈다. “‘한턱’이란 처음에 주문한 것이 한턱이므로 추가된 것은 나눠서 내야 마땅하다“라는 판결이다. 

“최초로 주문한 200,000원은 한턱내겠다는 A가 부담하고 나머지 700,000원은 각각 350,000씩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결국 A는 550,000원, B는 350,000원을 부담했다. 

앞으로 친구에게 한턱낼 때는 처음에 “소주 한 병과 밥 한 그릇을 먼저 주문하자” 그리고 친구가 한턱 낸다고 할 적에는 처음에 “삼겹살에 소주, 맥주 그리고 냉면까지도 미리 시키자”고 풍문(風聞)에 들려온다. 요즘 세상살이가 요지경(瑤池鏡)이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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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종 2023-07-28 16:44:48
'한턱 쏘다'는 '한턱 쓰다'를 잘못쓰고 있는 것입니다.
한턱내나 만큼 한턱쓰다 도 많이 썼습니다.
전에는 주변 모든 사람들이 "이번에는 내가 한턱 쓸게, 다음엔 자네가 한턱 써" 이랬는데,
언제부턴가 TV에서 쏘다, 쏴라 이게 유행하더니 '한턱쏘다'가 더 많이 쓰게된 기억이 있습니다.

코미디, 드라마, 연예인, 인터넷커뮤니티에서 잘못 쓰는 말들 문제가 많습니다.
'고급스럽다'를 '고급지다'라 하고, '역대급 재난' 처럼 말도 안되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고... 방송에서 또 이런 말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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