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앞에선 지원 운운, 실제론 뒷걸음질 치는 경단녀 대책
[초점] 앞에선 지원 운운, 실제론 뒷걸음질 치는 경단녀 대책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3.06.05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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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되는 저출산 이면엔 경력단절 두려운 여성 선택 한몫
경단녀 취업 지원 위한 예산 올해 0.8% 증가에 그쳐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재진입을 돕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려왔다. 사진은 취업박람회에 참여한 여성 구직자의 모습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재진입을 돕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려왔다. 사진은 취업박람회에 참여한 여성 구직자의 모습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산 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딱히 이렇다 할 해결법을 찾지 못한 채 국가 소멸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중이다. 달라진 사회 환경, 여성의 인식 변화 등 저출산과 관련된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중 무시  못할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일자리와 관련된 때문이라는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두려워한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이와 관련된 각종 통계나 조사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자녀를 가진 여성들이 미혼 여성에 비해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비율도 훨씬 높고 경력단절을 야기한 주 원인 역시 자녀인 경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제대로 된 육아정책이 존재하기만 한다면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출산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로선 그렇지 못하다 보니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게 되고 이로 인해 저출산이 심화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 역시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와 관련해 경단녀 대책에 나선다고는 하지만 실제론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이어지는가 싶던 지원마저 최근 들어 주춤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어 더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 경단녀 고용률 선진국 수준 되면 고숙련 서비스업 15만명 고용 증가

자녀가 있고 없고에 따라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제공 여성가족부
경력단절이 발생한 여성에 대한 고용률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경우 고숙련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15만명 수준의 고용 증대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료제공 한국은행

정부 역시 경력단절 여성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는 하다. 지난 5월 17일, 취임 1주년을 맞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 기자실에서 진행된 간담회 자리에서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끊기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여성 정책이자 저출산 대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과 경력단절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을 만큼 사태의 경중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당연한 일이다. 저출산과 여성의 경력단절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경쟁력과 밀접하게 관련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율 제고는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앞둔 한국에 국제기구가 권고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책 중 하나일 정도로 여성 인력의 경제 참여는 선진국 기준에서는 필수적인 일이다. 따라서 여성 경력단절 문제는 단순한 사회 현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한 국가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뜻이다.

지난 5월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경제연구: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산업별 고용인력 변화와 정책대안별 효과 추정–여성, 고령자, 외국인 고용확대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도 이런 사실이 잘 적시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 및 육아 문제로 경력단절이 발생한 여성에 대한 고용률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경우 고숙련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15만명 수준의 고용 증대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령화·저출산 심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향후 인력부족 현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여러 노동공급 확충방안이 논의되는 와중에 경력단절 여성의 활용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30~44세 여성의 경력단절을 줄이는 고용촉진 정책은 향후 고숙련 서비스업 고용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보육지원 및 휴직 혜택을 강화하여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고 여성에 대한 공정한 기회 제공과 남녀 임금격차 완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제안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를 앞서 경험한 선진국들은 이와 관련해 다양한 대책을 제시했고 결국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당연히 저출산 걱정에서 우리보다 훨씬 적은 근심을 안게 된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런 시도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의심케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모범 답안은 존재하지만 그를 제대로 써내려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 여성 경력단절 막는 것이 최고의 저출산 대책이라면서 왜?

자녀가 있고 없고에 따라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제공 여성가족부
자녀가 있고 없고에 따라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제공 여성가족부

정부의 대응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증거는 여타의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1일, 여성가족부는 만 25∼54세 여성 85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력단절여성법에 따라 3년마다 내는 국가승인통계인 '2022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25∼54세 여성 중 한 번이라도 경력단절을 겪은 사람은 10명 중 4명(42.6%)꼴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35.0%) 조사 때보다 7.6%p 늘어난 수치다.

예상대로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은 자녀가 없는 기혼여성보다 경력단절 경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일터를 떠난 직접적 요인으로 절반가량이 '긴급한 자녀돌봄 상황에서 대응방안의 부재'(49.8%)를 꼽을 만큼 육아가 경력단절에 가장 큰 이유임을 재확인시켜준 보고였다.

확실한 원인이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제시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지난해 3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0년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 42.5%가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여가부 발표와 대동소이한 내용인데 주목할 것은 경력단절 이유로 육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섰다는 부분이다. 

상식적으로 대처했다면 이 비중이 줄어야 옳지만 지난해 들어 이 수치가 더 늘어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 43.2%가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이와 관련된 해법은커녕 원상유지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쯤 되면 정부의 경단녀 대응책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또한 정말 그럴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해볼 요소도 있다.

이를 짐작케 하는 것이 바로 직접적으로 와닿는 예산 편성이다. 전국 159곳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중심으로 경력단절 및 구직여성에게 구직상담, 직업교육훈련 등을 지원해 주는 여성경제활동 촉진지원 사업의 올 예산이 743억 5500만원으로 지난해(737억 4100만원) 대비 6억 1400만원(0.8%)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 그렇다. 

주목할 부분은 증가세가 지난 몇 년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2017년 490억 260만원 ▲2018년 533억 1300만원(직전년 대비 8.7% 증가) ▲2019년에는 559억 7100만원(직전년 대비 5.0% 증가) ▲2020년에는 585억 1800만원(직전년 대비 4.6% 증가) ▲2021년 701억 7000만(직전년 대비 19.9% 증가) ▲2022년 737억 4100만원(직전년 대비 5.1% 증가)에서 확인되듯 여성경제활동 촉진지원 사업 예산은 최근 6년 연평균 8.3% 정도 관련 예산이 증가해왔다.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관심도를 설명해주는 숫자다. 그러던 것이 올해 들어 1%에도 미달하는 증가율을 기록한 것. 

주무부서 장관이 공언한 대로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끊기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여성 정책이자 저출산 대책이라는 말이 머쓱해지는 지점이다. 정부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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