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화 창구 닫힌 경사노위, 노동개혁 드라이브 막히나
[기자수첩] 대화 창구 닫힌 경사노위, 노동개혁 드라이브 막히나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3.06.08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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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시위 무력 진압에 반발해 경사노위 참여 중단 선언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해야..." 경사노위 측 입장문 표명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경히 밝히며 7년 5개월만에 전면 불참을 선언했다. 

최근 정부가 노조를 대상으로 한 회계 자료 제출 요구와 노조 간부에 대한 진압에 대한 반발이다. 한국노총은 오늘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발표를 통해 노동자를 적대시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 투쟁을 선언에 나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뿐만 아니라 노조의 날선 비판은 고용노동부로도 향했다. 한국노총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전면 지적하며 한국노총 사무처장 출신인 이 장관을 이른바 '족보에서 파겠다'라는 표현까지 언급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 5월 농성 중이던 노동조합원이 경찰봉에 머리를 타격당했던 사태가 전면 투쟁으로 이어지며 노동계는 배수진을 친 모양세다. 시위를 진행하던 중 무력으로 탄압되었다는 것이 분노의 쟁점이다. 

이들은 당초 완전 탈퇴까지 고려했으나 참여 중단으로 결론을 내렸다.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 중단을 선언한 것은 노동계와 정부 간 사회적 대화 창구가 무너진 것을 의미한다. 

노동계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중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경우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를 지난 1999년 탈퇴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화 창구에 유일하게 참여해오다시피 했던 한국노총마저 대화를 전면 거부함에 따라 정부에 가해지는 부담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사노위 측은 한국노총의 불참 발표 이후 '전쟁 중에도 대화는 이어진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한국노총의 입장을 존중하지만 산적한 노동개혁 과제 해결을 위해 대화에 다시 나서주길 희망한다'고 표명했다. 

경사노위의 언급에서도 나타났듯이 한국노총의 대화중단 선포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에 적지 않은 장애물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어떤 정책이라할 지라도 노동계, 경영계 양 측의 원만한 조율 없이는 시작 선을 밟는 것 조차 쉽지 않은 까닭이다. 

더군다나 이미 노동계의 대표로는 한국노총의 참여가 유일하다시피 해 이번 한국노총의 불참 선언은 경사노위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게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그러나 정부도 쉽게 한국노총의 요구에 응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윤 정부는 노동개혁의 적극적인 추진과 불법 시위, 노조의 불법적 요소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위치를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노사정 대화 창구가 완전히 막힌다면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고스란히 취약계층으로 이어지고 대 혼란을 야기할 것은 자명하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을 이어가는 동안 고통받는 것은 가장 말단에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불합리함을 걷어내겠다며 협상이나 논의와 같은 소통의 창구가 아닌 투쟁의 창구를 선택한 노동계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정부도 노동계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하는 순간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순항해야할 비행기에서 날개 한 축이 폭파된 것과 다름 없는 상황 속에 놓이며 정부가 향후 노동개혁을 어떻게 운항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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