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철부지(-不知)가 되지 마라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철부지(-不知)가 되지 마라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6.29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철부지(-不知)는 성인이 되어도 그 후에도 철이 아직 덜 들었거나 아직 세상 물정 등을 모르는 사람을 비꼬며 부르는 말이다.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을 다 철부지라고 부를 수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고 좀 유치한 행동을 하는 사람, 바른 행동 대신 아무렇게나 행동하거나 무계획적인 사람을 일컬어 철부지(-不知)라고 한다. 

철없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여도, 성공적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명심보감에 “풀뿌리도(草根知時) 때를 알고 때에 맞추어 잎이 피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다. 가을이면 옷을 벗고 봄이 되면 옷을 입는다.”고 했고 “때가 오면 순풍을 만나 이름을 세상에 들어내고 운이 없으면 애써서 만든 비석에 벼락이 떨어진다.”고 했다. 

우리 주변에 때를 모르는 철부지가 의외로 많다. 특히 여의도에는 철부지가 너무 많이 설쳐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게 마련이다. 해가 뜰 때가 있고 해가 질 때가 있다. 꽃이 필 때가 있고 꽃이 질 때가 있으며 씨앗을 뿌릴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다. 달도 차면 기운다. 역사에서도 문명이 흥성할 때가 있고 쇠망할 때가 있다. 

사람이 하는 일에도 사업을 시작할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고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가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의 승패를 가른 것은, 동남풍이 불어오는 때를 알아 화공전략으로 대승을 거둔다. 제갈량이 주술로 바람을 불게 한 것이 아니라 동남풍이 불어오는 때를 알고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밥도 먹을 때가 있고 약도 먹어야 할 때가 있고, 아침에 일어날 때와 밤에 잠을 잘 때도 따로 있다. 때가 아닐 때 음식을 먹으면 몸을 상하게 하고, 때를 놓치면 사후약방문이 되기도 하며, 제때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를 망칠 수 있고 잠을 제때 자지 않으면 건강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송나라 ‘주희’는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마라.‘ ’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 있다 말하지 말고./ ​금년에 배우지 않고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마라”고 배움과 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식에게 ‘공부 열심히 해라’하는 한마디 말을 해도 때에 맞추어 해야한다. 시도 때도 없이 ‘공부하라’는 소리를 하게 되면 잔소리밖에 안 된다. 그렇게 만사에는 때가 있다. 때가 이르지 않았는데 설치면 튀는 행동이라 비판받고, 때가 왔는데도 실행하지 못하면 실패자가 되거나 패배자가 될 수 있다. 

중국 주나라의 강태공은 10년이 넘는 세월을 기다리며. 때가 오기를 기다렸고. 자기 시절이 올 때까지는 ‘위수’가 에서 낚시를 드리우고 태산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때를 기다린 끝에 주문 왕을 만나고 자신의 의지를 펼칠 수 있었다.

도쿠가와는 승리의 순간을 목전에 두고서도 히데요시가 죽을 때까지 결코 칼을 뽑지 않았다. 은인자중하며 자기의 시절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때를 알았기 때문에, 아직은 자기의 시절이 아닌 줄 알았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었다. 그래서 역사는 때를 낚아채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왕건이 때를 무시하다 공산전투에서 대패하고 견훤이 때를 놓쳐 후백제를 망하는 길로 몰아갔다. 임진왜란은 전쟁에 준비하는 때를 놓쳐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23전 23승을 이루어낸 이순신 장군은 전투의 때를 잘 선택하고 준비된 전쟁을 하였기에 조선을 구해낼 수 있었다. 특히, 명량해전은 바다의 물때를 알아서 수많은 적선을 파괴하고 승리했다. 

때를 잘 활용한 것이 승리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기업이 혁신(革新)해야 할 때를 놓치면 망하게 된다. 리더가 물러갈 때를 모르면 끝내는 패가망신(敗家亡身)하고 만다.

‘노자’ 도덕경에 공성신퇴(功成身退)라는 말이 있다. '공을 이루었으면 몸은 후퇴한다'는 뜻으로 성공을 이루고 그 공을 자랑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로 공을 세운 뒤(功成)에는 스스로 자신은 물러 서야(身退)한 다는 뜻이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가철학자 노자(老子)가 한 말이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지니고서도 더 채우려는 것은 그만두느니만 못하다.
갈아서 더 날카로워지면 오래 보존할 수 없다.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하면 지킬 수 없고,
부귀하여 교만해지면 스스로 허물을 남기게 된다.
공을 이루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천도(天道)이다.’ 

시인‘이형기’는 낙화(落花)라는 시에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했다.

프랑스 황제였던 나폴레옹은 물러날 때를 놓치면서 돌이킬 수 없는 패배를 당하고 만다. 승리감에 도취해서 ‘모스코바’까지 진격했지만, 겨울을 대비하지 않아 그것이 사지(死地)의 길인 줄 몰랐다. 러시아의 매서운 추위는 나폴레옹 군대를 덮쳤고 철수할 때를 놓치는 바람에 뼈저린 패배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일에는 흥망성쇠가 있다. 전성기가 완전히 지나기 전에 스스로가 물러날 시기를 잘 정하여 물러나면 '박수‘를 받는다. 그러나, 판단 착오로 그때를 놓치고 몰락하는 모습을 보이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 상앙(본명, 공손앙)을 들 수 있는데. 진나라에서 수많은 업적을 세웠으나 세자의 불법행위를 징치(懲治)하고 난 후에도 진나라 법 및 여러 가지를 개혁했으나. 물러나는 때를 놓쳐서 새로운 왕이 된 세자에 의해 죽게 되고 말았다. 때를 실기하면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를 웅변하고 있다. 옛사람들은 이를 천시(天時)라고 했고 그렇게 ‘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때를 안다는 것은, 언제가 운(運)이 좋으냐 나쁘냐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행하는 것이며, 시간의 이치에 합당하게 선택하고 자신을 바람직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자리, 나의 삶의 현장에서 있어야 할 바르고 정확한 모습으로 위치하고, 내가 그 자리에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으면 때를 아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하늘과 자연의 이치에 맞는 섭리(攝理)인 것이다. 살아도 사는 뜻이 없고 뜻에 합당하지 못하며, 할 일이 없는 사람에게는 때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할 일이 분명히 있고 해야 할 일을 순리적으로 하고 있을 때, 때라는 개념이 성립한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하며, 어디로 가는가?’는 중요한 화두이지만 시간의 이치와 자신의 행위를 일치시켜 갈 수 있어야 한다. 

흔히 ‘때를 기다린다’다고 하는 것이 막연히 허송세월하면서 호시절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때를 위해 준비(공부하고 자신을 절차탁마하는 것)하고, 그리고 인내하는 것이 때를 기다리는 자의 도리인 것이다. 

도연명(陶淵明)은 잡시(雜詩)편에서 ‘盛年不重來/一日難再晨/及時當勉勵/歲月不待人’ 좋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고/하루에 새벽이 두 번 오지 않나니/때에 맞춰 부지런히 힘써야 하네/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네‘라고 읊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고 한다. 준비라는 것은. 언제든 때가 오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고 때에 맞춘 바른 모습을 설정하고 그 자리를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그 이상의 준비는 없다. 준비도 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철부지가 되지 말고 때를 알고 행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