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변화의 바람 속에 재검토되는 글로벌 공급망 전략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변화의 바람 속에 재검토되는 글로벌 공급망 전략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7.31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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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급격한 변화와 도전을 가져왔다. 특히 글로벌 물류와 공급망 분야는 이 변화의 최전선에 있었다. 이전까지 많은 기업들은 글로벌 집중생산 전략을 통해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려 했다. 

또한, 지연전략을 통해 마지막 순간에 제품을 맞춤화하여 재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더불어, 재고집중화 전략을 통해 주요 창고나 허브에서 대규모의 재고를 관리하며 물류 효율성을 추구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은 이러한 전통적인 전략들의 취약점을 무참히 드러냈다. 국가 간의 경계가 폐쇄되고, 운송 수단이 제한되면서 기업들의 공급망은 중단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특히, 중국과 같은 주요 생산 국가에서의 제조 중단은 전 세계적인 공급망의 중단을 초래하였다.

이러한 위기는 기업들에게 전통적인 글로벌 공급망전략의 재검토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기하였다. 생산의 다변화, 지연전략의 유연한 적용, 그리고 다양한 지역의 재고 분산 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렇게 팬데믹은 기업들에게 전략적 유연성과 다양성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중대한 위협을 초래한 글로벌 집중생산전략(Concentrated Production Strategy)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글로벌 기업들은 경제성,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완제품이나 부품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글로벌 집중생산 전략을 선호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강타하면서, 이러한 생산 전략의 취약점과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특정 지역에서의 생산 차질은 전 세계 공급망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초래했다

먼저, 공급망의 중단이다.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봉쇄 조치는 그 지역에 집중된 생산 시설의 작동을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제품의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되었으며, 특정 부품이나 자재의 부족으로 인한 생산 중단 사례도 다수 발생하였다.

둘째, 국가 간 무역 제한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국가 간의 교역 제한 및 국경 폐쇄로, 글로벌 집중생산 전략을 따르는 기업들은 원재료의 수입 및 완제품의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셋째, 수요의 변동성이다. 특정 지역에서의 강한 수요 변동에 대응하기 어려웠다. 집중적인 생산은 그 지역 외의 다른 시장에서 발생하는 급격한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넷째, 운송 및 물류의 비효율성이다. 지역적인 집중생산은 특정 지역에서의 생산 품목을 다른 지역으로 대량으로 운송해야 하는 문제를 야기하였다. 팬데믹으로 인한 물류의 복잡성과 제한사항이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방식의 비효율성이 더욱 도드라졌다.

다섯째, 비용의 증가이다. 집중생산 지역에서의 각종 비용 증가(인건비, 부품 비용 등)로 인해 생산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집중생산 전략의 취약성을 명확히 드러내면서, 글로벌 집중생산 전략을 재고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한정된 지역 또는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전략은 불완전한 공급망, 높은 비용, 및 물류의 복잡성과 같은 다양한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은 더욱 유연하고 다양화된 글로벌 생산 전략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 방향으로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지연전략(postponement strategy)의 재조명

코로나19 팬데믹이 몰고온 시장의 불확실성은 기업들에게 생산 및 공급 전략의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지연전략, 즉 최종 제품의 조립 및 생산을 수요가 확정될 때까지 지연하는 전략이 다음의 장점으로 재조명 받게 되었다. 

먼저, 수요 변동에 대한 대응이다. 지연전략을 적용함으로써 기업들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수요 변동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특정 제품에 대한 수요 예측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둘째, 재고 비용 절감이다. 지연전략은 불필요한 재고의 축적을 방지하므로 재고 유지 및 관리에 대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유통 기한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제품군에서 효과적이다.

셋째, 생산 효율성 증대이다. 최종 조립 및 생산을 지연함으로써, 실제 수요에 따라 효율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생산 과정에서의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넷째, 맞춤화된 제품 제공이다. 지연전략을 통해 기업들은 소비자의 개별적인 요구나 지역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소비자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다섯째, 생산 리스크 감소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예기치 못한 외부 요인으로 인한 생산 차질의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또 수요 예측의 실패나 외부 충격에 따른 재고의 손실 위험이 줄어든다.

코로나19의 충격은 기업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시장 변화에 대비하는 방법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지연전략의 도입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이 생산 및 공급 전략의 유연성을 확보하며 시장 변동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재고집중화 전략((Inventory Concentration Strategy)의 한계와 새로운 방향

재고집중화 전략은 기업들이 중앙화된 위치에서 대규모 재고를 보유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기존의 중앙 집중적 재고 관리는 물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팬데믹이 초래한 물류의 중단과 국가 간 교역의 제한은 중앙 집중화된 재고 전략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이 방식은 기업들에게 경제성과 관리의 편리성을 제공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러 한계와 문제점이 뚜렷이 드러났다.

먼저, 물류 취약성이다. 중앙 집중식의 재고 관리는 특정 지역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체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팬데믹 중 국경 폐쇄, 운송 수단의 제한 등으로 인해 중앙 재고지에서의 물품 이동이 어려워진 경우가 다수 발생하였다.

둘째, 응답 시간의 지연이다. 중앙에서 재고를 관리하게 되면, 지역적인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의 요구를 즉시 만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재고 비용의 증가이다. 집중화된 재고 관리는 과도한 재고 보유의 위험을 내포한다.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수요 예측의 오류가 발생하면, 불필요한 재고로 인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지역별로 분산된 재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먼저, 다양한 재고 위치 활용이다. 기업들은 중앙 집중화된 재고 관리 전략을 재검토하며, 다양한 위치에 분산된 재고 관리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며, 지역적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한다.

둘째,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재고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수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들은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적의 재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셋째, 지속 가능한 재고 관리이다. 환경, 사회, 지배 구조(ESG) 관련 이슈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재고 관리 전략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재활용 가능한 자원의 활용, 친환경적인 물류 프로세스의 도입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재고집중화 전략은 그 효율성과 경제성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선호하는 전략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을 통해 그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기업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더욱 유연하고 지속 가능한 재고 관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 시장 환경에서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방향이다.

■디지털화와 ICT발전이 공급망 전략들의 미래를 재구성할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ICT(정보통신기술)발전과 디지털화는 비즈니스 영역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해 오고 있다. 특히 공급망 전략의 경우,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전략의 핵심을 재구성하고 있다. 

먼저, 인공지능(AI)과 공급망 최적화이다. AI는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가능하게 하여, 더 정확한 수요 예측과 공급망 최적화를 가능하게 한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즉시 파악하고, 효과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둘째, 블록체인 기술은 공급망 내의 모든 거래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기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위조나 부정 행위의 위험이 크게 감소하고, 신뢰성 있는 공급망 구축이 가능해진다.

셋째, IoT(Internet of Things) 기기를 통해 공급망 전체의 실시간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재고 관리, 운송 경로 최적화, 제품 품질 관리 등 다양한 부문에서 실시간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넷째, 3D 프린팅 기술은 제품을 현지에서 바로 생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지연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으며, 특히 맞춤형 제품의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다섯째, 디지털 트윈 기술은 물리적 시스템의 디지털 복제본을 생성하여,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공급망의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실험 및 최적화가 가능하다.

기술과 디지털화는 공급망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기술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공급망의 효율성, 유연성, 그리고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이런 물류와 공급망 전략의 변화는 다양한 리스크를 동반한 글로벌화 시대에 있어서는 불가피한 과정이다. 앞으로 기업들은 더욱 유연하고 다양화된 전략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화가 물류와 공급망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관심을 집중해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상근(ceo@sylogis.co.kr)
ㆍ산업경영공학박사 
ㆍ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ㆍ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ㆍ서울특별시 교통정책위원회 위원(현)
ㆍ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ㆍ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ㆍ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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