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35] 이게 뭡니까!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35] 이게 뭡니까!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8.01 0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이게~~뭡니까!”
작년에 돌아가신 고(故) 김동길 교수가 잘못된 사회 현상이나 정치 비판을 할 때마다 써서 유명해졌던 말이다.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격조 높은 풍자와 정곡을 찌르는 논평은 많은 식자(識者)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통렬한 비판을 한 후 특유의 목소리와 톤으로 “이게~~뭡니까!”라고 할 때마다 사이다를 먹듯이 속이 시원했다. 요즘은 그렇게 바른말 하는 지식인이 없는 것 같아 더욱 그의 말이 그립다. 

여름철 장마로 인해 매년 물난리를 겪기 때문에 올해 장마도 그러려니 했는데, 유례없는 폭우와 조속한 대응 실패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소식에 마음이 무거웠다. 더구나 실종자 수색에 나선 장병이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투입되어 급류에 휩쓸리는 바람에 젊은 목숨을 잃은 소식은 자식을 둔 모든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슬픔과 애도의 마음을 겨우 달래려 하는데 초등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소식이 슬픔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어려운 교사 임용 고시를 통과하고 교사로 발령받았을 때 얼마나 가슴이 부풀었을까? 학생들을 사랑하고 훌륭한 교사가 되고 싶었던 젊은 교사의 소망은 너무 일찍 꺼져버렸다. 

나도 한때는 교사의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그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산 지역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폭력’ 강의를 진행하면서 잠시나마 선생 경험을 하고 있다. 그것도 북한군이 무서워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는 중2 학생들이 대상이다. 

처음으로 중학교에 강의 갔을 때 놀랐던 게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지방 도시 학교인데도 불구하고 교실마다 시청각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대형 텔레비전 및 장비들이 갖춰져 있어, 교사들이 칠판에 판서하지 않고 노트북을 연결하여 수업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다른 하나는 수업받는 학생들의 태도였다. 수업 시작과 함께 엎드려 자는 아이부터 선생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뒤에 앉은 친구와 수다 떠는 아이 등 수업 분위기가 너무 산만하고 자유분방했다. 또한 선생을 어려워하기는커녕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대는 학생들의 태도는 나에겐 낯선 충격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외부에서 온 강사라서 그런 줄 알고 조심스럽게 담임 선생에게 물어보니 수업 중에 자는 아이들이 많고, 자거나 친구들과 잡담을 나눠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는 규율과 자제력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직장 생활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우려됐고, 선생 노릇(?)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팀이 다양한 연령대의 자녀를 둔 2,200여 명의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보면, 중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스트레스 수치가 가장 높았고 삶의 만족도와 성취감 수준은 가장 낮았다고 하니, 이 나이 또래 학생들의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숨진 교사는 지난해부터 학부모 민원과 관련해서 학교 측에 10차례나 상담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교실에서 학생들을 통제하기도 어려운데 학부모까지 나서서 민원을 제기했으니, 경험도 많지 않은 젊은 교사는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이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웃 나라 일본에서 학부모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은 우리보다 훨씬 전인 2007년부터였다고 한다. 2007년 일본 10대어(語)로 ‘몬스터 페어런트’(Monster Parent)란 말이 선정될 정도로 학부모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 

이 배경 중에는 학부모의 소비자 의식이 한몫했다고 하는데,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을 하나의 서비스 상품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는 ‘갑’이고 학교와 교사는 ‘을’로 여기며 무조건적인 봉사와 희생을 요구한다. 

특히 일본의 거품 경제가 붕괴하면서 사회적으로 좌절을 맛본 사람들의 불만과 분노가 공무원이나 공공 기관으로 향하게 되었고, 특히 직접 대면하기 쉬운 교사가 이들의 집중적인 표적이 됐다고 한다. 

그로 인해 조금도 손해 볼 수 없다는 왜곡된 권리 의식을 지닌 학부모들의 불합리한 민원이 도를 넘게 되어 교사들을 곤경에 빠트리면서 사회 문제가 되었다.

일본의 ‘몬스터 페어런트’ 현상이 한국 사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사가 제일 힘들어하는 문제가 학부모의 민원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의 왜곡된 권리 의식으로 빚어지는 무분별한 민원 제기로 인한 교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학부모 민원 상담과 학생 징계 업무를 담임 교사가 아니라 교장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경험을 했던 적이 있다. 

뉴질랜드에서 처남의 두 아들을 데려다 키울 때의 일이다. 큰 애가 초등학교 6학년을 다니다 왔기 때문에 뉴질랜드 교육 체제에 따르면 중학교에 다녀야 하지만, 영어도 모르고 낯선 곳에서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집 앞에 있는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학교 다닌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을 때, 교장 선생님의 상담 요청이 있었다. 학생이 인상 쓰고 선생을 째려보고 있어서 담임 선생이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생글생글 웃으며 공부하는 학생 중에 낯선 동양 아이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인상만 쓰고 노려보고 있으니 선생 입장에서는 꿍꿍이를 알 수 없어 두려움을 느꼈을 수 있다. 

더군다나 나이에 맞지 않게 이마에 주름까지 있고, 체격도 다른 아이들보다 뚱뚱하고 큰 편이었으니 위압감이 들 만도 했다.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라 낯선 환경과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 그런 거라고 사정사정하여 이해시키고, 아이에게 학교 갈 때마다 무조건 스마일하고 있으라고 신신당부해서 보낸 기억이 있다. 

학생에 관한 문제가 있을 때 담임 선생이 나서는 게 아니라 교장이 직접 학부모를 만나는 관행이 그땐 그냥 지나쳤지만, 요즘 교사와 학부모 문제를 접하면서 교사를 보호해 줄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꽃다운 젊은 교사의 희생으로 그동안 침묵했던 교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학교 현장의 생생한 현실이 까발려지고 있다. 

학생 인권만큼이나 교권 확립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사후 약방문(死後 藥方文)인 것 같아 안타깝지만, 더 이상 고귀한 희생이 없도록 제대로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랄 뿐이다. 

꼭 안타까운 희생이 있어야 사회적 이슈가 되고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딘가에서 김동길 교수가 한마디 할 것만 같다. “이게 ~~ 뭡니까!”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