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매미(Cicada)의 오덕(五德)과 익선관(翼蟬冠)
[전대길 CEO칼럼] 매미(Cicada)의 오덕(五德)과 익선관(翼蟬冠)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8.0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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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2023년 여름 장마가 끝나니 매미 울음소리가 산하를 울린다. 매미는 암컷은 울지 않는다. 수컷만 운다. 식물의 즙액(汁液)을 빨아 먹고 살아가는 매미는 곤충류 중에서 생애주기가 긴 편이다. 매미 애벌레인 유충(幼蟲)은 보통 3~7년을 거치지만 성장 기간은 수년에 달한다. 

미국산 ‘17년 매미(Magicicada septendecim)’는 13~17년간 유충으로 지낸다. 보통 자연에서 성충 매미의 수명은 약 2~3주간이다. 길어야 1.5개월 정도다. 수컷은 특이한 울음소리를 내기 위해 자기 몸의 1/2 이상을 비워놓는 진화를 한다. 따라서 매미의 유충 시절에 비하면 매미의 일생은 엄청나게 짧지 싶다. 

매미는 역사가 깊은 식재료(食材料)이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BC384~322)는 매미를 가리켜 <매우 진귀한 음식>이라고 했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인들은 매미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파브르 곤충기에도 매미 굼벵이를 잡아서 볶아 먹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이나 동남아, 중앙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등에서도 매미를 식용한다. 

양재동 뚝방길의 매미
양재동 뚝방길의 매미

몸길이가 3~8cm이며 소음은 160~170dB인 매미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본다. 
그리스 신화(神話)에 나오는 ‘에오스(Eos)’ 여신과 로마신화에 나오는 ‘아우로라(Aurora)’ 여신은 ‘아침 해가 뜰 때 장밋빛 손가락으로 밤의 포장을 연다’는 ‘새벽의 여신’이다. ‘에오스(Eos)’ 여신은 젊고 예뻐서 뭇 남성의 정욕을 돋울 만해서 연담(戀談)도 많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Troy) 왕자 ‘티토노스(Tithonos)와 사랑의 이야기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美)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Aphrodite) 여신’의 수작으로 에오스 여신이 인간 남성에게 반한 것이다. 

에오스 여신은 남편인 인간 티토노스를 영원히 놓지 않으려고 최고의 신인 제우스(Zeus) 신에게 졸랐다. 인간 티토노스를 ‘늘 젊은 몸으로 죽지 않는 신‘으로 살게 해달라고 제우스(Zeus) 신에게 간청했다. 그런데 제우스가 그만 에오스 여신의 간절한 부탁을 깜빡 잊고 말았다. 

세월이 흐르자 티토노스는 얼굴에 주름이 쪼글쪼글한 노인으로 변했다. 에오스는 늙어가는  남편에게 신찬(神饌)을 부지런히 먹였으나 육신을 썩지 않게 하는 효능만 있을 뿐이었다. 

결국 티토노스는 노쇠(老衰)하고 말았으며 성불구가 된 남편은 마침내 방에 가두어졌으며 고독하게 보냈다. 티토노스를 가엾게 여긴 그리스 신들이 티토노스를 매미로 변하게 했다.

두 번째 <이솝 우화의 매미> 이야기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음악의 신(神)인 뮤즈(Muse) 여신이 생겨나기 전에는 매미들도 우리처럼 사람이었다. 뮤즈 여신이 처음 세상에 나타났을 때 여신들이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랫소리가 어찌나 아름답고 맑았던지 뭇사람들이 하든 일을 멈추고 넋을 잃고 경청했다. 

그 노래 소리가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인가를 처음으로 체감한 사람들은 뮤즈 여신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서 불렀다. 그중에는 노래 부르기를 유달리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노래만 부르다가 결국에는 병들어 죽고 말았다. 

뮤즈 여신은 노래를 부르다가 죽은 사람들을 가엾게 여겨서 평생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노래만 부를 수 있도록 생명을 주기로 하고 죽은 사람들을 매미로 만들었다. 

그리고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매미가 5가지 덕 ‘5덕(德)’을 갖추고 있다며 숭상했다. 

첫째 덕목은 머리에 홈처럼 파인 줄을 갓끈과 비슷하게 보아, <문(文)>으로 보았다.
둘째, 사람이 힘들게 지은 곡식을 해치지 않으니, <염치(廉恥)> 도리가 있다. 
셋째, 집을 짓지 않고 욕심이 전혀 없으니, <검소(儉素)>하다. 
넷째, 죽을 때를 알고 스스로 지키니, 믿음과 의리인 <신의(信義)>가 있고
다섯째, 욕심 없이 살생하지 않고 깨끗한 이슬과 수액만 먹고 사니, <청렴(淸廉)>하다. 

조선 왕들의 왕관(王冠)인 익선관(翼蟬冠)
조선 왕들의 왕관(王冠)인 익선관(翼蟬冠)

조선시대 왕들이 정사(政事)를 볼 때 머리에 쓰던 <익선관(翼蟬冠)>은 매미의 날개 모양을  본뜬 것이다. <익선관(翼蟬冠)>은 ‘날개 익(翼)+ 매미 선(蟬)+ 갓 관(冠)’자의 합성어다. 

매미 소리가 요란한 그저께 분당 코오롱 스포렉스에서 같이 운동하는 문 종희 역사 연구가(전. 분당 소방서장)가 들려준 ‘익선관(翼蟬冠)’에 대한 야사(野史)를 독자들께 전한다.

“조선 13대 왕, 명종(明宗/1545~1567)은 조선 11대 왕 중종(中宗)의 둘째 아들이며 적자(嫡子)이며 조선 12대 왕 인종(仁宗)의 동생입니다. 어린 나이에 즉위한 명종(明宗)은 아들인 ‘순회 세자’가 12살에 요절(夭折)하자 후사(後嗣) 문제로 고심했어요. 

명종의 이복형인 덕흥군(후궁 창빈 안씨 소생)의 아들 3명 중에서 후계자를 선택하기로 마음먹고 조카들을 대궐로 초청, 다과를 베풀었어요. 그리고 어린 조카들의 심성과 자질을 살펴보기 위해 자신이 쓰는 익선관을 돌아가면서 각자 써 보길 권했어요. 

첫째 조카와 둘째 조카는 익선관을 머리에 써보고 좋아했어요. 그런데 셋째 조카는 머리에 쓰지를 않고 ‘익선관(翼蟬冠)’을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들어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어요. 그러자 명종이 셋째 조카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임금님께서 쓰시는 왕관을 어찌 감히 신하가 쓰겠냐고 대답했어요. 

이때 명종은 셋째 조카인 ‘하성군(河城君)’의 품성과 소양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의 후계자로 낙점(落點)했어요. 명종이 임종 직전에 대신들에게 유언(遺言)을 남겼어요, 자신의 셋째 조카인 하성군(조선 14대 왕 선조)을 양자(養子)로 입적, 왕위를 승계하게 했다는 일화(逸話입니다”라고. 

끝으로 매미의 오덕(五德)을 생각하며 가을 채비를 하자. 여름철이면 목청 높여 노래를 불러주는 매미는 우리에게 감사(感謝)의 대상이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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