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수렁에 빠진 건설일자리, 악화 부추기는 정부 행보 답답
[이슈] 수렁에 빠진 건설일자리, 악화 부추기는 정부 행보 답답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3.08.11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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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일자리 지원 대상업종에 건설업 추가 나섰지만 반등 요원
건설업 실업자 증가폭 전산업 평균 훨씬 더 웃돌아, 고령화도 심각
핵심산업인 건설업의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제대로 된 건설 일자리 해법의 부재로 건설업이 사면초가에 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핵심산업인 건설업의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제대로 된 건설 일자리 해법의 부재로 건설업이 사면초가에 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대한민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인 건설업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순살 아파트로 위시되는 부실 시공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연일 근심을 더하는 상황.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숙련 인력 부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건설현장 취업자 상당수가 고령자로 채워지면서 젊은 인력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것도 안타깝지만 가장 위태로운 대목은 역시 숙련된 기능 인력을 제때 충원하지 못하면서 착공 건물의 부실화에 일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정부는 각종 대책을 제시하며 건설 일자리 확대를 제안하고 있지만 정작 아쉬운 부분을 메운다기보다는 임시처방격의 해법만 제시하고 있다는 비난으로부터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각종첨단 기술과 장비를 공급한다 해도 결국 건물의 최종품질은 숙련된 기능 인력의 마무리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증언인 것을 보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터, 그러나 정부의 대응을 보면 오히려 건설 일자리 부실 사태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길만 짙어질 뿐이다. 

당장 올초의 건폭 논란부터 시작해 알면서도 방관하는 듯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까지 이래저래 건설업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고 그에 발맞춰 건설 일자리 문제 역시 수렁 속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인상이다.

■ 건설업 일자리 수 3개월 연속 마이너스 기록, 하반기도 변동 없을 듯
전반적인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고민이 짙은 부분을 꼽으라면 중추산업인 건설업 일자리의 악화 추세를 들 수 있다. 국내 주요업종 중 건설업만 유일하게 일자리가 감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로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드러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3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6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종사자 수는 1987만 5000명으로, 전년 동월(1945만 8000명)대비 41만 7000명(+2.1%) 증가했다.

속사정이 뭐였건 간에 전체 산업군의 종사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은 반가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도 웃지 못하는 곳이 바로 건설업이다. 3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할 만큼 부정적인 지표들로 가득 찬 때문이다. 발표에 따르면 6월 건설업 종사자 수는 146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146만 6000명) 대비 3000명(-0.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심각한 점은 공사가 늘어나야 할 시점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지난 4월 144만 8000명(-1만 9000명, -1.3%), 5월 147만 1000명(-1만 2000명, -0.8%)을 각각 기록한데 이어 6월마저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든 것.

더 심각한 것은 하반기에도 이런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데 있다. 같은 날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주요 업종의 일자리 전망’은 전체 업종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하반기 대비 일자리가 감소할 산업으로 건설업을 제시할 정도다. 발표대로라면 올 하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고용인원이 약 1.8%(3만 8000명) 감소한다는 것. 하반기 건설 수주 상황 부진에 따른 예측치다. 

건설업 일자리의 증발을 보여주는 지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건설인 수가 빠르게 느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올 상반기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중 건설업종의 구직급여 신청인원은 총 8만 8000명으로 이는 전년 동기 6만 5900명에 비해 22.6%나 늘어난 규모다.

지난 1분기 구직급여 신청인원 증가율(17.68%)보다 실업 상황이 더욱 심화된 것인데 건설업의 실업자 수가 전년 동기보다 많아진 것은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이다. 특히, 건설현장이 성수기에 해당하는 2분기 들어서도 매달 1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발생하며 우려를 자아내는 중이다.

불행히도 이런 우려를 씻어내줄 긍정적인 시그널을 발견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업 일자리 감소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금리와 미분양 증가 등 건설경기 위축으로 착공 일정을 미루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그 배경으로 꼽고 있다.

특정 산업의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그 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건설업처럼 국가 핵심산업에서 발생하는 일자리 문제는 전 경제를 위협할 시한폭탄에 다름 아니기에 정부 역시 이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태 해결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문제는 정부가 내어놓는 대책이 핵심을 건드리는 것이 아닌, 보여주기식에 불과한 임시처방의 성격이 짙다는 데 있다. 눈앞에서 타오르는 불길만 잡기 급급하다보니 정작 꺼야할 큰불은 못 끄고 있다는 것이 한결같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전체 업종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하반기 대비 일자리 감소 예상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최근 경제 상황과 의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최근 경제 상황과 의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기획재정부

정부는 지난 7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제2차 빈 일자리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빈 일자리란 현재 구인활동을 진행 중이며 1개월 안에 채용돼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뜻한다. 지난 5월 기준으로 빈 일자리는 21만 4000개로 전년 동월 대비 1만 1000개 줄었다.

기본적으로 일자리 문제를 겪고 있는 산업을 돌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인 이날 회의에서 가장 집중한 논제는 건설 일자리라는 것이 중론. 고층아파트 공사 시 간이화장실 설치기준 마련,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스마트 기술·장비 활용 등 대책 등과 함께 외국인 근로자 확대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이를 두고 볼 멘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번지수가 한참 틀렸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책대로라면 임시직이나 일용직 등을 충원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정작 필요한 숙련 기능 인력을 유입시킬 방안은 부재한 탓이다. 정부가 호기롭게 제시한 외국인 근로자 확대만 봐도 그렇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전체 건설근로자 155만 명 중 20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특성상 연령대도 국내인력에 비해 젊은 그들을 충원함으로써 단기간에 일자리 수급 문제는 해결 가능하겠지만 그게 본질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것을 모으는 이는 없다.

건설 일자리 부족의 가장 큰 문제는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숙련된 기능 인력의 조달이 어렵다는 점에 있다. 숙련된 기능 인력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나 고령 근로자들이 메우는 현 시점에서는 건설인력의 질 저하는 불가피해진다. 이는 결국 사업비 상승과 수익성 악화를 동반하게 되고 결국은 거듭되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듦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를 모르지는 않는 상황에서 나온 정부의 이번 대책에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건설 산업의 매력에 빠진 수준 높은 인재들이 건설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를 위한 정책 제도 구비와 구체적인 활동이 그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의 행보는 오히려 그를 역행하는 듯 보이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건설 산업 근로자들을 건폭으로 명명하고 수사를 한 것으로도 모자라 지난 8월 1일에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부실 공사 문제와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 중에 국민 안전을 도외시 한 이권 카르텔 척결 운운을 통해 건설 산업이 이권을 중시하는 카르텔이나 만드는 산업인양 매도한 것. 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정부가 건설 노동자들, 특히 건설 노조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이번 사태로 설계, 시공, 감리 전 분야에서 부실이 드러난 것이라 지적하며, 이러한 근본 원인이 건설 산업의 ‘이권 카르텔’에 있다고 강조하며 앞으로 이에 관한 엄격한 대처를 예고한 상황. 

건설노동자들이 발끈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 8월 6일,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하도급과 무리한 속도전의 결과가 부실시공”이라며 “견실시공을 주장하는 건설노조를 탄압한 국토부와 정권이 건설현장 품질 경쟁을 저해하는 건폭”이라고 강조하며 전면적인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부와 건설노동자간의 끊임없는 대립은 결국 건설 부실화를 부르는 뇌관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건폭과 건축 이권 카르텔을 때려잡는 것이 아니라 고령화에 시달리는 건설 현장에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핵심 세대들을 유치해 다시 한 번 건설업 부흥을 이끄는 정책과 제도 마련에 있음을 숙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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