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손자병법과 사무라이 전술
[전대길 CEO칼럼] 손자병법과 사무라이 전술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8.1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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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손자병법(孫子兵法)에 나온다. 
“적(敵)의 사신(使臣) 말이 겸손하면 많이 준비하여 진격하려는 것이요, 사신(使臣)의 말이 강경하며 앞으로 달려 나오려는 듯한 태도는 물러가려는 것이다. 경전차가 먼저 나와서 양측에 서는 것은 진형을 갖추는 것이요, 아무런 약조도 없이 강화를 청하는 것은 어떤 모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는 약육강생(弱肉强生)의 비즈니스 생태계(生態界)에도 적용된다. 
아프리카 초원에서의 야생 염소와 산양 따위의 짐승을 통틀어 이르는 초식성(草食性)인 영양(羚羊)은 매일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서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려야만 사자에게 잡히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한다.

같은 날 아침, 사자도 잠에서 깨어나 “가장 느린 영양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고 생각한다.  

장수(將帥)의 움직임을 보면 적의 정세를 알 수가 있다. “자주 상(賞)을 주는 것은 궁색한 것이요, 자주 벌(罰)을 주는 것은 어려워졌음이다. 장수가 장황하게 간곡히 얘기하는 것은 병사들의 신망을 잃었음이요. 난폭하게 한 후에 부하들을 겁(怯)주는 것은 지극히 정교하지 못한 것“이다.  

<손자병법은 1편(始計)~13편(用間)까지 총 13편이다> 

적의 태도에서 정세(情勢)를 살핀다. 사신이 와서 거짓 사과하는 것은 휴식을 원하는 것이다. 적군이 분노한 채 대치하고서 오랫동안 전투를 하지 않고 또 철수도 하지 않으면 반드시 깊이 살펴보아야 한다. 

중국 전국시대의 제나라 병법가인 손자(孫子.. B.C 6~5세기)는 자연현상을 자세히 관찰하면 적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으며 군사력 운용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자는 전쟁 중 적군(敵軍)의 움직임을 보면 적의 상태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우거진 숲에서 특정 지역의 나무들이 움직이면 수풀을 헤치고 적이 이동하는 것이다. 지팡이에 기대어 서 있는 것은 적 병력이 굶주려 있는 것이며 물을 기르면서 허겁지겁 먼저 마시는 것은 목마르다는 것이다. 

이로움을 보면서도 진격하지 않는 것은 적(敵)이 피로하다는 것이다. 적이 분노한 채 대치하고도 오랫동안 전투를 하지 않고 철수도 하지 않는 것은 반드시 주도면밀하게 동정(動靜)을 살펴 전략과 전술을 짜서 대처해야 한다. 

이처럼 2,500년 전에 손자는 손자병법을 통해 사소한 징후도 놓치지 않고 적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를 제시했다. 손자는 한 가지 징후만 보지 말고 여러 가지 징후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전략과 전술을 수립해야 함을 강조했다.  

<쓰가하라 보쿠텐 사무라이 동상>

적과 싸우지 않고 이기는 사무라이 ‘쓰가하라 보쿠텐(塚原卜傳..1489년 출생)’의 이야기다. 
그는 19번의 진검승부와 40번의 전투에서 상처를 입지 않고 200여 명의 적을 베어 넘긴 진짜 사무라이다. 

어느 건장한 사무라이가 칼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무섭고 두려워서 아무 말도 하지를 못했다. 그런데 한 노인만이 그를 무시했다. 

그 노인도 칼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무라이가 틀림이 없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일본 검객인 ‘쓰가하라 보쿠텐’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혼자 여행 중이었다.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하던 사무라이는 이 노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당신, 이런 이야기를 싫어하나? 당신은 검을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는 모양이군. 늙은이, 그렇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보쿠텐이 대답했다. "물론 잘 안다. 하지만 내 방식은 이런 하찮은 일로 칼을 휘두르지 않는다. 검(劍)을 쓰지 않는 것도 검(劍)을 쓰는 방법 중 한 가지다." 

이에 젊은 사무라이는 화(火)를 내며 진검대결(眞劍對決)을 신청했다. 보구텐은 외딴섬에 가서 싸우자고 했다. 그러고 나서 뱃사공에게 섬으로 가자고 부탁했다. 섬이 점차 가까워지자 젊은 사무라이는 큰소리를 치며 배에서 내려 해변에 우뚝 섰다. 

보구텐은 뜸을 들이며 젊은 사무라이의 화를 돋우었다. 사무라이가 참다못해 온갖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미동(微動)도 하지 않고 있던 검객 쓰가하라 보쿠텐이 뱃사공에게 자기 칼을 맡기며 말했다. 

“나는 칼을 사용하거나 싸우지 않고 이기는 유파인 ‘무수승류(無手勝流)파요, 그러니 내겐 칼이 필요 없소” 그러고 나서 그는 뱃사공의 손에서 노(櫓)를 받아 잡고서 힘껏 강변을 밀었다. 

나룻배는 빠르게 강 한가운데로 나오면서 섬에서 멀어졌다. 사무라이가 배를 돌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게 바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요”라고 쓰가하라 보쿠텐이 외쳤다.

동물의 왕국에서도 인간세계처럼 모든 동물이 손자병법을 통달했지 싶다. 예를 들면 킬러(Killer)라고 불리는 표범은 하이에나를 상대해서 불리한 싸움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몸집이 작고 동작이 민첩해서 천적(天敵)이 없는 포식자인 표범은 하이에나를 만나면 슬그머니 피한다. 하이에나가 먹이를 빼앗으려 해도 쉽사리 하이에나를 공격하지 않는다. 

그러면 왜 표범은 하이에나를 정면으로 공격하지 않을까? 표범이 의지만 있다면 번개처럼 습격해서 하이에나를 해칠 수 있다. 그러나 하이에나와 싸우다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생존율이 크게 떨어진다. 

하여 표범은 본능적으로 하이에나에게 자신의 먹잇감을 기꺼이 내어주고 자리를 피한다. 하이에나와 맞서 무리한 싸움보다는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나서는 게 낫기 때문이다. 

“다투지 않는 게 꼭 지는 것은 아니다.”
“하늘의 도(道)는 싸우지 않고 만물을 이롭게 하라. 성인은 쟁탈(爭奪)하지 않고 오히려 탁월(卓越)함을 보인다”
고 노자(老子)가 말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人間)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다투거나 싸우지 않는 방법을 깨치고 실행해야 한다. 인간 세계에서도 싸움만이 능사(能事)는 아니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라고 부모님은 우리에게 가르쳤다. 

그렇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고의 선(善)이다. 그러려면 천시, 지리, 인화에 맞는 전술과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과 전술의 차이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에 가는데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가 ‘전략(戰略)’이다. 버스로 갈 것인가, KTX로 갈 것인가? 아니면 비행기로 갈 것인가? 를 정하는 게 ‘전술(戰術)’이다.  

기업 경영전략의 핵심(Core) 요소인 손자병법에 나오는 승리자의 5가지 필요 조건이다. 
첫째, 싸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아는 자가 이긴다.
둘째, 군대의 많고 적음을 쓸 줄 아는 자가 이긴다.
셋째, 상하가 일치단결하는 쪽이 이긴다.
넷째, 싸울 준비를 끝내고 적을 기다리는 자가 이긴다.
다섯째, 장수는 유능하고 임금은 개입하지 않는 쪽이 이긴다.

현대 사회에 잘 어울리는 ‘신(新) 손자병법(?)’의 명구(名句)다. 
* 나무를 깎는 데는 천하 명검도 목수의 대패만 못하다. 
* 쥐를 잡는 데는 천리마가 고양이만 못하다. 
* 말은 끌어야 잘 가고, 소는 몰아야 잘 간다. 
* 도깨비는 방망이로 떼고 귀신은 경으로 뗀다.
* 나무를 하러 갈 때는 도끼를 챙겨야 하지만 나물을 캘 때는 도끼가 아니라 호미를 챙겨라. 

손자병법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 우크라이나 속담(俗談)을 적는다.   
* 웃는 여자를 믿지 말고 우는 남자도 믿지 말라. 
* 부자(富者)와 돼지는 죽은 후에 평가받는다.
*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처럼 일하라. 그리고 오늘 밤 죽은 듯이 기도(祈禱)하라. 
*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자살(自殺) 행위다. 칼을 거꾸로 잡고 자기 배를 찌르는 것과 같다.

끝으로 손자병법은 생존경쟁(生存競爭)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지침서다.  인생 100년은 876,000시간이다.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 일회용 4가지를 명심하고 살아가자.  

1, 입에서 나온 말(言) 
2, 쏜 화살(鏃) 
3, 흘러간 세월(歲月) 
4, 지나가 버린 기회(機會)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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