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기 교수의 ESG 경영 이야기] ESG 정보 메시지의 구성요소와 만천과해(瞞天過海)의 지양
[이용기 교수의 ESG 경영 이야기] ESG 정보 메시지의 구성요소와 만천과해(瞞天過海)의 지양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8.21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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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학교 경영학과 이용기 교수

기업의 ESG(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 활동에 대한 요구가 증가되면서 기업들이 점차 ESG 경영보고서 발표를 늘리고 있다. ESG 경영보고서가 기존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와 같은 보고서들을 대체해가는 추세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KOSPI에 상장된 736개 기업과 KOSDAQ에 상장된 34개 기업을 포함한 총 770개 기업이 ESG 경영보고서를 발표했다. 2016년에 70개 기업만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표했던 것과 비교하면 11배나 증가되었다. 

이런 놀라운 증가는 투자자와 소비자들이 기업의 경영 방식에 대한 관심의 증대를 반영한 결과이다. 

ESG 경영의 진화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공유가치 창출, 지속가능경영, 그리고 ESG 경영과 같은 용어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CSR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 및 사회 문제와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경제적, 법적, 윤리적, 자선적인 책임, 소비자 보호, 환경 책임을 다룬다. 

공유가치 창출은 기업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강조하며, 경제적 가치, 사회적 가치, 환경적 가치, 문화적 가치 제공을 주문한다. 

지속가능한 경영은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과제에서 미래 세대의 요구를 해치지 않으면서 현재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기반으로 하며, 기업이 경제적으로 생존 가능하고 환경적으로 건전하며, 사회적으로 책임이 있는 노력을 강조한다. 

지속가능한 경영은 경제적 성과, 사회적 책임 및 건전한 환경의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한다. 결국 ESG 경영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재무적이 아닌 관점에서의 세 가지 축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불확실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에 대한 리스크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투자자의 관점에서 면밀히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ESG 경영활동이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는지를 알리기 위해 ESG 경영보고서를 활용한다. 

그러나 투자자와 소비자들은 종종 기업의 ESG 활동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품어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기도 한다. 회의주의(skepticism)는 기업의 사회적인 원동력을 의심하거나 믿지 않는 소비자의 경향으로,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ESG 관련 정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CSR 커뮤니케이션 연구자에 따르면, 소비자의 회의주의를 최소화하고 행동 의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면 커뮤니케이션을 계획할 때 적절성, 어조 및 진정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회의적인 태도에 대응하고 투자자와 소비자의 투자 및 소비 의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최상혁, 손정영, 이용기(2022)는 ESG 경영활동이 투자자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의 구체성과 메시지 신뢰성, 그리고 ESG 적합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하였다(<표 1> 참조). 

최상혁 등(2022)은 해석수준이론(construal level theory)을 활용하여 소비자의 심리적 거리가 기업의 ESG 활동에 가까울수록 소비자는 기업의 활동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태도 및 구매 의도와 같은 행동 의도를 뚜렷하게 형성한다고 제안하였다. 

해석수준이론은 심리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구체적인 하위 해석 수준이 발생하고, 심리적 거리가 멀수록 추상적인 상위 해석 수준이 발생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따라서 소비자가 기업의 ESG 활동에 이기적인 동기를 발견하면 그들은 기업을 기회주의자로 간주하게 되는데, 이때 회의주의가 증가되어 부정적인 행동 의도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진정으로 대의를 위한 ESG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목격하면 소비자는 도덕적 고양을 경험하며 회의주의가 줄어들고 긍정적인 행동 의도를 보인다. 

그러므로 기업은 소비자와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고 ESG 활동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구체적인 메시지를 제공해야 한다.

구체적인 메시지는 추상적인 메시지와 비교하여 더 많은 세부 정보를 담고 있어, 정보를 제공한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를 증가시키며, 더 긍정적인 태도와 행동 의도를 형성시킬 수 있다. 

구체적인 메시지는 독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자세히 설명하는 정도를 나타내며,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므로 독자가 알고 싶어 하는 내용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나열한다. 

투명성은 특히 기부나 CSR이나 ESG 활동과 같은 선의의 분야에서 중요한 차원으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메시지는 기부단체의 운영에 대한 기부자의 인식을 더 투명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ESG 활동과 관련된 메시지는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신뢰성을 가져야 한다. 메시지 신뢰성은 투자자나 소비자가 기업의 주장을 믿을 만하고 진실되다고 인식하는 정도를 말한다. 

메시지의 신뢰성은 기업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기업의 메시지에 포함된 정보를 반복적으로 매우 진실되게 느꼈던 경험이 있다면, 해당 기업의 미래 메시지를 심사하는 데 심층적인 확인 없이 믿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메시지의 출처나 매체 자체의 신뢰성은 메시지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휴리스틱(heuristic)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거나 평소에 투명하고 믿음직스러운 행보를 보인 유명한 기업이 제시한 메시지에 담긴 정보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아도 신뢰성이 높다고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

ESG 활동에 대한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메시지의 구체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동시에, 조직의 특성과 활동과의 적합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적합성은 조직의 특성과 조직의 활동 사이의 유사성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식품회사가 건강한 식사를 위한 캠페인을 실시하고 유기농 식품 개발에 투자한다면, 소비자들은 높은 적합성으로 인식할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식품회사가 관련성이 적은 건설자재 연구를 지원하는 경우, 소비자들은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와 활동 간의 적합성이 낮다고 인식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조직의 핵심 사업과 활동 간의 논리적 연결성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으므로, ESG 경영에서 적합성은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기업의 ESG 경영 메시지가 보다 구체적이며, 신뢰성 있으며, 기업경영과 일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이것이 없다면, 회사는 ESG 경영의 중요성을 상실하고 소비자와 투자자의 불신을 샀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은 ESG 활동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이를 지원하는 논리적이고 일치하는 메시지를 제공해야 한다.

매력적이고 귀여운 디자인을 가진 폭스바겐이 디젤 엔진의 전자 제어장치를 수정하여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려고 시도한 후,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 세계의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폭스바겐은 연비 조작 공모와 대기오염 규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약 350억 달러(약 40조 원)에 달하는 손해 배상금과 벌금을 지불해야 했다. 이 사건은 ESG 경영에서 진실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하게 보여 주었다.

국내에서도 기업이미지 하락과 경영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다. 대리점에서의 강매사건으로 인해 기업이미지가 훼손된 남양유업은 자사의 발효유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언론보도로 인해 주가조작 의혹을 받았고, 전국민적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메시지의 진실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다른 예시로, 건설 기업인 B그룹의 최고 경영자가 고향 주민들에게 최대 1억여 원씩 현금을 줬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뉴스를 접한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고향 사랑을 들먹이며 뜻밖의 횡재를 안긴 그를 매우 칭송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B그룹의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입주 불편을 겪고 있는 임대인들에게 그의 처사는 실로 부당하게 느껴질 것이다. 

기업의 ESG 경영이 참외 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고, 자두나무 아래에서 관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의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으로 해석될 것인가 아니면,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는 뜻으로 거짓으로 진실을 숨기는 계책인 만천과해(瞞天過海)가 될 것인가는 ESG 경영을 이끌어가는 거버넌스의 의지에 달려있다. 

이런 관점에서 ESG 경영의 메시지는 보다 구체적이고, 진실되며, 그리고 기업경영과 일치되도록 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 아닌가? 

참고문헌
한국공인회계사회. 지속가능보고서 현황. https://www.kicpa.or.kr/portal/default/kicpa/gnb/kr_pc/menu02/menu18/menu06.page; 최상혁, 손정영, 이용기(2022).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한 메시지 구체성과 메시지 신뢰성, 그리고 ESG 적합성이 소비자 신뢰와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 회의주의의 조절 효과를 중심으로. 상품학연구, 40(6), 27-36.를 수정하여 작성된 원고입니다. 따라서 본 칼럼의 내용에 대한 참고문헌은 위 논문을 참조하십시오.

이용기
●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세종대학교 탄소중립ESG연구소 소장
● 세종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지속가능(ESG)경영전공 Founder(2020)/코디네이터
● 세종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시니어산업학과 석사과정 Founder(2020)
● 세종대학교 산업대학원 마케팅학과 Founder(2007)(현, 유통산업학과)
●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프랜차이즈석사과정 Founder(2006)
● 세종사이버대학교 경영학과 Founder(2005)
● (사)한국프랜차이즈경영학회 회장
● SDX재단 교육연구원 자문단장
● 통통(通統): 통하는 통계셰프 easy statistics 유튜브 채널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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