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비파괴적 창조와 물류산업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비파괴적 창조와 물류산업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9.25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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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경제 발전에서 혁신의 중요성을 선도적으로 주장한 슘페터는 혁신을 '창조적 파괴'라고 했고, 경영자들에게 혁신의 중요성을 일깨운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텐슨 교수는 아예 '파괴적 혁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혁신은 두렵고 어려운 주제가 됐다.

블루오션 이론의 창시자인 인시아드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는 이런 기존의 생각에 대응해서 '비파괴적 창조(nondisruptive creation)'를 제시했다. 블루오션 전략의 진화된 버전으로 등장한 '비파괴적 창조 '는 혁신의 새로운 풍경을 제시한다. 

비파괴적 창조는 말 그대로 "부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방법을 의미한다. 비파괴적 창조는 단순히 기존의 시스템을 파괴하고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과 조화롭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혁신은 기존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비파괴적 창조'는 이런 전통적인 시각을 깨고, 혁신을 통해 사회와 비즈니스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오늘날 너무 흔해서 가치가 무시되기도 하는 시력교정용 안경은 비파괴적 창조의 대표사례
안경이 등장하기 전에 시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손상된 시력으로 그냥 살아야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세계 시력보고서World Report on Vision>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최소 22억 명이 시각장애인이다. 

칠판에 쓰인 글을 읽을 수 없는 근시 어린이나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원시 성인을 생각해보라. 두 장애 모두 학습 능력뿐 아니라 생산력도 크게 떨어뜨린다. 그런데 안경을 쓰면 세상이 달라진다. 

또다른 비파괴적 창조의 예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을 구 있다. 기존의 책을 읽는 방법에 오디오북이 추가된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오디오북은 책의 내용을 들을 수 있게 해주지만, 그 때문에 일반 책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기존의 책 읽는 방식과 새로운 오디오북 듣는 방식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도 '비파괴적 창조'의 예로 볼 수 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CD는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새로운 방식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CD를 완전히 대체하거나 없애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거나 공부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통적인 학교 교육을 대체하거나 없앴다고 볼 수는 없다. 두 가지 방식이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지며 함께 공존하고 있다.

전자책 리더기나 앱을 통해 책을 읽을 수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을 선호하고 있다. 전자책은 휴대성과 저장 용량 등의 장점을, 종이책은 직접 만져보며 읽는 느낌 등의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전기차의 인기와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내연기관 차량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둘 다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며 도로 위에서 공존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점점 더 편리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선호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에서의 직접적인 상품 체험과 상담, 온라인의 편리함과 다양한 선택지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VR 기술을 통해 다양한 여행지나 경험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지만, 이 기술이 진짜 여행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여전히 현실 세계의 여행을 즐기며, VR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예들은 기존의 방식이나 제품, 서비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방식과 함께 공존하며 각자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비파괴적 창조'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비파괴적 창조는 기업을 도산시키거나 일자리를 없애거나 시장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한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엄청난 잠재력을 제공한다. 기존의 혁신 패러다임은 경제적 성장을 추구하는 가운데 사회적 비용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비파괴적 창조'는 기존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가치와 기회를 창출함으로써, 사회적 조정 비용 없이 경제적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

◆물류에서의 비파괴적 창조: 끊임없는 혁신의 터전
물류산업은 그 특성상 최신 기술과 혁신의 중심에 위치한다. 사람들의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일은 꾸준한 변화와 개선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다. 

드론 배송, 로봇 배송과 물류센터 작업에 키바KIVA) 로봇 도입 등 물류산업에서의 '비파괴적 창조'는 기존의 물류 시스템에 큰 파괴를 가져오지 않으면서도, 빠르고 효율적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드론 배송: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파괴적 창조
몇몇 회사들은 상품 배송에 드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를 통해 전통적인 배송 방식이 완전히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도 표현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게 펼쳐졌다. 드론은 특히 배송량이 적은 섬과 산간벽지 등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 빠르게 상품을 배송할 수 있다. 그렇지만 드론 배송이 전통적인 트럭이나 오토바이 배송을 완전히 대체하진 않는다. 두 방법이 서로 다른 상황에 따라 공존하며 사용되고 있다.

드론 배송은 기존 물류 시스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보완하며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 이는 새로운 혁신이 반드시 기존의 것을 대체하거나 파괴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드론 배송은 기존의 배송 방식과의 조화를 이루면서도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

물류센터의 키바 로봇: 지상의 비파괴적 혁신
아마존의 키바 로봇을 비롯한 물류센터의 작업로봇 등장은 이러한 혁신의 표본이자, 물류 센터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 사례다. 키바 로봇은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는 데 기여한다. 

전통적인 물류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은 처음에 이 로봇들이 기존의 물류 과정을 교란시키거나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를 품었다. 그러나 실제로 키바 로봇은 기존의 인력과 함께 원활하게 작동하며, 물류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최적화하는데 큰 도움을 제공한다.

'비파괴적 창조'의 근본은 기존 시스템에 적응하고, 그 위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것에 있다. 키바 로봇은 그런 의미에서 물류센터의 비파괴적 혁신의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로봇은 사람의 능력을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며, 더 빠르고 정확한 상품 이동을 가능케 함으로써 물류센터의 작업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기존의 물류 방식과의 조화를 이루는 이런 혁신은, 사회와 비즈니스가 함께 성장하며 상생하는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비파괴적 창조는 기존 시스템에 새로운 가치와 효율성을 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물류산업은 항상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구석으로 상품을 전달하는 데 필요한 수많은 도전과 함께 다가오는 기술적 혁신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변화의 핵심이 바로 '비파괴적 창조'이다.

물류산업에서의 '비파괴적 창조'는 기존 시스템을 부수거나 대체하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혁신을 의미한다. 이것은 비즈니스와 사회가 상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점이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승자는 더 부유해지고, 패자는 더 가난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비파괴적 창조는 이러한 부의 격차와 사회 갈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드론 배송, 로봇 배송, 키바 로봇, 자율주행 트럭, 스마트 물류 등의 혁신적 기술이 물류산업에 도입되면서 이 산업은 꾸준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특히 키바 로봇의 사례는 사람의 역할을 보완하며 물류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비파괴적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 자체가 아닌, 이 기술이 우리 사회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변화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관점이다. 

우리는 이러한 혁신을 통해 부의 격차를 줄이고, 사회 갈등을 완화시키며, 경제적 성장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비파괴적 창조는 이러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결국, 물류산업에서의 비파괴적 창조는 다른 산업 분야에도 확산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의 블루프린트를 제시할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나 트렌드에 불과하지 않다. 

비파괴적 창조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구성하는 새로운 비전이자, 그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이상근(ceo@sylogis.co.kr)
ㆍ산업경영공학박사 
ㆍ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ㆍ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ㆍ서울특별시 교통정책위원회 위원(현)
ㆍ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ㆍ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ㆍ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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