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인생을 낭비한 죄-빠삐용(Papillon)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인생을 낭비한 죄-빠삐용(Papillon)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10.0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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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최근 생애 설계 과정 강의를 진행하면서 받는 질문이 하나 있다. 요즘 같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영화를 추천해 달라는 것이다. 그럴 때 서슴없이 추천하는 영화는 ‘빠삐용’이다.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자유를 찾아 떠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2017년에 ‘빠삐용’은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인생을 허비한 건 유죄라는 선고를 받고, 자유를 향한 끝없는 탈출을 시도하여 끝내 자유의 몸이 되는 주인공 ‘빠삐용-앙리샤리에르’의 도전과 용기에 삶의 의지를 다질 수 있고,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들기 때문이다. 

능숙한 금고털이 범 ‘빠삐용’은 살인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수감된 곳은 죽어서야 나온다는 악명 높은 남미의 프랑스령 ‘기이아나’ 교도소이다. 함께 등장하는 국채위조범으로 잡힌 백만장자 ‘드가’도 같은 교도소에 수감 된다. 

1973년 2017년 두 영화를 비교하면 1973년 ‘스티브 맥퀸’과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눈부실 정도로 뛰어난 듯, 훨씬 나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조국은 이미 너희들을 버렸다." 고국 프랑스를 떠나 중죄인들이 도착한 남미 의 프랑스령 가이아나 교도소에서 범죄자들을 세워 놓고 교도소장은 그렇게 외쳤다.

1973년 작 영화를 보면 1931년, 앙리 샤리에르(스티브 맥퀸)는 가슴에 나비의 문신을 하고 있어 ‘빠삐용(나비)’으로 통한다. 그는 파리의 유흥가 업주를 살인한 죄로 무기형을 선고받고 악명 높은 교도소에 수감 되어, 줄곧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으나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빠삐용’은 탈주에 필요한 돈을 구하기 위해 국채 위조범인 동료 죄수인 ‘루이 드가’(더스틴 호프만)에게 접근하여 탈주를 계획한다. 머리는 좋으나 도수 높은 안경에 어리숙한 데가 있는 ‘드가’는 돈과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이 필요했고, ‘빠삐용’은 목숨을 걸고 ‘드가’를 지켜주면서 서로간에는 끊을 수 없는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것은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진한 우정으로 이어진다.

중노동에 시달리던 중, 간수가 ‘드가’를 폭행하자 이를 말리던 ‘빠삐용’은 간수를 폭행하고 탈옥을 하게 되지만, 실패로 끝나고 햇빛도 비치지 않는 독방에 2년간 갇히게 된다. 계속되는 지독한 습기와 고독, 그리고 굶주림에 시달려 바퀴벌레와 전갈을 잡아먹으며, 그는 강철같은 의지로 잘 견뎌낸다. 

그때 ‘드가’는 돈으로 교도소장을 매수하여 코코넛을 넣어주는 우정을 보인다. 하지만 곧 들통이 나고, ‘빠삐용’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누가 코코넛을 넣어주었는지 말하면 암흑독방에서 풀어주겠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독방에서 지내던 어느 날 꿈속에서 그는 지옥의 재판관과 대화를 하게 되는데 자신은 죄가 없다고 항변한다. 

“재판관님! 저는 결백합니다. 저는 살인을 하지 않았어요!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 넌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너는 살인과는 관계없어.”
“그런데 제가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 
“너는 인간으로서 가장 큰 죄, 바로 ‘인생을 낭비’한 죄이기 때문이다!” 
“네? ‘인생을 낭비한 죄’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는 유죄로군요. 유죄! 유죄! 유죄!” 

재판관은‘인생을 낭비한 죄’로 사형을 선고한다. 결국 ‘빠삐용’도 ‘인생을 낭비했다는 죄’를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꿈속이지만 유죄를 선고받은 ‘빠삐용’은 실제로 새로운 꿈을 꾼다. ‘자유로운 삶과 인간다운 삶’을 살겠노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몇 달 동안이나 독방 속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드가’를 곤경에 빠뜨리지 않은 그는 풀려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혹은 참다운 인격의 척도다."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다시 탈출했다가 생로랑에서 그는 ‘드가’와 재회를 하게 되고, ‘드가’는 자기 때문에 죽음의 사선을 넘나든 그를 극진히 챙겨준다. ‘빠삐용’은 또 ‘드가’와 탈출을 시도하게 되나 실패로 끝나고, 다시 반복되는 탈옥, 체포의 기구한 운명은 끝없이 이어진다. 

결국 그는 절대로 탈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악마의 섬’으로 보내진다. 그곳 섬에 가니 이미 ‘드가’가 와있었고 그들은 감격(?)의 재회를 하게 된다. 그 악마의 섬은 사방이 바다로 막힌 작은 섬으로, 이곳의 간수는 없고, 다만 거센 파도뿐이었다. 

그는 섬을 둘러보며 생각한다. "어딘가 탈출의 길은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이미 머리가 히어 지고 이마저 빠지고 고문으로 다리를 절룩거리지만 ‘빠삐용’의 집념은 꺾이지 않은 것이다. 

우연히 버린 야자열매 껍질이 파도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것을 본, 빠삐용은 시험 삼아 야자열매를 채운 포대를 바다에 던져 본다. 포대는 바다로 나가지 못한 채 파도에 밀려 바위에 부딪히자마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거센 파도는 너무나 두렵고 집요한 존재였다. 

하지만 결국 탈출의 길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파도의 주기성이었다. 안쪽으로 세차게 몰아치던 파도가 한 번씩은 바다 쪽으로 밀려 나가는 때가 있으며, 또한 그 주기가 아주 일정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주저 없이 탈출 계획을 세우며, 몇 번째 파도에 허점이 있는지 정확히 관찰하기 시작하고 쾌재를 부른다.

‘드가’와 함께 탈출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빠삐용’은 철썩같은 약속을 했으나 마지막 순간 절벽에 섰을 때 ‘드가’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런 무모함에 동참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였다. ‘드가’는 ‘빠삐용’에게 죽을지도 모른다며 "그게 정말 가능할까?"라고 질문을 한다. 

그러나 ‘빠삐용’은 드가에게 "Those it matter?" 

“죽든 말든, 성공을하든 말든, 뭐가 문제란 말인가? 삶에 대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섬에서 평생 갇혀 지낸들 그것이 과연 살아있다고 말 할 수 있단 말인가?” 라는 몇 마디 말을 남기고 절벽 아래 바다로 뛰어내린다.

그리고 ‘빠삐용’은 파도를 타고 아주 조금씩 바다로 나아간다. 드디어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망망한 바다로 미끄러지며, 낡은 야자열매 포대 위로 엉거주춤 누운채로 외친다. " 난 자유다. 이놈들아. 난 자유다."라고 외쳐댄다.

‘빠삐용’의 유배 생활은 14년간이었다. '탈옥'이라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그 오랜 14년의 기간 동안 줄곧 "자유와 참다운 삶"을 갈구했다. 탈출한 뒤에 ‘빠삐용’은 ‘베네주엘라’로 가서 '자유인'이 되었고, 그곳의 한 광산에서 노동자로 일하기도 했고, 노름꾼, 은행털이, 요리사, 호텔 지배인, 전당포 털이 등,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다가 1967년 자신의 범죄에 대한 시효가 만료된 후, 꿈에도 그리던, 고국 프랑스의 파리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8일 동안의 짧은 방문이었지만, 그는 ‘몽마르뜨 언덕’의 벤치에 앉아 스스로에게 이렇게 속삭였다고 한다. "앙리, 너는 이겼다. 친구여! 너는 자유롭고 사랑을 받는 너의 미래 주인으로 살고 있다.“고. 그는 1973년 7월 29일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해에 스페인 의 마드리드에서 암으로 67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2017년 리메이크한 영화는 원작과는 차이가 있었다. 원작과 달리 수용소로 향하는 장면이 시작이 아닌 ‘빠삐용’의 금고 털이범 시절과 연인과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한다. 살인 누명을 쓰는 건 같지만, 독방에서 ‘빠삐용’이 인생을 허비한 죄를 선고받는 꿈을 꾸는 장면이 아쉽게도 삭제되었다. 

나락으로 떨어졌던 삶을 돌고 돌아 1944년 베네수엘라의 ‘주민’이 된 ‘빠삐용’는 그가 오래된 자신의 이야기를 13권짜리 노트로 써낸 것이 1967년 말이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68년, 소설보다 더 가치 있는, 거짓과 폭력에 굴하지 않은 한 남자의 ‘휴먼 드라마’라고 할만한 소설로 프랑스에서 출판되었다. 

영화로 제작될 때까지 5백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55년이 지난 현재까지 ‘희망과 생존의 바이블’로 1,000만 부 이상 팔리며 식지 않는 인기를 끌고 있다.

“단추를 새롭게 꿰듯이 인생을 다시 살 수는 없다.”는 ‘빠삐용’의 메시지처럼 우리는 잘못 미끄러진 과거를 다시 살아낼 수 없고, 감추고 싶은 지난 삶을 깨끗하게 지워버릴 수도 없다. 

다만 숱한 모험과 좌절, 성공과 실패를 견디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동안 우리 각자는 자기 인생의 자유로운 주인으로, 우뚝 설 수 있을 뿐이다. 꿈에서조차 상상하기 힘든 인생 역경을 건너온 ‘빠삐용’의 이야기는, 오늘의 시대에도 수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위안과 용기를 준다. 

할리우드의 ‘마이클 노어’ 감독이 ‘찰리 허냄과 라미 말렉’이라는 당대 최고 배우를 내세워 〈빠삐용〉리메이크 버전을 완성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를 다시 한번 감상하면서 어떤 고통이나 난관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얻기를 바란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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