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인생의 4대 실패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인생의 4대 실패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10.26 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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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평균수명 알파 에이지 시대(120세)가 축복인가 재앙인가? 
장수 시대를 사는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오래 사는 것을 재앙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노후를 제대로 계획하고 준비하고 장수리스크를 극복하면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이지만 준비하지 않으면 재앙이 될 것이 분명해진다. 

중국 송나라 때 ‘정이천’은 인생에서 3대 실패인 초년출세(少年登科) 중년상처(中年喪妻) 노년무전(老年無錢)을 극복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했다.

첫째: 초년출세(初年出世, 少年登科) 또는 청년출세이다.
인생에서 가장 경계할 것은 어린 나이에 출세하는 것이다. 빨리 출세하게 되면 다른 사람을 우습게 보게 되거나 주변에 적을 많이 만들게 되고 대인관계에 문제가 많이 생길 수 있다. 사람은 나이에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 한다.

또한 일찍 출세하면 사람이나 세상을 보는 안목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즉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되기가 십상이다. 좋은 도자기를 만들려면 찰흙을 속부터 단단히 다져서 빚어야 한다. 자연의 질서가 꾸준함에 있듯이 조급하지 않은 것이 인생을 더 단단하게 한다. 

20세 전 소년등과(考試)는 어려서 과거에 급제한 것이니 어떻게 보면 개인으로 보나 가문으로 보나 더없는 영광이지만 이를 인생이 불행해지는 원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인격이 성숙하기도 전에 출세하게 되면 자칫 오만과 편견에 빠져 폭주하다가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일찍 고시에 합격하여 출세하면 명성을 얻게 되어 승승장구할 것 같은데, 자칫 독선과 자만심으로 교만해져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고시에 여러 번 떨어져 낙방의 쓰라림을 겪게 되면 실패에 비례하여 인간적으로 성숙하게 되고, 남다른 내공과 깊이를 갖출 수 있다. 

조선 시대 추사 김정희(32세), 퇴계 이황 (32세), 고봉 기대승 (30세) 등은 30세를 넘어 문과에 급제하였고, 이순신 장군(31세)도 늦은 나이에 무과에 급제하였다. 율곡 이이(27세)와 다산 정약용(26세)은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대과인 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이처럼 조선 시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 가운데 소년등과 한 경우는 드물다. 현대의 인물로 윤석열 대통령(9번 실패)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60代 초반쯤 인생의 정점(頂點)에 서고, 60대 중반이나 70代에는 경륜으로 대접받으며, 이후 원로(元老)로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인생이 될 것이다. 

자식의 취업이나 결혼이 좀 늦거나 어떤 일이 좀 늦다고 조급하거나 답답해할 것 없다.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게(大器晩成) 마련이다. 장수 시대를 사는 데는 느긋한 마음으로 착실하게 준비하고 진득하게 기다릴 줄 아는 현명함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중년(中年) 상처(喪妻. 喪配)이다.
4~50代 중년에 배우자를 잃게 되는 경우로서 배우자와 갈라서거나, 60代 이후 사별하는 것보다 훨씬 큰 ‘충격(Shock)’을 받게 된다. 자식들이 아직 성장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런 일을 당하면 아이들 교육과 결혼은 물론 자신의 삶마저 엉망이 되어버린다. 

부부는 언제나 가정의 중심(中心)이 되어야 한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하거나 희생하지 말고, 부부 위주로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간이 흐르면 부모는 나를 떠날 것이고 아이 역시 언젠가 나를 떠날 것이다. 일생을 나와 함께 지낼 사람은 아내뿐이고 남편뿐이다. 

가족이 아주 좋아도 아내와 남편 사이만큼 좋을 수 없다. 세상에 친구가 좋아도 아내와 남편 사이만큼 좋을 수 없다. 늙고 병들면 서로를 도와줄 사람은 아내와 남편뿐이다. 남은 시간은 부부가 함께 가야 할 길이다. 서로 의지하고 아끼며 가야 할 그 길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다.

남편이 아내를 존중해 주고, 아내가 남편을 가정의 중심으로 여길 때, 부부가 해로(偕老) 할 수 있고, 아이들도 비로소 부모를 제대로 섬기게 될 것이다.

셋째: 노년무전(老年無錢. 貧困)이다.
의식주(衣食住)는 인간 생활의 3대 요소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가 모두 돈이, 뒷받침되어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젊어서 재무적 준비를 제대로 한 사람이면 몰라도 준비하지 않아 돈 없이 오래 산다는 것은, 재앙이 될 수 있다. 직장과 직업에는 은퇴가 있지만, 삶과 소비생활에는 은퇴가 없기 때문이다. 

젊을 때의 가난은 인생의 자극제가 될 수도 있지만, 노년의 빈곤은 사람을 남루하고 초라하게 만든다. 늙어서도 기본적인 생활과 최소한의 품위유지를 할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한다. 차근차근, 평생에 걸쳐 모은 돈을 하루아침에 잃는 사람도 있다. 

노년사기(老年詐欺)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돈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밝고 냉정하고 단호하다. 평소에 노후 대비를 하지 않으면 가난한 빈손의 후회와 무전(無錢) 생활을 겪을 수밖에 없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말초 세대라 한다. 부모님께, 효도를 한 마지막 세대요, 효도를 받을 수 없는 첫 번째 세대라는 의미다. 자녀에게 기대기도 어려워진 셀프 부양의 시대를 인정해야 한다. 설령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돈 앞에서 비굴하거나, 돈이 있다고 자만(自慢)을 해서도 안 된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서 베푸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영화와 인생은 마지막 장면이 멋있게 끝나야 좋다. 나이가 들수록 낡아지지 말고 익어가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을 열 수 있어야 한다. 대학에선 3대 학위 학사, 석사, 박사를 주지만 사회에서는 3대 학위(?)가 밥사, 감사, 봉사라고 한다. 

넷째, 노년무사(老年無事)이다
인생 3대 실패에 더해 현대에 와서는 노년무전보다 노년에 일이 없는 것이 실패의 요소가 된다. 바로 노년무사(老年無事)이다. “노동이 집안에 들어오면, 빈곤은 도망친다. 그러나 노동이 잠들어 버리면 빈곤이 창으로 뛰어 들어온다"고 했다. 

노년의 일은 돈을 벌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사람은 일을 통해 존재감을 느낀다. 일이 없으면 무료해지고 일이 없으면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다. 다만 일을 찾으려면 과거와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일자리가 찾아온다. 

널려 있는 것이 일거리이지만 찾아 나서지 않으면 그 일이 나를 찾아오는 일은 없다. 일을 하게 되면 최소한의 품위 유지비라도 벌 수 있고, 일을 하게 되면, 규칙적인 활동을 하게 되어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일을 하게 되면 만나는 사람이 많아져 인간관계의 네트워크가 생겨서 외로움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노년에 일할 수 있는(有事) ‘평생현역‘에 도전하여 아름다운 노후를 만드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자기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죽음까지도 자연의 순리이자 신의 섭리(攝理)로 받아들여야 웰다잉도 가능하다. 이런 심리적 상태를 유지하면 삶의 여유도 넘쳐나게 된다. 사람은 나이대로 산다는 말이 있다. 

“인생의 4대 실패”를 겪기 전에 사전에 준비하는 현명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노후는 노후대로의 의미와 즐거움이 있는 법이다. 이것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노후를 살아가는 참다운 지혜일 것이다.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사이에듀 평생교육원 교수
 •한국 생애설계연구소 소장 
 •한국 생애설계포럼 대표(경영지도사, 평생교육사, 생애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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