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소득·자녀, 둘 중 택 1입니다"...일하며 자녀 돌볼 수 없는 현실에 출산율 밑바닥
[초점] "소득·자녀, 둘 중 택 1입니다"...일하며 자녀 돌볼 수 없는 현실에 출산율 밑바닥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3.11.23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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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만 둔 여성 2명 중 1명, 육아 때문에 노동시장 떠난다
노동시장 이탈한 경력단절여성, 복귀까지 '10년' 공백 발생
맞벌이 없이는 '생활고', 자녀 출산시 불가능한 '맞벌이'에 출산 포기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해 각종 모성보호제도가 마련되고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혼 여성 중 다수가 육아와 출산으로 인해 일자리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저하 및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력단절여성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해 각종 모성보호제도가 마련되고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혼 여성 중 다수가 육아와 출산으로 인해 일자리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저하 및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력단절여성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기혼 여성 둘 중 한명은 결혼 후 일자리를 그만둔 뒤 다시 재취업을 하지 않은 '경력단절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전업주부의 길을 선택한 이들도 있지만 다수는 '육아'에 대한 책임때문에 일자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된다. 

안그래도 3040세대 일손이 부족해 외국인 인력으로 긴급 수혈까지 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인력의 노동시장 이탈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 기혼 여성의 고용현황'자료에 따르면 15세~54세 기혼 여성은 794만 3000여명으로 확인된다. 이중 비취업 여성은 283만 7000명으로 35% 이상을 웃돈다.

비취업 기혼 여성 중 직장을 다니다 그만 둔 경력단절 여성은 134만 9000명으로 확인된다. 기혼여성 17%가 결혼이 촉매가 돼 일자리를 떠난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경력단절여성 숫자는 4만 8000여명이 줄었지만 여전히 그 숫자가 적지않다. 

게다가 대대적인 모성보호정책 마련과 육아 지원책 등을 내세웠던 것을 감안하면 만족하기 어려운 성과다. 오히려 정책적 효과라기 보다는 자연적인 인구감소가 가져온 결과란 의견도 나온다. 통계청또한 경력단절여성의 감소를 두고 "해당 연령대 여성 인구가 줄어들면서 기혼 여성과 경력 단절 여성 인구가 함께 줄어드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혼여성 대비 경력단절 여성 비율은 지난해와 비교했을때 고작 0.2%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의 주된 사유는 '육아'였다. 경력단절여성 134만 9000며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 경력 단절 사유로 '육아'를 꼽은 사람이 56만 7000명으로 42.0%를 넘겼다. 이어 결혼이 35만 3000명, 임신 및 출산이 31만 명, 자녀교육이 6만 명으로 나타났다. 결혼과 자녀계획으로 부부 둘 중 비교적 수익이 낮고 휴직이 쉬운 여성이 일자리를 포기하는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 현황'

경력 단절 여성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40대가 59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54만 4000명으로 뒤이었다. 한 번의 휴직은 장기 실업으로 이어졌다. 경력 단절 기간을 살폈을 때 10년 이상이 40.0%로 가장 많았으며 5~10년 미만은 24.1%, 3~5년 미만은 13.2%에 그쳤다. 자녀돌봄 등으로 일터를 떠나면 복귀가 쉽지 않은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수치다. 

조사에따르면 자녀가 많을수록, 자녀가 어릴 수록 경력 단절 여성의 비율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수별 경력 단절 여성 비율은 3명 이상 29.4%, 2명 26.0%, 1명 23.1% 순이었다. 자녀 연령별로는 6세 이하 35.9%, 7~12세 21.9%, 13~17세 11.9%로 집계됐다.

■아이 낳으면 경력단절은 필연, 맞벌이 없인 생활고...선택을 해야 하는 현실
기성세대의 "자녀는 여자가 돌봐야지"라는 인식보다는 자녀를 돌봐야하는 상황에서 비교적 휴직 신청이 쉽고 부부 중 소득 수준이 더 낮은 여성이 자녀 돌봄을 택하는 경우가 더 현실적인 이유다. 

일부는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거나 조부모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모든 출산 부부가 이와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령층 은퇴시기가 늦어지면서 손자 양육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부모가 많지 않을 뿐더러 신체적인 이유나 거리적인 사유, 이미 다른 자녀의 아이를 돌보고 있는 경우 등 여러 이유가 상존한다. 베이비시터를 고용도 비용이나 너무 어린 신생아 자녀의 돌봄 문제 등으로 녹록치 않다. 

돌봄 공백을 메꿀 수 없고 '자신의 자녀를 자신이 양육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많은 이들은 출산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일부 고소득자를 제외하고 남편 또는 아내의 외벌이 소득만으로 생계 유지도 쉽지 않은데 출산까지 고려하는건 어불성설이라는 판단에서다. 

통계 자료에서도 볼 수 있듯 출산은 곧 여성의 실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부에서는 고소득, 고학력 여성이 경제활동과 개인의 성취감, 사회적 지위 유지에 대한 욕구가 강해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 또한 원인의 일부이기는 하나, 저출산이 심화되는 이유 전부는 아니다. 

실제로는 맞벌이를 하지 않고서는 자녀의 양육비를 감당할 수 없으나, 맞벌이가 불가능한 사회적 구조때문에 2세 출산을 포기하는 이들이 더 많다. 그 결과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명까지 주저앉았다. 

일각에서는 이와같은 저출산이 이어지면 머지않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0%대로 내려앉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4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 '중·장기 재정 현안 분석 : 인구위기 대응전략'에 담긴 내용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저출산율이 계속된다는 가정하에 우리나라 총 인구수는 20년도 되지 않은 2040년 경 4916만명까지 감소할 것이며 이에따라 0% 초저성장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정처가 통계청 인구추계 중위 시나리오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현재 연 2.2% 수준인 장기 경제 성장률은 2030년대 1.5%로 낮아지면서 1%대를 보이고, 2040년대(0.9%)부터 0%대로 주저앉으며, 2050년대 0.8%, 2060년대 0.7%까지 추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출산율이 0.7명을 유지한다는 가정을 토대로 추산한 예상치로 출산율이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경우에는 2060년 기준 0.1%의 성장률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성장 불씨가  약해지다 못해 꺼지기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예상처는 "2020년대에는 노동 투입이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2030년대부터는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예상하며 "인구가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이대성 경기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출산과 육아가 경력단절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대성 교수는 "세계적으로 여성의 경력단절은 완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여성이 출산이나 결혼을 경험하는 3040 시기에 고용률이 급격히 떨어졌다가 자녀가 어느정도 성장하면 다시 취업해 고용률이 높아지는 M자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휴직이 실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와, 자녀의 출산이 생계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적 버팀목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혼과 출산으로 고용률이 급격히 떨어진 뒤 차후 다시 고용률이 오르지만 해당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일 것이란 보장이 없다. 자녀 돌봄이 가능하면서 소득과 고용안정이 어늦어도 보장된 전문직 시간제, 파트타임 일자리의 발굴도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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