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시니어의 삶을 그린 “노년의 영화”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시니어의 삶을 그린 “노년의 영화”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12.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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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많은 시니어들이 어떻게 늙어갔으면 좋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어떠한 미래의 노후가 펼쳐질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시니어라면 누구나 안정된 노후의 삶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늘 자기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 버리고 만다.

노년을 그린 영화에도 그런 생각이 투영되어있다. 이제는 그만, 평탄해도 될 텐데, 주인공들의 노후생활은 ‘무사안일(無事安逸)’과는 거리가 멀다. 소개하고자 하는, 영화들에 등장하는 노년 남녀의 일상 역시 파란만장하게 전개된다. 

과연 이들의 삶에 어떠한 희비(喜悲)가 펼쳐지는지, 올해 말과 년 시에 지난 삶을 뒤돌아보며, 노후의 삶을 그린 영화를 보는 것도 인생을 관조(觀照)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1. 엔딩노트<Ending Note>

2015년 9월 24일 개봉한 영화 ‘엔딩노트’의 주인공인 ‘스나다 도모아키’는 은퇴 직후 시한부 선고를 받은 60대 후반의 남자로. 위암 말기 선고를 받는다. 암세포가 다른 장기에까지 퍼진 상태라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순리임을 깨닫는다. 

죽음을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로 받아들인 ‘도모아키’는 ‘세례명 받기, 손녀들과 함께 놀아주기, 서로 다른 당에 투표하기, 장례식 예행 연습하기’ 등 이제껏 외면했던 일들을 하나씩 차례대로 실행에 옮겨 간다.

<엔딩 노트>는 거창한 버킷 리스트가 아니고, 눈물로 쓴 병상일지도 아니다. 정작 죽음을 기다리는 당사자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부정하거나 불공평한 죽음에 분노하지도 않는다. 

가족들이 몇 년은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희망을 불어넣을 때, ‘도모아키’는 그럴 리 없다고 잘라 말한다. 비탄 끝에 ‘도모아키’가 어쩔 수 없이 체념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얼마나 더 잘 살 수 있을까? 보다 어떻게 해야 더 잘 죽을 수 있을까를 이미 깨달은 상태다. "거칠게 살아온" 죗값을 지금 치르고 있는 것이라는 ‘도모아키’의 고해는 제발 좀 살려달라는 애원이 아니라 남은 시간이라도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의지다. 

딸이 죽어가는 아버지를 찍은 이 다큐멘터리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공감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죽음을 삶의 연장이라고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특별하고 의연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삶이 죽음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 삶을 위무할 때, <엔딩 노트>는 곧 '오프닝 노트'가 된다. 

‘가와세 나오미(벚꽃 편지)’, ‘이와이 슌지(이치가와 곤 이야기)’, ‘고레에다 히로카즈(걸어도 걸어도, 공기인형) 등의 감독들에게서 연출을 배웠던 ‘스나다 마미(친딸)’는 최대한 아버지라는 인물에 가깝게 다가가되, 존엄을 침범하지 않는 사려 깊은 거리두기로 아버지의 마지막을 감동적으로 배웅한다.

2.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The 100-Year-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d Disappeared>

2014년 6월 18일 개봉된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스웨덴 소설가 ‘요나스 요나손’의 동명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전 세계 38개국에 번역되어 6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 셀러이다. 

주인공 ‘알란 칼슨’ 할아버지(로버트 구스타프슨 분)는 유일무이한 폭탄 제조 기술로 20세기 세계사의 굵직굵직한 사건에 관여한다.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는가 하면, 미국 CIA 요원으로 활동하며 미국과 러시아의 이중 스파이로 활동하는 등 종횡무진으로 활약한다. 

영화는 100세 생일을 맞이한 ‘알란’이 자신이 지내던 요양원을 도망쳐 나와 세계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그렸는데, 여행 속에서 ‘인생은 무엇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 ‘로버트 구스타프슨’인데, 주인공 ‘알란’의 20대부터 100세까지 청년과 노년역을 모두 그가 연기했다고 하니 대단한 배우라 할 수 있다.

3. 인턴(The Intern)

2015년 9월 24일에 개봉된 ‘인턴’은 퇴직 후, 무료한 삶을 보내던 ‘벤 휘태커(로버트 드니로)’는 다시 직장을 구해야겠다 마음먹고 한 온라인 패션 쇼핑몰에 인턴으로 지원한다. 그리고 면접에서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밝히며 합격하게 된다. 

‘인턴’은 70세 노인 ‘벤’이 젊은 대표 ‘줄스(앤 해서웨이)’가 이끄는 트렌디한 온라인 패션 쇼핑몰에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벤’은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너무나도 잘 적응하며 주어진 일들을 척척 해낸다. 그러한 모습에 ‘줄스’는 점점 ‘벤’에게 의지하게 된다. 

연출을 맡은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슈트를 입고 예의 바른 행동을 하는 ‘벤 휘태커’를 통해 “트렌디함 만을 쫓아 지금 우리 주위에서 점점 사라지는 모습들을 살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젊음의 패기만큼이나 연륜에 의해 쌓인 경험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4. 버킷리스트(The Bucket List)

2017년 11월 21일 재개봉된 영화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두 남자가 같은 병실을 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의 이야기이다. 등장인물 ‘카터 챔버스(모건 프리먼)’와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 두 사람이 서로에게 받은 첫인상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눈만 뜨면 ‘으르렁’대기, 일쑤였으나,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 이내 곧 좋은 친구가 되며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리고는 머지않은 이승에서의 시간 동안 진짜 하고 싶었던 일, 즉 ‘버킷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떠난다. 함께 여행하는 동안 이들은 병실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나누게 되는데,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살아가면서 삶을 돌이켜보며 자신을 정리할 시간은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기 마련임을 암시한다. ‘버킷리스트’는 설령 죽음이 눈앞에 닥치지 않더라도, 인생에서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여러 가지 가치가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는 말은 ‘죽다’라는 뜻의 속어 ‘Kick the Bucket’와 관련이 있는데, 중세 유럽에서 자살이나 교수형에 처할 때 목에 줄을 건 다음 딛고 서 있던 양동이(Bucket)를 발로 찼던 관행에서 유래했다.)

5. 유스(Youth)

‘나이를 먹어간다’에 초점을 맞춘 영화로 2016년 1월 7일에 개봉되었다. <유스>는,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프레드 밸린저(마이클 케인)’가 은퇴 후, 스위스 고급 호텔로 휴가를 떠나면서 시작된다. 그의 오랜 친구인 노장 영화감독 ‘믹 보일(하비 케이틀)’ 역시 같은 기간 동안 그곳에 머문다. 

그러던 어느 날, 영국 여왕의 특사가 찾아와 ‘프레드’에게 그의 대표곡 ‘심플 송’을 지휘해 달라고 요청하는데, ‘프레드’는 이를 거절한다. 이를 계기로 ‘프레드와 믹’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들의 삶을 조망한다. 그곳에 묵고 있는 여러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지낸다.

즉, <유스>는 노년의 시점에서 미래의 삶을 바라보며, 미래지향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격은 연출을 맡은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이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삶에서 중요한 건 과거와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라는 답변에서도 잘 드러난다. 

무엇보다 최근, 유작으로 남겨도 좋을 각본만 받는다고 할 만큼 작품선정을 신중(愼重)하게 선택하는, ‘마이클 케인’이 제작한 영화이니 믿고 봐도 좋을 것이다.

6.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The Last Word>

“내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나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 이 있는가? 2017년 7월 19일 개봉된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질문을 계기로 시작된다. 

성공한 광고회사 대표 ‘해리엇(셜리 맥클레인)’이 자신의 사망 기사를 미리 써놓기 위해 사망 기사 전문기자 ‘앤(아만다 사이프리드)’을 고용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앤’이 가져온 기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앤’에게 4가지 포인트를 제시하며 자신만의 ‘와일드카드’를 함께 찾자고 제안한다. 즉, 완벽한 사망 기사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꿀 여정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이 영화는 제33회 선댄스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는데 재미는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노년의 시점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이를 통해 한 단계 발전해야 한다.’는 그간의 휴먼 드라마 장르에서 많이 다루어진 이야기이다. 

그러함에도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분명 무언가 특별한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가 주는 매력이 무엇인지 직접 보고 느끼면서 나는 ‘내가 죽은 후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나의 사망 기사(가상)도 미리 써보면 더 좋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객들은 영화 속 등장인물의 행복한 모습을 보기를 원한다. 그것은 영화에 자신을 대입하여 자신 또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소개한 여섯 편의, 영화들은 모두 황혼기에 접어든 주인공을 내세워 ‘삶과 인생의 의미’에 대한 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공통점이 나타난다. 교훈이나 설교의 형태가 아니라 관객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녹여냈기에 더 많은 공감을 살 수 있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다소 진지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고 흥미 있게 엮어낸 노년의 인생을 그린 영화를 보며 시니어의 노후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사진 출처 : Daum)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사이에듀 평생교육원 교수
 •한국 생애설계연구소 소장 
 •한국 생애설계포럼 대표(경영지도사, 평생교육사, 생애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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