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기 교수의 ESG 경영 이야기] EU 공급망 실사지침에 따른 중소·중견기업의 위기와 인정승천(人定勝天)의 정신
[이용기 교수의 ESG 경영 이야기] EU 공급망 실사지침에 따른 중소·중견기업의 위기와 인정승천(人定勝天)의 정신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12.18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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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학교 경영학과 이용기 교수

우리나라의 유럽 수출 비중은 2013년 8.7%에서 2022년에는 10.8%로 상승되었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중국 수출에 의존했던 호황 시대가 종료되는 상황에서 유럽 수출 비중의 상승은 우리나라의 수출 다변화 정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1년에 발효된 한-EU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을 기반으로 우리나라가 유럽 시장과의 무역 규모를 꾸준히 확대하는 것은 다행스럽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으로 인한 대립과 한반도를 둘러싼 미묘한 국제 정세의 변화로 중국이 더이상 우리의 수출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탓이다. 

실제로 중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분들은 중국이 사업하기 쉽지 않은 국가라고 한다. 중국에서 사업하면 회사와 기술을 뺏기고 쫓겨난다 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건 중국이 사업하기 어려운 국가라는 이유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그러나 40년 전부터 우리나라가 수출 다변화를 강조해왔음에도 2023년 현재에도 여전히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우리가 중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에 수출을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2009년 10월 15일에 서명하고, 2011년 7월 1일부터 잠정 적용에 체결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은 아시아 국가로서 처음으로 EU와 맺은 협정으로, 이를 통해 일본, 중국, 대만과의 관세 경쟁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그러나 EU 집행위가 2022년 2월 23일 초안으로 공개한 '기업 지속가능성 공급망 실사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은 우리나라의 EU 수출에 추가로 까다로운 규정이 되었다.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에 따르면, CSDDD는 기업이 경영활동으로 인한 실제 및 잠재적 부정적 영향을 스스로 식별, 예방, 완화하고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에 중점을 둔다. 

이 실사지침은 금융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에 적용된다. 섬유, 농림·어업, 원자재 등의 고위험 산업군에 대한 매출 비중은 제외되었지만, 특정 규모 이상의 기업 및 최종 모기업에는 새롭게 추가되었다. 

역내 기업의 경우, 직원 수 250명 초과 및 전 세계 순매출 4,000만 유로 초과 기업, 그룹 내 직원 수 500명 이상으로 전 세계 순매출 1억 5,000만 유로를 초과하는 최종 모기업이 대상이 된다. 

역외 기업의 경우는 EU 내 순매출 4,000만 유로 이상 및 전 세계 순매출 1억 5,000만 유로 초과 기업과 그룹 내 직원 수 500명 이상으로 역내 순매출 4,000만 유로 이상 및 전 세계 순매출 1억 5,000만 유로 초과 최종 모기업이 대상이 된다.

문제는 실사 대상 기업이 전 공급망에 걸쳐 인권 및 환경에 대한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식별하고 예방, 완화, 제거 등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은 또한 고충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하면서 조치의 효과성을 모니터링하고 점검하며, 실사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만일 기업이 실사 의무를 위반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청구인이 입증해야 한다. 

공소시한은 최소 10년이며, 지침 적용 대상인 자회사가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해산하거나 모기업에 의해 해산되는 경우 손해배상 책임은 모회사로 전가된다. 

뿐만 아니라 기업은 지속가능한 경제, 파리협정 및 EU 기후 목표를 준수하는 기후 대응 전략을 수행하고 이행해야 한다. 또한, 역내 회원국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회원국이 실사지침을 국내법에 반영할 때, 해당 법과 실사지침 규제 수준을 일치시켜야 한다. 

이 외에도 '지속가능보고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을 실사지침과 연계하여 적용하도록 하였다. 

CSRD는 일정 규모의 기업에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의무를 부여하는 지침으로, 지난 1월에 공식 발효되었으며, 각 회원국은 이를 국내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뿐만 아니라 EU 집행위는 기업이 실사 법안을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항목별로 구체화된 실무 가이드라인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지침을 위반할 경우, 회원국은 자율적으로 제재 수준을 결정하게 되며, 벌금 외에도 공공조달 입찰, 유통 및 수출 금지 등 비금전적 조치를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지침은 발효 후 2년 동안 회원국 내에서 입법 전환을 거치며 적용되며, 기업 규모에 따라 3~5년 후에 적용될 것이다.

IBK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EU CSDDD에 대한 국내 기업의 중요성 인식은 증가하였지만, 대응 수준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한다. 

특히, EU CSDDD가 미치는 영향 중에서는 환경과 인권 문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업종으로 섬유, 농림어업, 원자재, 철강 생산 및 유통과 같은 고영향 섹터(high-impact sector)가 있다. 

이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중소·중견기업 110개사는 공급망 실사 수행을 위한 비용 발생 및 잠재적 소송에 따른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 

프랑스에서는 2017년에 실사의무화법이 제정된 이후, 최근 프랑스 대법원이 시민단체가 기업에게 실사의무와 관련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환경 및 인권 문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공급망 내에서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그린피스는 프랑스 국영전력공사(EDF; Électricité de France S.A.)와 프랑스 원전그룹(Orano)를 상대로 러시아와의 핵에너지 사업 관계 중단을 요구하여 공급망 내 인권 및 환경에서 부정적 영향을 방지할 의무를 다하라고 공식 경고를 하였다. 

맥도날드의 경우도 프랑스와 브라질에서의 노동 조건 및 환경 파괴에 연루된 공급업체에 대한 기업실사의무화법을 준수하도록 하는 공식 경고를 받았다. 

맥도날드가 세계 최대 습지인 브라질 판타날(Pantanal)과 아마존 열대 우림의 삼림 벌채 및 강제 노동 등에 연루된 공급업체들과 사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이를 중단하고 사업 관계 유지로 인해 발생된 인권과 환경 위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실사의무화법과 관련된 경고 및 소송은 이제 더 이상 도덕적 캠페인이 아닌 필수의무로 여겨지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원청기업들은 협력사에게 ESG경영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따른 제도 정비, 자료 제출, 전문인력 및 설비 추가 등으로 중소기업들의 인력과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IBK경제연구소는 중소하청기업들에 대한 공급망 시설과 설비 개선을 위한 금융 지원, 각 업종에 맞는 ESG 가이드라인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ESG경영을 강의하는 과정에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우리 중소기업이 ESG경영을 할 여력이 있는가요?"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은 다양한 기관, 연구소, 그리고 컨설팅 업체에서 제공해준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삼정KPMG가 발표한 중소기업 ESG추진전략(2021)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ESG관리지표를 도출하고, 대기업/글로벌 기업이 협력사 평가 시 사용하는 ESG 평가기준을 활용하여 관리 용이성(단기간 또는 적은 비용으로 성과 개선 가능성)과 시급성(국내 규제 수준, 공급망 ESG 평가기준 요구사항 등)을 이용하여 단기 내 우선 추진(시급성 고, 관리 용이성 고), 중장기 대응계획 수립(시급성 고, 관리 용이성 저), ESG 역량 고도화(시급성 저, 관리 용이성 고), 그리고 ESG 기반 비즈니스 기회 확보(시급성 저, 관리 용이성 저)의 전략을 취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그림 1> ESG 관리지표별 중소기업 접근 방향(자료: 대한상공회의소, 삼정KPMG (2021). 중소기업 ESG추진전략, p. 8.)
<그림 1> ESG 관리지표별 중소기업 접근 방향(자료: 대한상공회의소, 삼정KPMG (2021). 중소기업 ESG추진전략, p. 8.)

중소·중견기업을 둘러싼 기업의 미래 환경은 EU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이 ESG경영을 도입함에 따라 험난한 상황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소·중견기업은 ESG경영 관점에서 환경탐사를 통해 원청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원하는 ESG경영의 관리지표를 파악하고 평가하여 리포지셔닝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기업자원에서 열세이기 때문에 정부, 지자체, 다양한 연구기관, 컨설팅업체, 대학 등의 도움을 받아 ESG경영 포지셔닝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인재의 확보이다. 사자성어 인정승천(人定勝天)은 인재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 만사임을 알고 중소·중견기업은 무엇보다 인재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ESG 관리지표의 관리를 통한 공급망 관리를 위한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며, 정부는 그들의 홀로서기에 든든한 후견자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본 글은 EU 공급망 실사지침에 대한 설명으로 인하여 참고문헌 내용이 많이 인용되었음을 알립니다. EU 공급망 실사지침 본회의 통과: 주요내용과 향후 전망은? https://tongsangnews.kr/webzine/1582307/sub5_1.html; 885호 : EU 공급망 실사지침 주요내용 및 시사점, IBK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http://research.ibk.co.kr/research/board/economy-news/details/251684; 프랑스 실사의무화법 시행에 기업들 긴장하는 이유 [기업 인권경영 리포트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07057644i; 대한상공회의소, 삼정KPMG (2021). 중소기업 ESG추진전략.

●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세종대학교 탄소중립ESG연구소 소장
● 세종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지속가능(ESG)경영전공 Founder(2020)/코디네이터
● 세종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시니어산업학과 석사과정 Founder(2020)
● 세종대학교 산업대학원 마케팅학과 Founder(2007)(현, 유통산업학과)
●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프랜차이즈석사과정 Founder(2006)
● 세종사이버대학교 경영학과 Founder(2005)
● (사)한국프랜차이즈경영학회 회장
● SDX재단 교육연구원 자문단장
● 통통(通統): 통하는 통계셰프 easy statistics 유튜브 채널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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