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돼지저금통과 영광굴비
[전대길의 CEO칼럼] 돼지저금통과 영광굴비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12.27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2023년 연말에도 빨간 돼지저금통을 연상케 하는 구세군(救世軍)의 빨간 자선(慈善)냄비가 어김없이 길거리에 등장했다. 그런데 중세 유럽인들은 <Pygg>라고 불리는 부드럽고 차진 점토(粘土)로 만든 병(甁)에 소금, 돈 같은 것을 저장했다. 

18세기 당시 ‘Pygg’와 돼지를 뜻하는 ‘Pig’가 동일한 발음으로 들렸다. 이로 인해서 도공(陶工)들이 잘못 알아듣고는 돼지 형태의 <Pig-Bank>를 만들다 보니 ‘돼지 저금통’이 생겨났다고 한다.   

미국 Kansas 州 작은 마을에 ‘채프먼(Chapman) 부부’가 살았다. 그의 아들 윌버(Wilber)가 "우리 마을에는 한센(Hansen)병 환자들이 많아요. 저는 아저씨가 주신 U$3로 새끼 돼지를 사서 길러서 돼지를 팔아 한센병 환자 가족을 도우려고 합니다."라고 자기에게 용돈을 준 탄넬(Tannel) 아저씨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윌버(Wilber) 소년은 열심히 돼지를 키웠다. 동네 꼬마 친구들도 뜻과 힘을 모아 같이 돼지를 키웠다. 소년은 이듬해 돼지를 내다 팔아서 한센병 환자 가족을 도왔다. 

이 사실이 한 신문에 소개되면서 수많은 사람이 여러 개의 돼지 저금통을 만들어 이웃돕기 운동을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돼지 저금통이다. 그때부터 소년들은 용돈을 아껴서 돼지저금통에 넣었다. 모아진 돈은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구제활동비로 쓰였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굴비의 2가지 유래(由來)도 재미있다. 
첫째, 굴비(屈非)는 ‘말린 조기의 모습’에서 왔다는 것이다. 조기를 짚으로 엮어 말리는 과정에서 점점 머리와 꼬리 부분이 아래로 쳐지는데 이 모습이 굽은 등처럼 점차 구부러져서 '굽이'라고 불리다가 ‘구비’, ‘굴비’로 불리었다고 전한다. 

둘째, 고려 16대 임금 예종 때 ‘이 자겸(李資謙)’이 딸 ‘순덕’을 예종에게 시집보낸 뒤 공신(功臣)이 되었다. 그 후에도 이 자겸은 자기 딸이 낳은 외손자인 17대 임금 인종에게 셋째 딸, 넷째 딸을 시집보내 권세를 잡았다. 

이때 이 자겸은 자기 성(性)인 이(李)자를 파자하면 십팔 자(十八子)라서 이(李) 씨가 왕이 될 것이라는 중국 진대(秦代)에 비롯된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바탕을 둔 예언학(豫言學)인 참위설(讖緯說)을 믿고 난(亂)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미수(未遂)에 그쳐서 전남 영광 땅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 자겸은 영광 칠산 앞 바다에서 잡힌 조기 맛에 반했다. 임금께 바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조기를 소금에 절여 임금께 바쳤다. 

그는 이때 자신의 이 같은 행위가 “자신의 죄를 감면받기 위한 아부 행위가 아닌 백성으로 해야 할 도리(道理)”라고 ‘굴하지 않는다’라는 뜻인 <굴할 굴(屈), 아닐 비(非)>의 <굴비(屈非)>라고 작명(作名)해서 임금께 진상(進上)했다고 한다. 

끝으로 ‘영광 굴비’와 관련한 재미있는 유머다. 
어느 굴비 장사가 교회 앞에서만 굴비를 불티나게 잘 팔아서 그 내막을 알아보았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굴비!, 밥상에는 영광 굴비!"란 판촉용 현수막(懸垂幕)이 교회 앞에 내 걸려 있었다. 참으로 기발(奇拔)한 마케팅(Marketing)전략이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