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갑진년(甲辰年) 원단(元旦) 기도(祈禱)  
[전대길의 CEO칼럼] 갑진년(甲辰年) 원단(元旦) 기도(祈禱)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1.0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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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서울 성모병원(5층) 수술실에서는 매일 아침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20여 명이 들어오는 수술 준비실은 의료진의 손길로 분주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환자가 누워있는 침상마다 1분간 정적이 흐른다. 

환자를 위한 수녀의 기도가 있기 때문이다. 전신 마취 수술에 임하는 모든 환자에게 수녀가 다가선다. "제가 환자분을 위해 기도해 드릴까요?” 종교와 관계없이 환자의 치유를 위해서이며 모든 환자가 스스로 기도해달라고 자청한다. 

수녀는 환자 옆에서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쾌유를 빈다. 의료진의 정성 어린 손길이 환자에게 닿기를 기원한다. 약 1분 동안의 기도에 뜻밖의 광경이 벌어진다. 

40대 가장은 울음을 터뜨리고 60대 엄마는 흐느낀다. 80대 할아버지가 눈시울을 적신다. 1분 동안에 이들에게 수십 년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이다. 수술을 앞둔 환자들은 긴장한 탓에 혈압이 오르고 맥박이 빨라진다. 

기도가 끝난 뒤 환자들의 혈압과 맥박은 대개 안정감 있게 떨어진다. 기도를 들은 환자는 마취 유도제가 적게 들어간다는 말도 의료진 사이에서 나온다. 1분의 기도가 평온과 위로를 안기는 심혈관 안정제이자 불안에 대한 마취제인 셈이다.

기독교 신앙에서 국가나 남을 위한 기도가 ‘중보기도(仲保祈禱)’다. 자신을 위한 기도나 남을 위한 기도나 같은 영적(靈的) 에너지가 있다고 믿는다. "중보기도"의 의학적 효과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의료의 본질은 세심하고 꼼꼼한 진단과 치료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튼 누군가의 기도에 혜택을 입었다는 주장은 있어도 기도가 질병을 악화시켰다는 연구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기도에는 지나간 세월에 대한 회한이 있고, 살아갈 날들에 대한 희망이 담뿍 담겨 있다. 

기도의 본질은 "사랑"이기에 어떠한 저주나 미움이 있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은혜(恩惠/The Grace)>란 명화(名畫)가 탄생한 비화(祕話)다. 미국 미네소타(Minnesota)州 보베이(Bovey) 탄광촌에서 일하는 사진사 ‘에릭 엔스트롬(Eric Enstrom/1875~1968)’의 이야기다. 

1918년 어느 날, 세파(世波)에 힘들어 보이는 야위고 허름한 옷차림의 백발(白髮)노인이 신발 털이개를 팔아달라며 사진관을 찾았다. 노인은 사진관에 들어서자마자 잠시 앉아서 쉬어가길 원했다. 그러면서 배가 몹시 고프다면서 차 한 잔을 청했다. 

에릭 엔스트롬 사진사는 이 노인에게 빵과 수프를 대접했다. 그러자 노인은 테이블에 앉아 빵과 수프를 앞에 놓고 감사기도를 했다. 

사진사인 에릭 엔스트롬은 이런 모습을 보고 감동(感動)과 전율(戰慄)을 느꼈다. 작은 것에도 감사기도를 드리는 초라한 노인이 위대한 거인(巨人)처럼 동공(瞳孔)에 비쳤다.

에릭 엔스트롬은 이 노인을 바라보며 “이 노인은 삶이 빈곤(貧困)하지만,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것을 더 많이 갖고 있다”란 느낌을 받았다. 바로 작은 일에도 감사(感謝)할 줄 아는 마음이었다. 

가난하고 행색은 초라해 보이지만 이 노인이 진심으로 감사기도를 드리는 모습은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거인(巨人)처럼 느껴졌다.    

   로다 앤스트롬 나이버그(Rhoda Enstrom Nyberg)의 <은혜(The Grace)>
   로다 앤스트롬 나이버그(Rhoda Enstrom Nyberg)의 <은혜(The Grace)>

에릭 엔스트롬은 이 노인의 흑백 사진을 정성껏 찍었다. 이 사진에 감동받은 사진사의 딸 ‘로다 앤스트롬 나이버그(Rhoda Enstrom Nyberg/1917~2012)’ 화가(畫家)는 이 사진을 보고 유화(油畫)로 그렸다. 그녀가 그린 ‘노인의 감사기도(感謝祈禱)’ 그림이 바로 <은혜(恩惠/The Grace)>란 명화(名畫)다.

싸움과 기도에 관한 이야기를 붙인다. ‘빅토르 위고’는 세상에는 3가지 종류의 싸움이 있다고 했다. 

첫째 ‘사람과 자연과의 싸움’이다. 둘째 ‘사람과 사람과의 싸움’이다. 셋째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라고. “싸움터에 나갈 때는 기도를 한 번, 바다에 나갈 때는 두 번,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는 러시아 속담(俗談)이 결혼식 주례사(主禮辭)로 인용된다.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또 다른 환자를 위한 기도의 힘은 배가(倍加)된다”라는 유태인(猶太人) 격언도 있다.   

2024년 청룡(靑龍)의 해라는 갑진년(甲辰年) 원단(元旦)을 맞았다. <Trend Korea>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는 <2024년 Key-Word>로 <용(龍)의 눈(眼)>을 제시했다. 

러시아 vs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vs 하마스 전쟁으로 수많은 인명(人命)이 살상(殺傷)되는 슬픈 현실 속에서 인류는 생존경쟁(生存競爭)에 여념(餘念)이 없다.

세계적인 경기침체(景氣沈滯)와 기후 온난화와 환경문제, 자원문제(資源問題), 무역장벽(貿易障壁) 속에서 혼돈(渾沌)의 인공지능(人工知能) 시대에서 비상(飛翔)하자. 청룡(靑龍)의 두 눈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자. 

우리가 난관(難關)을 극복하는 출발점은 위 노인처럼 감사기도(感謝祈禱)를 하는 것이다. 예전에 경부고속도로 서초동 ‘만남의 광장’ 뒤편에 “무엇을 걱정하십니까? 기도(祈禱)할 수 있는데...”란 광고판이 생각난다.  

2024년 새해 원단(元旦)을 맞아 가족과 이웃, 고객과 직장동료를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의 부국강병(富國强兵)과 세계평화(世界平和)를 위해서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자. 

청룡(靑龍)의 갑진년(甲辰年) 새해 원단(元旦)에 감사기도(感謝祈禱)를 드리자. 기업의 CEO와 국가지도자는 출근하면 책상에 앉아서 기도(祈禱)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자. 

필자와 KAL 입사 동기인 박민홍 목사가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들려주는 성경 구절이다. “항상 기도(祈禱)하라. 범사(凡事)에 감사하라(데살로니가전서 5:16~18)”고.   
 

‘조덕현 해군사관학교 역사학과 명예교수’가 말한다.  
미국 청교도(淸敎徒)는 “최고(最高)는 오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올 것이다(The best is yet to come)”라고 후손들에게 가르친다. 

“yet”란 “아직 오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기대감(期待感)을 나타낸다. “Meine beste Zeit kommt noch”란 비슷한 의미의 독일어 표현도 있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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