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중동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중동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1.15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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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최근 중동 지역의 지속적인 갈등은 글로벌 물류 및 공급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 그리고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와 수에즈 항로를 지나는 선박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국제 무역 및 운송에 중대한 위험을 제기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중요한 해운 경로와 항구에 악영향
이러한 갈등은 해운 경로의 변경, 항로 안전에 대한 우려, 물류 지연 및 비용 증가 등을 가져오고 있다. 2021년 3월 수에즈 운하에서 발생한 '에버기븐' 호의 좌초 사건은 일주일의 잛은 기간이었지만, 글로벌 무역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쳤는데,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친(親)이란 시아파 무장단체이자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인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글로벌 물류 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예멘 반군 후티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이 벌어진 후 작년 11월부터 하마스 지지를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수십차례나 공격했다. 

전 세계 컨테이너선 물동량의 약 30%, 원유·천연가스 등 벌크선 물동량의 10∼15%가 홍해를 통해 이동한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 해운사들이 홍해를 거쳐 수에즈 운하를 통하는 항로 운항을 중단하고 희망봉으로 9천 ㎞를 우회하고 있다. 

이 경우 운송 기간은 15일에서 한 달 정도 늘어나고, 연료 비용 상승과 화물의 배송 지연이 불가피하다. 원유 수송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한동안 주춤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등 인플레이션 재 점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미국이 작년 12월 다국적 함대를 홍해에 투입하는 등 안보 강화에 나서자 후티 반군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미국은 1월들어 세계 무역로를 위협한 데 대한 직접적 대응으로 미국과 영국군이 호주, 바레인, 캐나다, 네덜란드의 지원을 받아 후티 근거지를 타격했다. 

가자지구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된 이래 서방 다국적군이 대규모 군사작전에 나섰다. 중동전쟁의 불씨가 홍해로 옮겨 붙은 형국이다.

홍해 항로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선박 우회에 따른 운임 상승과 배송 지연은 불가피해진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홍해 사태로 부품 공급이 어려워져 독일 공장 가동을 1월 29일부터 2주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미국 유조선이 나포된 지역은 걸프 해역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어지는 오만만 해역으로, 이 지역에서 이란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국가 유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난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중동 지역은 글로벌 물류 및 공급망의 화약고 중 하나
세계의 화약고 중 하나인 중동 지역은 글로벌 물류 및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친 사건들이 특히 많았다. 1980년대 이후의 주요사건과 영향은 다음과 같다.

페르시아만(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은 1980년 9월 이라크의 침공으로 시작되어  UN의 중재로 휴전이 이루어질 때까지 8년에 걸쳐 쉬지 않고 이란과 이라크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이다. 이 전쟁으로 페르시아만을 통과하는 석유 운송 경로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했다. 선박에 대한 공격 위험은 석유 운송 비용의 증가와 전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걸프전쟁(1990-1991)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1991년 2월 28일 다국적군의 승리로 종결된 전쟁이다. 전쟁의 원인은 이라크의 경제적 어려움에서 시작되었는데 이란-이라크의 전쟁을 겪으면서 이라크는 피폐해진 경제로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게다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쿠웨이트와는 인근 쿠메일라 유전지대를 놓고 소유권을 주장하며 분쟁이 발생하였다. 이라크는 쿠웨이트가 자신들의 석유를 훔쳐가는 것으로 여겼고 더구나 쿠웨이트가 원유시장에 물량을 과잉공급하여 유가를 하락시킴으로써 이라크 경제를 파탄에 몰아넣었다고 비난하였다. 

이 전쟁은 유엔의 결의에 따른 집단안보를 위한 조치로 취하여진 전쟁으로서 첫째, 그동안 개발하여 실전에서 실험하지 못한 하이테크 병기의 실험장이었다는 점, 둘째 텔레비전이라는 대중매체를 이용하여 여론(輿論)을 조작한 전쟁이었다는 점, 셋째 산유(産油) 지역에서 산유국끼리 직접 정면대결한 전쟁으로서 국가에 의한 인질전략을 사용하였다는 점 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걸프전쟁의 결과 중동은 미국의 절대적 영향하에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는 계기를 맞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5억 달러의 지원금을 분담하고 군의료진 200명, 수송기 5대를 파견하여 34개 다국적군의 일원이 되었다. 

이스라엘-레바논전쟁(2006년)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2006년 7월 13일 이스라엘 육군이 탱크를 이용하여 레바논의 도시를 공격한 사건이다. 헤즈볼라 측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으며 다수의 아랍 세계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 전쟁은 중동 지역의 물류와 국제 무역에 영향을 미쳤다. 해상 및 항공 운송 경로에 대한 불안정성이 증가했으며, 특히 이스라엘과 인접 국가들의 무역에 차질이 발생했다.

터키와 시리아의 국경 갈등(2010년대 이후)은 터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쿠르드족과 갈등이다.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자국 내 분리주의 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한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부터 YPG를 지원해왔다. 터키와 시리아의 국경 갈등은 두 국가 간의 무역 및 물류에 영향을 미쳤다. 국경 폐쇄와 군사 작전은 이 지역을 통과하는 상품의 흐름에 장애를 일으켰다.

시리아 내전(2011년 이후)은 중동 지역의 무역 및 물류 네트워크에 혼란을 야기했다. 지역 내 교통로와 항구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석유 및 원자재 공급에 영향을 주었다. 

리비아 내전 (2011년 이후)과 리비아의 정치적 불안정은 석유 생산 및 수출에 심각한 차질을 일으켰다. 이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유럽의 에너지 공급에 중대한 영향을 주었다.

예멘 내전(2015년 이후)과 후티 반군의 활동은 홍해와 아덴만을 통과하는 해운 경로에 위협을 가했다. 이는 선박의 안전과 국제 해운 경로에 대한 불안정성을 증가시켰으며, 글로벌 무역에 영향을 미쳤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2019년)은 2019년 초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공격했던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에 무인기(드론) 공격을 감행한 사건이다. 

사우디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의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피해 시설은 예멘과 인접한 사우디 남서부 도시 지잔에 있는 아람코 유류 분배 시설로 알려졌다. 이 공격은 글로벌 석유 공급에 차질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세계적인 석유 가격의 급등을 초래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중동 지역의 갈등과 불안정이 글로벌 무역과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이는 석유 및 가스 공급의 불확실성, 운송 경로의 변경, 항로 안전에 대한 우려, 국제 무역 관계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물류 비용의 증가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진다.

현재, 예멘 후티 반군의 활동은 글로벌 선사들이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통해 우회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 우회 경로는 추가적인 운송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과거 소말리아 해적의 활동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며, 해운 회사들은 더 높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해운 회사들은 임시 선박을 투입하고, 다양한 물류 경로와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HMM은 유럽 및 지중해 노선에 임시 선박을 투입하여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부, 화주, 물류기업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중동 지역의 갈등은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리스크를 가중시킬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무역과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관리하기 물류회사, 화주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물류회사는 글로벌 물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에는 위험 지역을 피하는 대체 운송 경로의 탐색과 활용, 공급망의 다변화를 통한 의존도 감소, 예상되는 지연에 대비한 재고 수준 조절 및 효율적인 재고 관리 전략, 위기 상황에 대비한 철저한 위험 관리 계획과 비상 대응 절차의 마련, 최신 기술을 활용한 물류 과정 최적화 및 실시간 정보 수집과 분석이 포함된다. 

이러한 조치들은 물류 회사가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고, 잠재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화주기업은 글로벌 물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에는 공급망의 다변화를 통한 위험 분산, 재고 수준의 조정 및 효율적인 재고 관리 시스템 구축, 위험 지역을 피하기 위한 대체 운송 경로의 확보,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비상 대응 계획 수립, 그리고 위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적절한 보험 정책의 채택 등이 포함된다. 

이와 같은 조치들은 물류 위기로 인한 잠재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부는 글로벌 물류 위기에 대응하여 여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중요한 역할로는 국제적인 외교적 노력을 통한 지역 갈등의 해결 촉진, 다양한 국가와의 무역 협정 강화 및 새로운 파트너십 구축, 국내 물류 인프라의 강화 및 대체 물류 경로 개발에 대한 투자,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을 위한 금융 및 정책적 지원 제공, 그리고 관련 정보 공유 및 국제적 협력 증진 등이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관련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 화주, 물류기업의 역할과 전략은 상호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이다. 긴밀한 공조는 국제 사회와 기업들이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이상근(ceo@sylogis.co.kr)
ㆍ산업경영공학박사 
ㆍ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ㆍ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ㆍ서울특별시 교통정책위원회 위원(현)
ㆍ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ㆍ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ㆍ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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