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사람 냄새나는 가왕(歌王) 조용필
[전대길 CEO칼럼] 사람 냄새나는 가왕(歌王) 조용필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1.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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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S 대학병원 소아암 병동의 백혈병 환자인 어린 소녀가 골수를 검사하는 날이다. 소녀는 잔뜩 겁먹은 모습으로 새우처럼 등을 굽혀서 척추뼈 사이에 긴 바늘을 꽃아, 골수 혈액을 뽑는 어려운 검사를 받았다. 

아픔과 두려움을 참아낸 소녀가 안쓰러웠다. 얼굴이 창백한 소녀는 무서움과 아픔을 참아냈다. 이에 주치 선생님이 말했다. “아휴~! 우리 공주님! 오늘은 울지도 않고 너무 예쁘다'라며 병상의 어린 소녀를 보듬어 주었다. 

그때 소녀가 작은 목소리로 “선생님! 제가 아파하면 우리 엄마도 따라 울어요. 우리 엄마가 나 때문에 우는 게 너무나 슬프고 불쌍해요”라고 말했다. 주치의는 눈시울을 적시며 찐한 감동을 받았다. 지금, 이 순간 전국의 병원에서 불치병으로 투병 중인 환우(患友)들이 완쾌(完快)하면 좋겠다.      

그런데 찐한 감동을 주는 가왕 조용필 씨의 명곡 '비련'에 얽힌 일화(逸話)를 밝힌다. 
그의 前. 매니저인 최 동규 씨가 밝힌 내용이다. 가수 조용필 씨는 <비련>, <단발머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여행을 떠나요>, <창밖의 여자> <돌아와요 부산항에>, <고추잠자리> <못 찾겠다 꾀꼬리>, <친구>, <허공>, <그 겨울의 찻집>, <모나리자>, <꿈>, <Hello>, <Bounce> 등 수많은 명곡을 발표했다. 

가수 조용필 씨가 예전에 4집을 발매하고 한창 바쁠 때 한 요양병원 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병원장은 자신의 병원에 14세의 지체 장애 소녀가 조용필 씨의 노래 4집에 수록된 "비련"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입원한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기적처럼 감정을 나타냈단다. 

"이 소녀의 보호자 측에서 '돈은 원하는 만큼 주겠으니 조용필 씨가 직접 이 소녀에게 비련(悲戀)이란 노래를 불러 줄 수 있겠느냐?, 아니면 잠깐 와서 얼굴이라도 보게 해 달라“고 병원장이 말했다. 

그 당시 가수 조용필 씨가 유흥업소에서 노래 한 곡 부르면 3,000~4,000만 원 수준의 출연료를 받았다고 한다. 

조용필 씨는 이 말을 듣자마자 득달같이 그 요양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날 행사 4곳을 모두 취소하고 위약금을 물어주었다. 요양병원 환자들과 소녀의 가족이 깜짝 놀랐다. 조 용필 씨가 요양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사연 속의 소녀를 만났다. 무표정한 소녀는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기적(奇蹟)이 일어났다. 

조용필 씨가 소녀의 손을 잡고 '비련(悲戀)을 노래했다. 비련의 노래 가사다. 

“기도하는 사랑의 손길로 떨리는 그대를 안고 
포옹하는 가슴과 가슴이 전하는 사랑의 손길 돌고 
도는 계절의 바람 속에서 이별하는 시련의 돌을 던지네. 

아 눈물은 두 뺨에 흐르고 그대의 입술을 깨무네 용서하오. 
밀리는 파도를 물새에게 물어보리라 물어보리라 
몰아치는 비바람을 철새에게 물어보리라”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던 그 소녀가 조용필 씨의 노래를 듣자마자 펑펑 울었다. 소녀의 부모와 주변 사람들도 울음바다를 이루었다. 조용필 씨가 소녀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자필로 서명한 CD를 선물하고 나서 병원을 떠나려는데 소녀 엄마가 "수고비는 얼마이며 어디로 보내면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따님의 눈물 값이 제가 평생 번 돈보다 더 비쌉니다! 보상은 충분히 받았습니다"라고.            

2010년 5월 5일, 영국 필하모니아·조용필 자선공연 후 소록도엔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당시 영국 찰스 왕세자의 공연 축하 메시지도 방영되었다. 

아름답고 따뜻한 감동을 주는 가왕 조용필 씨의 색 다른 공연 이야기도 보탠다.
2010년 5월 5일 밤, 전남 고흥 국립 소록도병원에서 조용필 씨의 자선공연이 열렸다.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지휘하는 영국 필하모닉 반주에 맞춰 그가 열창했다. 

'남도의 끝' 전남 고흥군 소록도의 어린이날은 외롭지 않았다. 이날 국립소록도병원 우촌복지관의 한센병 환자 500여 명이 조용필 가왕의 열창과 영국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선율에 행복해했다. 

조 씨의 히트곡 '친구여'와 '꿈'을 조용히 따라 부르는 관중들의 눈에는 감동의 기쁨이 가득했다. 

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73)와 가왕 조용필 씨는 출연료도 없이 이 아픔 많은 섬으로 달려와 음악 선물을 듬뿍 안겼다. 사회적 편견과 냉대로 고통을 겪던 한센병 환자들은 앙코르곡 '아리랑'을 합창하며 ‘나병환자’라는 삶의 애환을 잊었다. 

이날 자선 음악회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후원자인 ‘로더미어 자작 부인(한국명 이정선)’의 주선으로 열렸다. 그녀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자선단체 <레이디 R 재단>을 이끌며 2004년부터 소록도에서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었다. 

재일동포 2세인 그녀는 前 로이터통신 회장인 ‘로더미어 자작(子爵)’과 결혼했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자선재단을 설립, 세계의 빈곤 여성과 어린이들을 돕는 자선봉사를 했다. 

이때 소록도 자선 공연 행사비 3억 원도 그녀가 쾌척(快擲)했다.로더미어 자작 부인은 "2009년 소록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소록대교(大橋)가 건설됐다. 지역사회와 한센인을 잇는 마음의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음악회 취지를 설명했다. 

그녀와 친분이 있는 영국 찰스 왕세자가 영상 축사를 보냈다. 찰스 왕세자는 "이번 공연이 한센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위대한 음악은 우리 삶을 바꾸고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잊게 한다."고 말했다.

소록도를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 채운 이날 소록도 음악회는 '애국가' 연주로 경건하게 시작됐다. 영국 오케스트라가 소록도 주민에게 바치는 잔잔한 선율은 감동의 물결이었다. 

불행을 극복한 강한 의지를 표현한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이 한센병 환자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 원래 베토벤의 교향곡 4번을 연주하려 했으나 로더미어 재단에서 5번을 요청했다.  '운명'은 청각장애와 좌절을 극복하고 성취한 음악적 기쁨을 담고 있다. 

작곡가에게 치명적인 청각을 잃고 방황하던 베토벤은 자살까지 결심하지만 결국 초인적인 힘으로 이겨냈다. 그리고 어떤 시련이 와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담아 '운명'을 작곡했다. 

아슈케나지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한센인을 향해 운명을 극복한 승리의 노래를 장엄하게 연주했다. 

이날 조용필 씨가 등장할 때 객석 반응은 뜨거웠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니던 한센병 환자들에게는 가왕 조용필의 공연이 한마디로 꿈만 같았다.

박 형철 국립소록도병원장은 "100년이 넘는 소록도 애환의 역사에서 오늘이 가장 축복된 날"이라며 아름다운 공연을 선물해 준 로더미어 여사와 필하모니아, 조용필 씨에게 감사했다. 

조용필 씨에게도 2010년 5월의 소록도 공연의 의미가 남달랐다. 2010년 환갑(還甲)을 맞은 가왕 조용필 씨는 뜻있는 공연을 계속 열겠다고 다짐했다. 

왜 조용필 씨가 가수 중에서 왕(王)이란 뜻의 <가왕(歌王)>이라고 불릴까? 

여태까지 그가 노래를 잘 불러서 가왕(歌王)이라고 부르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가 봉사왕(奉仕王)이라서 자연스럽게 가왕(歌王)이라고 불림을 알게 되었다. 

“불치병 환자나 장애인과 차이(差異)는 있지만 차별(差別)해서는 안 된다”라고 외치는 <가왕(歌王) 조용필 씨>에게서 풋풋한 사람 냄새가 풍긴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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