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아름다운 엔딩(Ending)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아름다운 엔딩(Ending)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2.1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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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한시에 동반 안락사를 선택한 네덜란드 전 총리의 죽음에 대하여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다가 아름답게 삶을 마감하려고 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미리 준비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지난 2월 5일 70년 동안 해로한 동갑내기 부인과 동반하여 안락사를 택한 네덜란드 전 총리의 선택이 전 세계적으로 잔잔한 감동과 충격을 주고 있다.

‘드리스 판 아흐트(네덜란드어: Andreas Antonius Maria "Dries" van Agt, 1931.2.2.~2024.2.5)’ 네덜란드 전 총리가 동갑내기 부인과 93세를 일기로 고향인 네덜란드 동부 네이메현에서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나라이다. 

  <‘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와 부인 ‘외제니’ / 텔레 그래프>
  <‘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와 부인 ‘외제니’ / 텔레 그래프>

평소 아내를 ‘내 여인’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드러내는 등 평소 아내 사랑으로 유명했던 ‘드리스 판 아흐트’ 전 총리 부부는 한날한시에 동반 안락사를 선택해 세상을 떠나자 ‘안락사’를 둘러싼 국제 사회의 논쟁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전부터 분분한 의견들이 있었으나 이들 부부의 사연이 알려진 뒤 우리나라에서도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일어나고 있다. 안락사는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긴다는 사실 때문에 여전히 찬·반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 1월 8일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를 통과하여서, 이후 ‘호스피스’ 분야는 2017년 8월 4일에, 시행되고 연명의료 분야는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환자가 담당 의사와 전문의에게 치료 가능성이 없다는 의학적 진단을 받을 경우, 연명치료 지속, 중단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때 환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 계획서를 통해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다는 의향을 표시하여야 한다. 

그러나 환자가 의식이 없고 환자가 연명의료 계획서 등을 미리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환자 가족 2인 이상이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의향을 전달하고, 그것도 없을, 경우 환자의 가족 전원이 합의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우리 사회 분위기도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보는 시각이 생겨나는 이유에서인지 존엄한 죽음을 인정하는 것은 점차 확산하는 추세이다. 

초고령 사회가 2025년으로 다가온(65세 이상 7% 고령화 사회 14% 이상 고령사회, 20% 이상 초고령 사회)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좋은 죽음(웰다잉)’에 대한 국가 사회의 논의가 대단히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웰다잉’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연명의료결정법(웰다잉법)이 제정된 이후 2023년 10월까지 누적 기준 200만 명 이상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다는 통계가 있다. 존엄한 죽음에 대한 긍정 여론이 확산, 되어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웰 다잉(Well Dying)이란,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잘 정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Well dying은 품위 있고 존엄하며 아름다운 생을 마감하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명 연장을 위한 모든 인간의 여러 가지 시도를 하지만,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모든 생물의 죽음은 자연의 뜻이요 신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개개인이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한다. 가장 전형적이고 자연스러운 죽음은 고종명(考終命)이다. 고종명은 오복의 하나로 제명대로 살다가 제집에서, ​가족들 앞에서 편안히 눈을 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죽음이다.

더 살기 위해 최악의 경우는 병원 중환자실 병상에 누워 연명 기구들을 주렁주렁 달고 식물인간이 되어 죽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인간 스스로가 자기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령화와 가족 해체 등 여러 사회적 요인과 맞물려 등장한 ‘웰다잉’에 대한 생각은 노인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가족의 도움 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의식이 많이 퍼져 있다. 건강 체크로 고독사를 예방하고 그동안의 삶을 기록하거나 유언장을 미리 준비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웰다잉’을, 종활(終活) 활동으로 실천할 수 있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기업과 복지관 등 관련 기관에서 비문(碑文) 짓기부터 사후 신변 정리까지 ‘웰다잉’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1990년경 일본에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시행했던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죽기를 바란다.’는 ‘핀핀코로리(PPK)’ 운동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9988234’ 운동(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쯤 앓고 3일째 죽는다)이 대세이기도 하다. 

단순히 오래 사는 삶이 아니라 삶의 질이나 ‘웰다잉(well-dying)’의 생사관(生死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죽음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죽음에 관하여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영생이니 윤회 등 영원히 살 수 있다고 착각하고 산다. 그러나 현상계에서 보면 사람은 태어나 생노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반드시 겪게 된다. 

누구도 이 과정을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죽음이 언제 올지 예측할 수도 없고, 사전에 경험해 볼 수도 없다. 나의 대리인을 내세워 대리인이 죽게 할 수도 없다.

김삿갓은 인생에 대해 ‘공수래공수거, 인생사 여기국, 인생일귀 청산후 월야교교 산조제(空手來 空手去 人生事如棋局 人生一歸靑山後 月夜皎皎山鳥啼 :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네, 인생은 바둑판 같은 것, 한 번 왔다 청산에 묻히면, 달빛은 교교한데, 산새 소리만 들릴 것이네)’라고 노래했다. 

천하의 부(富)와 명예를 다 가졌다 하더라도 누구누구 할 것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수의(壽衣)에는 호주머니가 없다. 

관련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 노인들의 90% 이상은 연명치료 없이 집안에서 고통 없이 편안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하기를 바란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부분이 병원에서 산소마스크나 인공호흡기를 쓰고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호스피스 병동에 일하는 간호사나 의료진에 의하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천차만별이라 한다. 어떤 사람은 죽음에 대해 두려움이 전혀 없이 아주 편안하게 가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불안과 공포로 발버둥을 치거나 원한과 감정을 놓지 못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가시는 분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답고 좋은 죽음이란 아주 평범하다. 즉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천수(天壽)를 다하고 고통 없이 죽는 것이다. 이러한 죽음이 최고의 행복일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곱게 늙는 ‘웰에이징(Well-aging)의 좋은 삶이 좋은 죽음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는 생각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적절한 운동, 균형 있는 식생활, 마음의 평안 유지 등 절제된 삶으로 죽음에 대한, 공부와 마음의 짐을 정리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적절히 잘 정리할 필요가 있고, ‘엔딩노트(Ending Note)’를 작성하여 상속이나 유산에 대한 문제(遺言) 등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웰다잉’의 좋은 조건이 될 것이다.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사이에듀 평생교육원 교수
 •한국 생애설계연구소 소장 
 •한국 생애설계포럼 대표(경영지도사, 평생교육사, 생애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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