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형의 시니어비즈니스 이야기48] 조부모ㆍ손자가 함께 어울려 가르치고, 배우고, 소통하는 獨 부엉이 프로젝트
[김수형의 시니어비즈니스 이야기48] 조부모ㆍ손자가 함께 어울려 가르치고, 배우고, 소통하는 獨 부엉이 프로젝트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3.11 0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 시니어들을 학교로 초청해 진행하는 일일학교 프로그램
김수형 ㈜에버영피플 디지털 교육 사업 팀장
ㆍ인하대학교 노인학과 초빙교수
ㆍ인천광역시 노인정책자문위원   

부엉이. 올빼미 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부엉이가 밤에 울면 마을에 상을 당한다는 얘기가 있듯이 동양에서는 불길한 이미지를 내비치는 동물이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다르다. 길조의 이미지가 강하다. 독일이 낳은 세계적 철학자 헤겔은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밤이 돼야 그 날개를 편다”는 유명한 말을 남겨, 부엉이를 ‘지혜의 메신저’라는 인식이 남아있다. 

통일 이전의 서독의 수도였던 본(Bonn)시에서는 프리드리히 에버트 김나지움이 시민재단과 함께 매주 화요일에 진행하였던 ‘부엉이 프로젝트’가 화제였다. 

‘김나지움’은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인문계 교육기관이다. 이 김나지움은 바이마르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인 프리디리히 에버트의 이름을 따 명명한 것이다.

그런데 왜 ‘부엉이 프로젝트로’로 불리는 걸까? 그것은 바로 ‘부엉이’의 독일어 철자 때문이다. ‘부엉이’를 일컫는 독일어 단어는 ‘오일레(EULE)’다. 김나지움은 이 단어의 철자 앞글자 마다 의미를 부여했다. 

‘E’에는 ‘경험’을 뜻하는 ‘에어레벤(Erleben)’, ‘U’에는 ‘가르침’을 뜻하는 ‘운터리히텐(Enterrichten)’, ‘L’에는 ‘배움’을 뜻하는 ‘레르넨(Lernen)’, ‘E’에는 ‘실험’을 뜻하는 ‘엑스페리먼트(Experiment)’라는 뜻을 부여했다.

‘부엉이 프로젝트’는 김나지움의 학생들이 지역 시니어들을 학교로 초청해 진행하는 일일학교 프로그램이다. 일반 교육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학생과 선생님의 역할을 누가 맡느냐에 있다. 

지금까지의 관행과 상식에 따른다면 오래 살고 나이 많고 많이 배운 고령자가 가르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정 반대다. 학생들이 선생님이 되고 초대받은 할아버지ㆍ할머니들은 거꾸로 학생이 된다.

수업 방식이 거꾸로 됐다는 것만으로 화제를 끌만 하다. 수업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청소년들과 시니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극복하였다. 청소년들은 누군가를 가르쳤다는 경험과 자긍심에, 시니어들은 새로운 지식을 쌓았다는 것에 만족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성과는 ‘교육’이외의 다른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조부모-손주 세대의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향후 있을 수 있는 갈등을 극복했다는 점이다. 

이 프로제트를 통해 학생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와 친밀한 대화와 소통을 경험한다. ‘교육’을 매개로 세대 모두가 배움의 기회를 갖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교육 내용 자체보다는 분위기에 있다. 김나지움은 교육보다는 소통을 더 중요시 한다. 특히 오후 2시에서 4시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 중간에 약 30분간의 휴식이 있다. 이 시간이 분위기를 잡는데 일조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돈을 모아 다과를 준비하고 학교 측에서는 음료수를 제공한다. 몇몇 강좌는 매우 인기리에 진행 중이다. 핸드폰과 컴퓨터 사용법 강의가 대표적이다. 그밖에 영어나 불어 등 외국어 수업에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관심이 많이 쏠린다. 

김나지움이 2개 국어 교육정책을 펼쳐 학교에는 두 개의 모국어를 가진 학생들이 많은 것도 학교의 자랑이다.

노인은 고독하다. 고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독사는 노인들의 슬픈 이야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예방과 해소대책이 절실한데...방법이 문제이다. 

손주들과의 어울림은 어떨까? 시니어의 외로움을 해결해 주는 최상의 방법이 아닐까? 할아버지ㆍ할머니가 손주들과 함께 어울리고, 배우고, 가르치는 부엉이 프로젝트에서 노인의 고독은 없을 것이다.

김수형 ㈜에버영피플 디지털 교육 사업 팀장
ㆍ인하대학교 노인학과 초빙교수
ㆍ인천광역시 노인정책자문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