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만족(滿足)과 족욕(足浴)
[전대길 CEO칼럼] 만족(滿足)과 족욕(足浴)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4.0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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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어느 세미나 강사가 행복이란 주제로 청중에게 말했다. 
“여러분,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가야지, 다리가 떨릴 때 가면 안 됩니다.” 모두 한바탕 웃으며 "맞아요, 맞아! 여행은 가슴이 떨리고 힘이 있을 때 가야지, 다리가 떨리고 힘이 없으면 여행도 못 가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한 참석자가 말했다. “말씀은 좋지만, 아이들 공부도 시켜야 하고, 결혼도 시켜야 하고, 해줄 게 많으니, 여행은 꿈도 못 꿉니다. 나중에 시집, 장가 다 보내고 그때 갈랍니다"라고. 

세상에 가장 허망한 게 ”나중에“란 약속이다. “나중에”란 말하지 말고 “언제, 어느 곳에서 만나자“란 약속하자. 나중이란 없다. 

무엇인가 하고 싶으면 지금 당장 실행하자. 영어로 ‘Present’는 ‘현재(現在)’라는 뜻이다. ‘선물’이란 뜻도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라는 시간은 그 자체가 선물이다. 오늘 일과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은 내일도 행복할 수가 없다. 

암(癌) 환자들이 의사에게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다. 
“선생님. 제가 예순 살 되면서부터는 여행을 다니며 즐겁게 살려고 평생 아무 데도 다니지 않고 악착같이 일만 해서 큰돈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암(癌)에 걸려서 꼼짝도 할 수가 없어요. 차라리 젊었을 때 틈나는 대로 여행도 다니고 즐길 걸 너무 억울해요” 

“오늘은 정말 소갈비를 먹고 싶네. 그래도 내가 평생 먹지도 않고 쓰지도 않으면서 키운 아들, 딸이 셋이나 있으니. 큰아들이 사주려나, 둘째 아들이 사주려나, 아니면 막내딸이 사주려나?"

어느 자식이 찾아와서 ‘우리 엄마가 지금 소갈비를 먹고 싶어 하시니 당장 사드려야지!’하는 자식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금 소갈비를 먹고 싶은 심정은 자기 자신만 알뿐이다. 어느 누구도 모른다. 행복한 사람은 현재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범사에 감사한다.  ​

"만족(滿足)"이란 한자(漢字)를 살펴본다. "만(滿)"은 '가득하다' '차오르다'란 뜻이다. "족할 족(足)" 자는 '발'이라는 뜻이다. "만족"이라는 말에 왜 발 족(足)자가 쓰일까?“ 

인간의 욕망이 발목(복숭아뼈)까지 차올랐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뜻이지 싶다. ​"만족(滿足)"은 욕심(欲心)을 최소화할 때를 나타낸 말이다.   

​‘족욕(足浴)’이란 세숫대야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발을 담그는 건강법이다. ​
이때 따끈한 물속에 다리를 발목(복숭아뼈)까지 담그면 온몸이 따뜻해지며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힌다. 온몸의 피로가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물이 목까지 차오르고 머리끝까지 채워져야만 비로소 행복할 것이란 망상(妄想)을 한다. 분수를 지키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게 만고불변(萬古不變)의 <행복 방정식(幸福 方程式)>이다.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만각(滿脚)’이란 말은 왜 없을까? 무릎까지 물이 차면 ‘찰 만(滿)+무릎 각(脚)’ 자의 “만각(滿脚)”이 아닐까? 그런데 만족(滿足)이란 말은 있지만 만각(滿脚)이란 말은 없다. 

불경(佛經)의 종류가 84,000가지란다. 이를 260글자로 줄인 게 <반야심경(般若心經)>이며 5글자로 줄이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다. 한 글자로 줄이면 바로 <마음 심(心)>자다. 그래서 우리들은 맑고 밝은 마음, 착한 마음, 올바른 마음을 갖도록 힘써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있는 그대로, 이 모습 그대로, 감사하며 나누는 사람이다"라고 탈무드는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감사하며 나누는 사람의 것이다"라고 말했다.  행복한 사람은 ‘나중에~!’라고 말하지 않는다. 지금(只今), 현재(Present)에 충실할 뿐이다” 

행복한 사람은 가장 많이 소유한 사람이 아니다. 가장 많이 감사하며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이며 기도(祈禱)하는 사람이다. 작은 일에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다.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한준상 교수는 “몸과 마음을 합친 ‘뫔(=몸+마음)’의 건강이 행복의 원천(源泉)”이라고 말한다. ‘행복(Happiness)’의 어원은 ‘감흥이 일어나다’의 동사 ‘Happen’이다, 

아래와 같은 ‘삶의 역설(逆說)’에 공감(共感)한다. 

“줄을 끊으면 연(鳶)이 더 높이 하늘을 날 것 같지만 땅바닥으로 추락한다. 
 철조망을 없애면 가축들이 더 자유롭게 살 것 같으나 사나운 짐승들에게 잡아먹힌다. 
 관심을 없애면 다툼이 없을 줄 알지만 다툼 없는 남남이 된다. 
 간섭이 없으면 편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지만 외로움이 뒤쫓아 온다. 
 바라는 게 없으면 자족(自足)할 것 같으나 삶에 활력을 주는 열정(熱情)이 사라진다. 
 불행(不幸)을 없애면 행복(幸福)할 줄 알지만,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우치지 못한다.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이 실은 내게 필요한 것이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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