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R&D투자 매출 4%는 기본
英, R&D투자 매출 4%는 기본
  • 승인 2000.12.2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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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즈"에 대한 정책적 비전을 선도적으로 제시했던 것으로 유명한 영
국정부가 이번엔 R&D 스코어보드(scoreboard) 때문에 화제가 되고 있
다.

영국의 무역산업부(DTI)가 전세계 3백대 연구개발투자 기업들을 대상
으로 스코어보드를 도입했던 것은 10년전 경제가 어려웠을 때였다.

당시 이 스코어보드는 영국의 3백대 연구개발투자 기업들까지 포함시
켜 비교함으로써 영국기업들이 국제적인 위치를 확인하고 이에 자극받
아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 도입의 목적이었다.

얼마전 파이내셜타임스가 영국정부의 이런 노력과 성과를 자세히 소개
함으로써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이 스코어보드는 연구개발투자,전년대
비 증가율,매출액,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중,종업원 1인당 연구
개발투자비,지난 3년간 연구개발투자 등 상당히 체계적이다.

정부나 다른 데서 지원한 부분은 제외하고 전세계 어디에 투자했건 오
로지 해당기업이 지출한 연구개발투자만을 대상으로 했고,연구개발활
동을 집계한 기준도 OECD의 권고기준(Frascati)을 토대로 해 허수를
배제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영국정부의 이 상황판이 기업을 자극한 것
외에도 여러가지 긍정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 하나가 매출신장 주가 등으로 측정되는 미래의 기업성과와 연구
개발투자간 플러스 상관관계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연구개발투자와 기업성장간 선순환 형성에 기여했음은 물론
이다.

사실 그동안 연구개발투자를 중심으로 이런 관계에 대한 연구가 많긴
했으나 명확한 결론을 얻기는 어려웠다.

여러 외부변수들이 많은데다 설명변수(원인)와 종속변수(결과)간 시차
(time lag)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 상황판을 토대로 연구개발주(株)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한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사례들이 발표되자 큰 화제가
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투자기준으로서 매출신장 수익성도 고려됐지만 "연구개발
지출이 매출액에서 최소한 4%이상을 차지할 것" "지난 3년간 연구개발
지출이 감소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두 기준이 특히 강조됐다는 점이
다.

결과적으로 영국정부의 이런 상황판은 연구개발투자의 "집약도
(intensity)"와 "일관성(consistency)"을 투자대상 주식 선택에 중요
한 기준으로 부각시키는 역할까지 한 셈이다.

한편 영국의 R&D 스코어보드는 세계적 연구개발투자의 구조변화에 대
해 영국기업들의 대응력을 높여 나가는데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
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산업별로 세계적 선도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가 매
출 증가율을 빠르게 앞지르고 있다는 것은 영국기업들로 하여금 평균
1.7%에 불과하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중을 3.5%로 증대시키
는 데 큰 자극요인이 됐던 것이다.

특히 오늘날 미국경제가 지난 90년대에 걸쳐 기업들의 지속적인 연구
개발투자 확대에 힘입은 바 컸다는 인식을 영국기업들에 심어 준 것
도 큰 소득이다.

이와 함께 이 스코어보드는 경쟁기업들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연구개발
을 전개하는 소위 연구개발의 세계화 전략에 대해 영국기업들로 하여
금 조기에 인식토록 하는 효과도 거뒀다.

그런데 여기서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영국정부의 이러한 세계 3백대 연
구개발 투자기업 상황판에 우리 기업은 한국전력 하나만 포함돼 있다
는 점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어떤 이유로 배제됐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어
쨌든 한국전 산업 연구개발투자의 60%를 차지하는 우리의 상위 20개
기업의 국제적 위상을 읽게 해준다.

그동안 우리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거품을 안고 있고,그나마 외환위
기후 구조조정 와중에서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도 있고
보면 정작 우리에게이런 R&D 스코어보드가 필요한 게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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