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비정규직 법안 처리,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 처리,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
  • 승인 2005.04.0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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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비정규직 노동자 인식 갈수록 ‘오락가락’
파견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권리보장입법’ 투쟁 벌일 터


민주노동당이 ‘권리보장입법 쟁취를 통한 비정규법안 개악저지’를 위해 전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반드시 비정규법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궁극적인 해법이 개개인의 직업능력을 개발하는 데 있다고 진단하면서 직업훈련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다가도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이중적 잣대를 가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 마저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4월 비정규직 관련 법안 처리 전망과 향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 변화가 어떠한 방향으로 전환될지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을 통해 들어 보았다.

▼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어떠한가?

지금 현재 저를 포함한 민노당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일선에서 투쟁하다 감옥에 갈 때보다 더 복잡한 심정이다. 노동자들을 대표하여 의회에서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정부가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노동배제적 정책을 감당하기가 너무 힘에 겹다.

현재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이와 같다. 위 법안을 저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바로 고용 불안정의 상황이 출발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막연히 정부와 여당의 온정에 기대는 것은 경기를 앞두고 출발점을 찾아 헤매는 것과 같은 우매한 짓과 같다. 현재 상황이 이렇게 열악하지만 이 법안의 철폐를 결코 포기할 수는 없다.

그것은 이 법안이 우리 사회의 고용체계의 근간을 흔들어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자본의 욕망이 인간의 성품에 의해 견제되지 않을 때 초래할 결과는 명확한 것이다. 모든 노동자를 자본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배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 속에서 안정적 고용이니 노동기본권이니 적정임금이니 하는 것은 구시대의 추억 속에서나 존재하게 될 것이다.

▼ 청와대와 정부의 노동 정책 일관성에 대한 부분과 비정규직 관련 법안 처리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비정규직 문제의 궁극적인 해법이 “개개인의 직업능력을 개발하는 데” 있다고 진단하면서 직업훈련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해 “능력 개발을 통해서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사뭇 진지한 어조로 충고를 하고 나선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한 때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노라고 공언하던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 이런 말을 했나 되묻게 만들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말들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어제까지 정규직으로 일하던 노동자들이 기업의 방침에 따라 하루아침에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과, 많은 부문에서 요즘은 아예 정규직을 뽑지도 않아 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으로 취업해야 하는 현실을, 정말 모른 채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대놓고 주문하고 나섰다. 작년 말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전체 노동계가 그토록 격렬하게 반대한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투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 역시 지난 2월 국회 재상정 예정이던 비정규법안에 대해 “정부안이 노사 양쪽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합리적인 방안”임을 재강조하고 수정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결국 정부는 작년 말과 지난 2월의 법안 유보는 이른 바 ‘작전상 후퇴’ 및 ‘적전분열책’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 기아차 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노조 비리 문제가 발생했는데?

당과 대중조직을 일체화시키는 시각이 있다. 그래서 기아차문제 등으로 민주노동당에 실망하여 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채용과정에서 노조가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는 것은 기아차가 특수사례이며, 이를 노조 전체의 상황으로 일반화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몇 군데 사례를 확대해서 보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당과 대중조직은 엄격히 분리되어 있으며, 당이 민주노총 상급에 건설적인 제안을 하는 것은 가능하나 민주노총 산하조직에 대한 진상조사 등을 진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노동운동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정당성 훼손이기에 우리는 심각히 받아들이고 민주노총에 문제의식을 충분히 전달했다.

▼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문제와 노조비리 문제로 비정규직 관련 법안에 미칠 영향은 없겠는가?

본인이 민주노총 위원장 재직시절인 2003년 청와대에서 노조비리를 파악하라는 지침이 떨어졌었다. 이런 문제가 이 시기에 우연히 터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올해는 노동정책의 중요한 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노동자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는 비정규문제, 노사관계로드맵, 노·사·정 복원 크게 3가지를 추진하고 있다. 노사관계 로드맵만 보더라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큰 틀에서 이익분쟁만 협상대상으로 하고 노조와 협의만 하는 등 노동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다.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파업을 무력화시키는 조치가 아닌가. 노동자는 저항할 것이다.

또한, 노사정 대화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민주노총 내부에 있고, 과열돼 있다. 이 문제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서로 퇴로가 차단된 조건이다. 하지만 4월 비정규직 문제가 걸려있어 어쨌든 성과를 남기는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제 새로운 해결 국면으로 나가지 않겠는가. 바닥을 치면 새로운 길로 올라가게 된다.

▼ 비정규직 관련 법안 문제의 4월 처리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노무현대통령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많이 언급했고, 그럴 때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대기업노조의 이기주의를 이야기했다. 그런 인식이 이 법에 반영돼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고용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불안정하게 할 것이다. 3년 비정규직을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고 필요시 고용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정규직을 고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고용관계가 근본적으로 뒤바뀌는 것이다. 정부는 파견업종에 대해 네거티브에서 포지티브를 검토하면서 전면허용에서 현재수준으로 유지한다고 하면서 첫 의도에 비해 조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계적, 연속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하니 큰 의미는 없다. 한꺼번에 파업업종을 허용하면 명분이 없으니 따로 단계적으로 할 수 있지 않겠나. 전술적 차원의 접근이기에 큰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강행할 것이고,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문제가 정리가 되지 않더라도 노사정, 노정 등의 틀에서 충분히 토론하자는 제안을 할 것이다. 이를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민주노총과 상관없이 정부안대로 강행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정부, 여당, 한나라당, 재계 등 시각차가 없으니 그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받아들일 가이드라인이 있는가?

이번 17대 국회가 개원하고 나서 정부는 모두 5개의 법안을 입법예고 하거나 국회에 제출하였다. 5개의 법안 중 4개의 법안이 노동자·민중의 이익에 반하거나 노동기본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①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②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③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④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이 법안들 어디에도 노동자의 이익을 우선에 두거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고심한 흔적들이 전혀 없다. 이번에 정부가 비정규직 입법을 하면서 함께 발행한 소위 문답집을 보면 ‘노동기본권’ 항목이 질문으로 선정되지도 않았다. 정부안대로 할 경우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노동기본권이 현격히 제한될 것이 자명한 데도 말이다. 이것은 노동부 관료들의 머리 속에 노동기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저는 판단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현재 법안을 일부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으로 심각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당은 ‘권리보장입법 쟁취를 통한 비정규법안 저지’를 위해 전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는 정부여당이 반드시 비정규법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민주노동당은 여당이 이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과 4월 처리에 합의했다는 점에 대해 ‘권리보장입법 쟁취를 통한 비정규법안 저지’를 목표로 내걸고, ① 임시·계약직 고용사유 제한 ②중간착취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파견제 폐지 ③ 동일노동 동일임금 ④ 최저임금 현실화로 생존권 보장 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등 비정규직 권리보장입법 5대 방향을 설정했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시급히 권리보장입법 투쟁을 통해 대국민 여론화 작업을 펴고, 정부의 비정규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할 것이다.


[인터뷰]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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