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직업과 ‘시이저’의 설득력
제3의 직업과 ‘시이저’의 설득력
  • 이효상
  • 승인 2008.10.07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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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새로운 도전을 이끌어 내고 새로운 핵심역량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

앨빈토플러가 2006년 발표한 그의 저서 ‘부(富)의 미래’에는 제3의 직업이라는 대목이 있다. 유급노동인 제1직업과 무보수 가사노동에 해당하는 제2직업 그리고 무보수인 제3의 직업이 새로 추가된 것이다.

그것은 소비자에게 프로슈머(Prosumer)의 참여를 요구하는 기업들의 이익구현 목적을 위해 탄생된 무보수 노동이고 직업들이다.

프로슈머는 사용과 만족을 위해 스스로 제품, 서비스 또는 경험을 생산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앨빈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처음으로 소개한 일종의 신조어다.

미국의 아메리카은행(BOA)은 수표확인 관련 서비스 업무에 800여명의 직원을 쓰는 대신 고객이 직접 인터넷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결재 완료된 수표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고안했다고 발표했다. 결국 은행의 인력감축과 이익구현을 위해 수고한 것은 무보수의 고객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유사사례다. 신용카드회사의 채권회수를 위해 많은 인력이 아웃소싱형태로 공급되었다가 서비스 시스템의 개발과 인터넷 관리기술등의 발전으로 소비자의 역할이 증대된 대신 채권관리를 하던 많은 직원들은 감축되고 말았다.

아웃소싱 산업의 새로운 복병이 프로슈머인 것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는 제3의 직업 즉 프로슈머를 활용하는 기업과 사회구조 그리고 이러한 트렌드가 아웃소싱산업의 미래예측을 불안케하는 주요인인 것이다.

아웃소싱산업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인식은 노동관련 예산의 절감과 유연하고 탄력적 운영이 가능한 인력관리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결국 아웃소싱 되는 부분이 기업측면에서 비핵심역량 부문이고 비기술, 비전문성 분야라는 것을 뜻한다. 똑똑한 소비자와 인터넷기술은 비기술분야의 저임금 노동자의 몫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다.

지난 9월 23일 각신문의 톱기사는 정부가 발표한 신성장동력 22개와 여기에 5년간 99조를 투자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향후 5년간 일자리 88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은 국민의 관심과 기대를 끌기에 충분했다.

이 발표에 앞서 9월 11일 기획재정부는 미래산업 청년리더 10만 명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 연구기관, 민간아카데미 등에 5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발표를 보면서도 아쉬운 것은 아웃소싱산업에 대한 정부의 편견과 부족한 인식이다. 99조원이 투자되어 88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면 1만 명의 신규고용창출에 1조1천300억 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세계의 경기는 이미 불안한 지표들을 쏟아내기 시작하고 있고 최근의 금융위기는 실물경제의 위축과 고용시장의 둔화를 분명히 예고하고 있다.

병원과 같은 공익성 사업부문까지 정부의 지원을 통해 고용을 확대해온 유럽의 정책을 다시 살펴볼 시점이 되었다. 그러나 이들 예산의 극히 일부라도 아웃소싱의 활성화에 배려한다면 불안한 고용시장해소에 가장 효율성이 높은 투자가 아닐까 싶다.

반면에 아웃소싱기업의 변화도 요구된다. 저급인력, 비기술, 단순노동, 투명하지 못한 임금관리 등 아웃소싱기업과 용역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아웃소싱산업에 대한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기업의 생산성향상에 직접기여하고 핵심역량을 보완하고 지원하는 아웃소싱이 되려면 아웃소싱회사의 전문성 확보부터 시작되어야한다.

소속파견 근로자수가 몇
명에 이르고 거래기업이 수십 곳, 수백 곳에 이르는 기업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만이 아웃소싱산업의 모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두에서 지적한 것처럼 값싼 노동력으로 대체할 수 있는 생산과 서비스부문은 이미 문을 닫기 시작하고 있다.

그것은 프로슈머에 의해서 인터넷에 의해서 그리고 불안한 경기 속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핵심역량에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요정으로 불리는 가수 이효리가 소속된 연예기획사는 이효리 한명만으로도 웬만한 제조기업보다 큰 매출을 올릴 것이다.

몇년전 영국런던을 방문했을 때 레미제라블 공연 간판이 붙어있는 극장을 보고 예매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3~4개월 전에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더욱 놀란 것은 그곳 한 장소에서만 레미제라블을 공연하는데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 우리나라의 ‘난타’ 등에서 보듯이 상품을 기획하고 인력을 최고의 가치로 만드는 노력이 선행되고 투자되었기에 그들의 상품은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소수의 정예, 1인당 생산성은 대단할 수밖에 없다.

난타의 송승환 대표가 TV에 출연해서 밝힌 1년 매출은 약 260억, 소속인원은 80여명, 그의 표현을 정리해보면 경상이익률도 30~40%를 넘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나라 인력파견업체 중 연매출이 200백억원이 넘는 회사는 많지 않다. 200억원이면 소속 근로자수만 1000명이 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익률은 5~6%내외, 10억의 순이익도 만만치 않다.

80명이 80억원을 버는데 1000명이 10억원을 번다면 그것은 노동의 가치로 비교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복합기능을 가진 전문 인력,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인력, 고급엔지니어, 특화된 기술과 특화된 서비스, 이런 것들을 치밀한 계획과 투자로서 확보한 뒤에 고객의 새로운 도전을 이끌어 내고 새로운 핵심역량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필요할 때다.

또 하나는 아웃소싱타임스같은 매체를 중심으로 산학협력활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되어 정부의 정책과 지원계획의 추진과정에 아웃소싱기업의 전문성과 역량이 배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 대신 매체를 강조하는 것은 협회는 소속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그 성격이 규정되어 지는 탓에 협회가 직접 주도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각 기업과 학회, 대학, 연구기관 그리고 언론매체와 정부기관이 연계되는 네트워크와 시스템이 준비되면 각 분야별 세미나 등을 통해 연구과제와 연구결과(논문 등)가 발표된 후 입법과 규제개혁 또는 지원을 위한 국회와 관계당국의 활동을 요구하거나 촉진시키게 되면 그 결과에 의해 구체적인 사업발전과 기업혜택을 보장받게 된다.

기업의 이해가 다르고 관련기관의 관점도 통일시키기가 어려운 점은 있다. 기원전 100년의 인물이었던 로마의 시이저도 “인간은 그가 보고 싶은것 만 본다”고 갈파했다. 위기는 결속을 쉽게 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이태리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시이저를 고대 로마와 이태리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인물로 기록해 놓고 있는데 대표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설득력이었다.

그것이 로마를 위기에서 구하고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설득의 가장 훌륭한 수단은 매체 즉 언론이다. 하루속히 본인의 제안이 참고가 되어 한국의 아웃소싱산업이 당당한 위치에 서고 고용과 경제발전의 한축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조구현 한국안전기술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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