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백수' '고용빙하기' 고용악화 빗댄 신조어 속출
'졸업백수' '고용빙하기' 고용악화 빗댄 신조어 속출
  • 곽승현
  • 승인 2009.02.0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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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의 심회되면서 취업난과 고용 불안 세태를 빗댄 유행어들이 외환위기 때처럼 다시 쏟아지고 있다.

4일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최근 대학 졸업반 학생들은 자신들을 ‘실업예정자’, ‘졸업백수’라고 부른다. 졸업과 동시에 백수 신분이 예정돼 있다는 자조적 의미다. ‘스펙(외국어·학점 등 취업 요건)’을 키우기 위해 편·입학을 거듭하며 몸값을 올리는 ‘에스컬레이터족’과 토익·취업 강좌 등을 찾아다니는 ‘강의 노마드(유목민)족’도 요즘 시대의 신조어들이다.

스펙이 지나치게 중시되면서 스펙만 좋으면 반드시 취업에 성공한다는 강박관념과 스펙이 부족해 취업에 줄곧 실패한다고 자책하며, 다른 구직자들보다 더 좋은 스펙을 얻기 위해 몰두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스펙증후군’이나 ‘스펙강박증’도 새롭게 생겨났다.

과거의 ‘고용 한파’라는 말은 고용 악화의 심각성이 더해져 ‘고용 빙하기’로 재탄생됐으며, ‘청년실업 100만 시대’, ‘100만 백수 가장 시대’는 20~30대의 현 상황을 대변한다.

청년 구직자들은 ‘88만원 세대’에서 ‘인턴 세대’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앞길이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요즘 인턴세대는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한시적 공공근로자’나 ‘단기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턴세대’로 합류하지 못할 경우 어쩔 수 없이 고시로 눈을 돌려 ‘방살이(고시나 공무원시험 준비를 위해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것)’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과 달리, 이십대에 스스로 퇴직을 선택한 ‘이퇴백’도 등장했다. 최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무원 및 공기업 등에서 ‘이퇴백’을 택한 뒤 자신만의 진로를 새롭게 설정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급한 마음에 취업부터 했다가 적성이나 근무조건이 맞지 않아 조기퇴사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륙도(50~60대에 계속 회사 다니면 도둑놈)’에서 ‘사오정(45세쯤 되면 정년퇴직)’으로, 다시 ‘삼팔선(38세에 회사에서 퇴출)’을 찍은 퇴직관련 신조어는 이제 ‘삼초땡(30대 초반에 명예퇴직)’으로 그 연령대가 점차 낮아져 직장인들의 고용불안 실태를 반영했다.

달라진 직장 생활 풍속을 반영하는 신조어들도 많다. 회식 자리에서 춤과 노래로 분위기를 띄우는 직장인은 ‘오피스 아이돌’(사무실의 우상)로 불린다.

직장에서만큼은 실제 배우자보다 더 친밀한 ‘오피스 와이프’, ‘오피스 허즈번드’를 두는 직장인들도 늘어 화제가 됐다.

반면, 구조조정으로 실직하는 가장이 늘면서 은퇴한 남편 때문에 아내의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져 신체적, 정신적 이상이 생기는 것을 일컫는 ‘은퇴 남편 증후군’(Retired Husband Syndrome)’도 등장했다.

요즘 같은 구조조정기에는 감원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자기 주요 업무 외에 또 다른 특기 또는 업무 능력인 ‘세컨드 옵션’을 갖추려는 직장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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