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아웃소싱 철회’ 고객만족? 자사 편의주의?
SK텔레콤 ‘아웃소싱 철회’ 고객만족? 자사 편의주의?
  • 부종일
  • 승인 2010.08.0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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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탈통신’ 흐름… 아웃소싱 전문화 필수적

통신업계 ‘빅3’ 고객센터, 자회사·분사추세 지속

SK텔레콤, KT, 엘지유플러스 등 통신업계를 대표기업들이 고객센터를 모두 자회사나 분사회사에 집중시키면서 대형화 되어가고 있는 반면 아웃소싱 시장은 급격히 축소됐다.

KT의 경우 13개 아웃소싱회사에 아웃소싱 하던 업무가 현재 두 곳의 자회사로 통합 운영되고 있으며 엘지유플러스의 경우도 지분관계가 있는 기업이나 분사회사에 모든 업무를 맡기고 있다.

SK텔레콤도 지난 1일 자회사 아웃소싱 결정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전국 13곳의 고객센터 및 32개 지점, 고객접점 교육센터가 합쳐지는 고객센터 운영 자회사를, 수도권을 담당하는 서울과 비수도권을 담당하는 대전에 각각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원론적인 입장에서 아웃소싱산업은 정부에서 활성화 정책을 펼 정도로 그 필요성은 이미 검증이 됐다. 아웃소싱을 발주하는 기업이 경영효율의 기회를 얻고, 아웃소싱을 수행하는 기업도 성장의 기회를 제공받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SK텔레콤의 결정으로 공급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팽배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업계 ‘빅3’는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고객상담원들 격무로 이직율 높아 ‘결정 내렸다’

SK텔레콤은 결과적으로 고객센터 상담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효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고객과 최접점에 있는 비정규직인 상담사들의 이직률이 높아 사측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점차 상담사 비중이 중요해지는 환경에서 계속 아웃소싱을 하다보니까 상담사들이 격무에 시달려 계속적으로 이직율이 높아져가는 상황도 부담이 됐다고 설명했다.

거기다 통신업계의 품질이 평준화되고 있는 여건에서 고객들이 콜센터 직원의 응대를 보고 SK텔레콤을 평가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는 시대의 분위기도 SK텔레콤의 결정을 도출하도록 압박했다는 점도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SK텔레콤 경영진은 상담사들의 고용을 보장해 주고 정직원화 시켜주면 이직율이 낮아지고 이들에 대한 관리가 되면서 시스템이 안정되기 때문에 당분간 비용이 들지만 핵심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전언이다.

SK텔레콤 김혜진 차장은 “버라이존, 보다폰, O2, NTT도코모 등 전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를 비롯해 삼성 등 대기업, 은행에서는 대부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식 상담사의 한계를 넘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2~3년 전부터 아웃소싱 할 것이냐 내재화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했다. SK텔레콤이 13년째 고객만족도 1위를 하고 있는데 회사측에서 회사 이미지와 직결되는 부분이 콜센터라고 생각을 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자고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고객만족 분위기에 동참했다는 시각도

다른 업체들은 SK텔레콤의 이번 결정에 대해 고객만족도 체감지수를 높이는 것이 시대의 대세라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SK텔레콤이 뒤늦게 합류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회사 설립 당시부터 고객서비스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고객센터 아웃소싱을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대리점 영업점 중심으로 하지 않고 직영점 위주로 영업활동을 해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고객서비스를 차별화 전략으로 삼아 외주 개념의 대리점을 확 줄이고 직영점 체제로 사업을 이끌어왔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 홍보팀 주호찬씨는 “요즘 인터넷, TV 등을 묶어서 판매하는 결합상품이 많아 직영점 체제로 가서 고객들에게 책임서비스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왜냐하면 결합상품은 고객들이 선택할 때 잘 알려줘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회사차원에서 민감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판단해 직영점 위주로 영업체질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대리점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고객 클레임을 공유하고 교육도 하지만 그래도 대리점과 직영점은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KT 역시 고객센터 전화상담업무를 집중화시켜 특화하는 한편 통합매장인 쿡앤쇼 등 고객접점 매장을 오픈해 고객만족도 향상을 위해 진작부터 노력해왔다는 입장이다.

KT 김동우 대리는 SK텔레콤의 결정에 대해 “우리는 SI(서비스 아이덴티티)지수에서도 고객만족 1위기업으로 선정돼 다른 회사가 어떻게 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자체적으로 고객만족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급사와 수수료 문제 등 갈등 없었나?

결국 SK텔레콤의 결정을 계기로 통신업계 ‘빅3’의 향후 경영전략이 고객 최접점 지점의 대고객 서비스 향상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과거 외환위기 이후 본격 시작됐던 아웃소싱 바람이 주춤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의 “과거 아웃소싱이 유행이 됐긴 했는데 해보니까 이직율 등이 높고 해서 방향을 틀었다”는 발언은 그동안 국내 아웃소싱업계의 전문성이 결여된 안일한 운영에 철퇴를 가했다는 점에서 아웃소싱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K텔레콤 등 사용사측이 아웃소싱을 없애는 것이 공급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에 신경을 안쓰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자회사를 택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마디로 사용사측이 편해지기 위해서 이런 결정을 내린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측은 “자회사가 하면 수수료 인상 등과 같은 클레임 발생율이 떨어질 것이다. 오히려 자회사가 하면 제3자에게 아웃소싱을 하는 것보다 더 투명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상담사들을 정규직화하니까 사실 비용부담을 떠안고 있다. 6,000명 가량을 정규직화하는데 사회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떻든 통신업계의 대고객 서비스 향상 분위기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아웃소싱업계로서는 전문성 확보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통신업계의 이러한 바람을 피해나갈 여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휴대폰이 단순 통화기능에서 벗어나 ‘탈통신’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전문화된 인력을 아웃소싱하는 방향으로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사실이다. 이에 대한 대비가 없다면 사용사 업계나 공급사 업계의 공멸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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