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단]경비업, 사회 안정의 공식 파트너
[교수논단]경비업, 사회 안정의 공식 파트너
  • 김연균
  • 승인 2014.11.25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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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의 민간경비산업

급속한 양적 성장 그러나 전문적 관리감독의 부재


최신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전국의 민간경비업체는 4,077개, 경비원 수는 151,741명에 이르는 등 현재 우리나라의 민간경비는 양적인 측면에서 국가경찰(총 경찰관 105,357명)을 능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가 급속히 발전하고 이에 요구되는 치안수요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나 공권력에 의한 치안서비스의 성장은 여전히 한계를 가지고 있다. 증가하는 범죄 및 시민의 안전욕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현장 가시성이 증대되어야 하나, 국가재정은 한계가 있으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맞추어볼 때 무조건적인 경찰관 수의 증대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민간경비산업의 양적인 성장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 민간경비산업의 내면을 보면, 영세업체의 난립으로 인한 경비업체의 경쟁력 약화, 전문성 제고를 위한 표준화된 교육의 부족, 낮은 보수로 인한 경비원의 높은 이직률과 자질문제 등 민간경비의 질적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또한 경찰청이 민간경비업체를 지도·감독하고 있으나, 경찰 인력부족 그리고 담당경찰관의 민간경비산업에 대한 전문적 지식결여 등으로 인해 국가적 차원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 또한 존재한다.

정리하자면,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경비산업의 비약적인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경비서비스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경비원 자격, 교육·훈련 및 경비업체에 대한 국가적 관리시스템은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도달하지 않았다고 보인다.

영국 민간경비산업 관리감독의 주체

독립된 민간경비산업위원회


반면 민간경비의 전문화가 이루어진 영국에서 민간경비산업을 규제하는 관청은 “민간경비산업위원회”(SIA: Security Industry Authority)인데, 영국의 “민간경비산업법”(Private Security Industry Act 2001)에 근거해 2003년 설립된 독립기관으로서 제반 사항에 대해 영국 내무부장관(Home Secretary)에게 보고하도록 되어 있고 내무부(Home Office)에 의해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민간경비산업위원회의 업무수행은 내무부장관의 일반적 지휘에 따를 의무가 있다. 민간경비산업위원회는 잉글랜드와 웨일즈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의 민간경비산업도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민간경비산업위원회의 두 가지 큰 기능은 민간경비산업의 “의무적 자격증” 부여(Compulsory Licensing)와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민간경비업자를 평가하는 자발적인 “인증계약자제도”(ACS: Approved Contractor Scheme)를 관리하는 것이다.

세부적인 기능으로는 민간경비산업에서의 범죄감소, 자격기준 향상, 민간경비산업법에 대한 심사 등이 있다. 이러한 민간경비산업위원회의 자발적이고도 전문적인 관리감독을 통하여, 영국의 민간경비산업은 지역사회 협력치안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공식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으며, 민간경비산업 또한 이익창출에 몰두하기 보다는 지역사회 치안활동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사회간접자본으로서의 역할도 부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영국의 민간경비제도

의무적 자격증, 인증계약자제도, 지역사회 안전인가제도


영국 민간경비제도의 운영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될 수 있다. 첫 번째, 민간경비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민간경비산업위원회”로부터, “개인허가”와 개념이 유사한 “의무적 자격증”(Compulsory Licence)을 발급받아야 한다.

의무적 자격증의 대상이 되는 민간경비산업은, 현재 현금호송(Cash & Valuables in Transit)·신변경호(Close Protection)·출입감시(Door Supervisors)·열쇠관리(Key Holding)·공공감시(Public Space Surveillance: CCTV)·일반경비(Security Guard)·차량견인 및 도난방지(Immobilisation, Restriction and Removal of Vehicles), 총 7개 업무영역으로 분류된다. 각 자격증은 (열쇠관리를 제외하고) 현장요원(Frontline) 자격증과 사무관리직(Non-frontline) 자격증으로 구분된다.

다만 올해인 2014년부터는 “민간조사”(Private Investigators) 업무가 의무적 자격증의 대상으로 포함될 예정이며, 현재 내무부(Home Office)와 민간경비산업위원회가 민간조사와 관련된 자격검증, 교육훈련 요건 및 절차 등을 공동으로 검토하고 있다.

두 번째로 자발적 “인증계약자 제도”(Approved Contractor Scheme)인데, 민간경비회사의 자율적인 규제 및 질적 향상이 그 목적이다. 앞서 말한 의무적 자격증을 발급받은 이상 기본적으로 경비업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별다른 법적규제는 없다. 다만 인증계약제도와 관련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인증계약자 지위를 확보할 수 있고 이러한 지위를 확보한 민간경비업자는 다음과 같은 시장지향적 혜택을 부가적으로 누릴 수 있다.

첫 번째, 모든 경비원은 실제 의무적 자격증을 취득해야 민간경비산업에 종사할 수 있지만, 인증을 받은 회사는 훈련요건만 충족되면, 의무적 자격증을 신청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도 경비원으로 고용하여 실제 업무를 제공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경비원 충원 등에 있어서 비인증회사보다 탄력성을 기할 수 있다. 두 번째 고객들로 하여금 인증 받은 회사를 홍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제공된다. 우선, 인증된 회사는 민간경비산업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되어 고객들이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인증될 때 민간경비산업위원회로부터 ACS 홍보책자를 받아 고객에게 홍보용으로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인증마크를 차량, 웹사이트 등 홍보용으로 부착할 수 있다.

세 번째가 지역경찰청장(Chief Constable)으로부터 승인받는 “지역사회 안전인가제도”(Community Safety Accreditation Scheme)이다. 동 제도를 통하여 인가받은 민간경비원은 승인체결 내용에 따라 “제한된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2002년 경찰개혁법”(2002 Police Reform Act)에서 시작된 영국의 지역사회 안전인가제도는 지역경찰청장이 요건 및 자격 등을 검토한 후, 인가경비원 등에게 범칙금 통고처분권·불심검문·압수권 등과 같은 보편적인 성격의 경찰권을 부분적으로 부여하는 제도이다.

동 제도를 통하여 영국의 민간경비산업은 사적 계약관계에서 기인하는 “사용자 종속성”(Auftraggebergebundenhiet)에서 벗어나, 이제는 지역사회 협력치안활동의 공식 파트너로서 범죄와 무질서 예방 그리고 반사회적 행위 근절이라는 보편적인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엄격한 심사평가 후 경찰권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을 일반 소비자에게 공개적으로 홍보할 수 있으므로, 시장지향성이라는 민간경비의 본질 역시 여전히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참고로 의무적 자격증과 인증계약자제도는 민간경비산업위원회에서 관리하나, 지역사회 안전인가제도는 관리의 주체가 지역경찰청장이다.


우리의 민간경비산업이 나갈 방향

전문화된 관리감독 시스템 & 사회안전 및 범죄예방에 대한 공적 권한 부여


세계적으로 민간경비산업은 경제발전과 비례하여 성장해 왔다. 기존의 공권력에 의한 치안서비스로는 다양한 경제주체와 국민들의 보다 질 좋은 경비서비스에 대한 욕구를 충족해주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의 민간경비업체에 의한 치안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원리에 의한 자율경쟁 하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과 가격, 그리고 고객의 수요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경비서비스의 공공재적 성격상 국가가 해당 경비업체의 자격과 서비스 질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세련된 관리시스템도 필수적이다.

영국의 민간산업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독립된 민간경비산업위원회를 두어, 민간경비 규제업무의 전문화와 품질향상 효과를 높임으로써 민간경비산업의 자율적인 발전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규정과 기준을 마련하면서도 자발적인 인증계약자 제도를 도입하여, 경비업체의 재무구조의 투명성, 양질의 경비원 충원 등을 통해 경비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간경비산업위원회에서 다양한 설문과 여론조사를 통해 민간경비서비스 제공자와 고객의 인식과 수요를 판단, 민간경비산업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가고 있다.

나아가 민간경비원은 지역사회 안전인가제도를 통하여 제한된 경찰권까지 부여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범죄통제와 사회안전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공권력인 경찰과 부분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흐름은 종래 국가가 독점해오던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관한 경찰권을, 부족한 공권력의 자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써 민간인에게 일부 위임하는 현상인 독일의 “제3의 탈경찰화”(Dritte Entpolizeilichung)와도 개념적으로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민간경비산업에 대한 국가적 규제정책이 체계화되어 있으면서도 경비업체의 자율성을 중시, 경비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민·관의 협력적 체제가 잘 구축된 영국의 민간경비제도는 우리나라에 상당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먼저 전문화·표준화된 자질검증 및 교육훈련 제도 등을 통하여 민간경비산업을 전문적으로 규제하고, 이로써 양적성장에 한계가 있는 공권력(공경비)을 실질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먼저 배양해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청원경찰 및 특수경비원에게 인정되는 무기사용권한이라는 경찰권을 넘어서 영국의 지역사회 안전인가제도처럼, 경비업법상의 시설경비·호송경비·신변경호 분야에까지 좀 더 보편적인 성격의 경찰권을 부분적으로 부여하는 제도 또한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볼만하다.

혹자는 부족한 경찰력을 보완하고 현장 가시성을 증대하기 위한 방편으로 민간경비원을 이용하는 것은 미봉책에 지나지 아니하고, 국가의 검증을 받은 경찰인력을 계속적으로 증대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물론 일정 부분 경찰력의 증원은 당연 필요하나 문제는 무제한적인 증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인원의 계속적인 증대는 오히려 경찰권의 비대화를 초래하여, “경찰국가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민간경비산업의 양적/질적인 성장은 필연적인 사회현상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전문화된 질적 성장을 바탕으로 사회안전 및 범죄예방 책임과 권한을 제한적이나마, 영국의 지역사회 안전인가제도와 유사하게, 민간경비산업과 공유해보는 것도 실질적인 치안행정을 실현하는 근본적인 방법론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제3의 탈경찰화 시대를 맞이하여 이제는 민간경비산업의 전문적인 역할과 실질적인 권한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이 이루어져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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