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키우는 ‘갑사’, 세금도둑 ‘을사’ - 대한민국 공단지역의 자화상
도둑 키우는 ‘갑사’, 세금도둑 ‘을사’ - 대한민국 공단지역의 자화상
  • 이효상 기자
  • 승인 2017.11.08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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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으로 유지되는 공단지역 비리단절 위해 근본적 대책 필요
이효상 기자
이효상 기자

 

오랜만에 취재차 안산·시흥 지역을 다녀왔다.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고 오랬동안 인연을 쌓아 온 취재원들이 많아 동향파악은 제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취재에서는 생경한 지역처럼 느껴졌다. 이유는 정부의 집중관리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무허가 인력공급 업체가 2~3배 늘었고, 비리도 더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가까이는 무허가 업체 포함하여 인력공급업체수가 500~600개 정도를 유지했었는데, 이번 취재과정에서 관련업체 종사자들에게 확인한 바로는 2000~2500개 정도로 늘어 있었다. 이렇게 급속하게 늘어난 것은 비용절감과 돈 벌이만 생각하는 몰염치한 갑사을사의 결탁이 있고, 행정력 미비로 단속이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좀 부연해서 설명해 보겠다.

첫 번째 이유는 주변 공단에 입주한 대형공장들의 부도덕성이다. 이들 소위 갑사들은 인력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직접 부담해야 할 4대보험료, 퇴직금, 장애인분담금 등 각종 인력관련 복지비용을 아웃소싱회사라 칭하는 을사에 떠 넘기는 수법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이들의 거래관계를 보면 무허가 업체인 을사는 사업자등록시 종목을 인력공급’ ‘아웃소싱’ ‘도급’ ‘제조도급’ ‘기타도급등으로 하고 영업을 하고 있다. 법적으로 인력소개 또는 근로자파견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직업소개업이나 근로자파견업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들은 허가없이 사업자등록증만 만들어 영업을 하고 있다.

사업자등록만 가지고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은 단속이 미약해서 이기도 하지만, ‘갑사의 파렴치함 때문이기도 하다. ‘갑사는 비용처리 가능한 계산서만 주고 받으면 되기 때문에 허가 받은 업체에 비해 비용이 30~40% 적게 드는 무허가 업체를 골라 계약을 한다. 허가 기업의 경우 법에서 정하고 있는 퇴직금, 연차수당, 사회보험, 장애인분담금, 사업소세, 부가세 등 모든 비용을 에누리 없이 납부해야 하지만, 무허가 업체는 그렇지 않다.

이들은 최저임금에 20~30만원만 얹어주어도 서로 계약을 하겠다고 달려드는데, 이렇게 성사된 계약은 갑사에겐 비용절감과 함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고, 무허가업체에겐 목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무허가 업체들은 근로자 임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수익으로 챙긴 후 짧게는 3~4개월, 많게는 10~11개월 후 폐업을 하고 새로운 사업자를 만들어 계약을 갱신하는 수법으로 사회보험료, 부가세 등 개인근로자와 국가에 납부해야 할 금액을 횡령하고 있다.

이렇게 2~3년을 운영하면 작게는 5~6억에서 많게는 수 십억의 몫돈이 만들어진다. 일단 몫돈이 생기면 미련없이 바닥을 뜨는데, 이들이 돈 버는 과정을 지켜본 직원이나 지인들이 또 이들과 똑같은 수법으로 새끼를 치다보니 불법 인력공급업체의 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첫째, ‘인력공급사업은 이유불문하고 정부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하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로는 무허가 인력공급업체를 사용하는 갑사를 단죄해야 한다. 예를들면, 계약한 인력공급업체가 횡령한 금액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등 징벌적 책임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소문으로 떠도는 삥뜯는비리공무원의 존재를 확인해 보고, 실재할 경우 발본색원해야 한다. 비리공무원으로 해직당하는 위험보다 불법업체에서 수금하는 금액이 월등히 많다보니 적발되는 걸 괘념(掛念)치 않는 간 큰 공무원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소문의 사실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고, 사실일 경우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위 사례가 시흥·안산지역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전국 모든 공단지역이 대동소이하다. 하루빨리 폐단을 바로잡지 않고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면, 화톳불 한 두개로 겨울을 이기겠다는 것과 같은 순진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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