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이름 속에 답(答)이 있다
[전대길의 CEO칼럼] 이름 속에 답(答)이 있다
  • 편집국
  • 승인 2018.06.1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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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이사   

유럽은 중세~근대에 이르기까지 지배 구조상 확고한 왕국이 없었다. 우리 한반도의 고구려 백제 신라처럼 확고한 위상을 가진 왕국의 권력구조가 아니었다. 중세 유럽은 국가의 위상보다는 지역, 지방의 이름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존(John)’은 영국과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쟝’이라 하고 독일에서는 ‘요한’, 동유럽에서는 ‘얀’, 스페인에서는 ‘후안’, 포르투갈에서는 ‘주앙’, 이탈리아에서는 ‘조반니’이다. 
 
모짜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는 또 다른 오페라 <돈 후안>이 아니다. 
이 오페라는 전설적인 스페인의 바람둥이 귀족인 ‘돈 후안’의 이야기인데 사람들은 똑 같은 사람(同一人)임을 잘 모른다.  

영어의 ‘월리엄(William)’은 독일에선 ‘빌헬름’, 프랑스에서는 ‘기욤’, 이탈리아에서는 ‘굴리예모’, 스페인은 ‘기예르모’다. 

영어의 ‘헨리(Henry)’는 프랑스에서는 ‘앙리’, 독일은 ‘하인리히’,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엔리케’이다. 영어의 ‘피터(Peter)’는 프랑스에서 ‘피에르’, 스페인에서는 ‘페트로’, 러시아에서는 ‘표트르’이다. 예수의 수제자(首弟子)인 ‘베드로’와 같은 사람이니 근원을 올라가면 성서가 원천이다.

또 하나의 뿌리는 로마제국의 공용어인 라틴어다.  
그러니 중세 왕족들의 이름은 ‘존, 헨리, 찰스, 윌리엄, 루이스, 에드워드, 리처드, 프레데릭‘ 등이 지역마다 조금씩 변형되었다. 

이것은 ’메디치(Medici)가문‘이나 에트로(Etro)가문’ 등 모두 ‘퍼스트 네임(First-Name)’이다. 

패밀리 네임은 할아버지, 아버지 등 조상의 직업이나 출신지명에서 유래되었다. ‘가드너(Gardener)'는 정원사이며 '테일러(Taylor)'는 양복을 만드는 양복공, '스미스(Smith)'는 대장장이, '바버(Barber)'는 이발사이며 '베이커(Baker)'는 빵 굽는 사람, ‘라이너(Rainer)'는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 사람이다. 

영어 ‘찰스(Charles)’는 프랑스의 ‘샤를’이다. 독일은 ‘카를‘, 스페인에서는 ‘카를로스’다. "위대한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민족주의를 부흥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활동했던 프랑스의 군인이자 (前)대통령인 ‘샤를 드 골(Charles De Gaulle)’은 ‘프랑스 사람 찰스’란 뜻이다. 

‘골’은 영어의 ‘갈리아’란 프랑스의 옛 이름이며 ‘De’는 영어의 ‘of’다. 영화배우 존 웨인(John Wayne...1907~1979년)의 ‘웨인(Wane)’은 ‘수레바퀴와 마차(馬車)를 만드는 사람’이란 뜻이다. 

한마디로 인명(人名)만 잘 파악해도 유럽사(Europe史)를 이해하기가 쉽다. 
예전에 중학교,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선생님께서 이런 이름 속의 의미를  기본적으로 미리 알려주고 세계사(世界史) 공부를 했으면 참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계적인 명품 핸드백과 지갑 제조업체인 ‘시몬느(Simone)’란 회사 이름은 박 은관 (주)시몬느 회장의 ‘안해 이름’이다. 

절제된 아름다움과 정교한 디테일(Detail)의 ‘공구일사(0914) 명품가방의 이름‘은 박 은관 회장이 Y대 캠퍼스에서 안해를  재회(再會)한 날짜(9월14일)를 뜻한다. 박 은관 회장의 무한(無限)한 ’안해 사랑’이 부러울 뿐이다.    

시몬느 핸드백

박 은관 회장은 어렵고 척박한 기업 환경을 극복하고 불굴(不屈)의 정신으로 세계 명품가방 시장에 우뚝 선 동기는 이태리, 프랑스, 스페인 사람들은 세계적인 명품가방을 만드는데 “왜 우리는 못 만드는가?”란 오기(傲氣)때문이었다. 

“Why not us?(우리는 왜 아닌가?)“는 박 은관 회장이 세계 명품가방 업계에 뛰어들게 한 원동력이다. 박 은관 회장은 비즈니스나 세상만사모두가 사람이 마음먹기에 달려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 준다.

미국 대통령의 골프백을 만들었으며 우리나라에서 명품 골프백을 세계시장에 수출한 ‘재이손(Jason)산업'이란 회사가 있다. 

지난 1월24일 조선일보 사설 아래에 ’이재용 회장을 석방하라!“는 광고를 내기도 했던 ‘이 영수 재이손(Jason)산업 회장’은 자신의 성(姓)인 ’이(李)‘자와 안해의 성(姓)인 ’손(孫)‘자의 앞에다 ’재물 재(財)‘자를 붙여 ’재이손(財李孫...Jason)산업’이라고 회사이름을 정했다. 

예전에 기업의 인재선발 기준 관련해서 그와 만나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필자가 본 그는 성실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기업인이다. 불의에 맞서 싸우는 그는 주요한 사안(事案)이 있을 때마다 정의구현(正義具現)을 위해 신문에 자신의 소신(所信)을 담은 광고를 싣곤 한다.   

1901년에 의약품 도매회사 직원이었던 ‘존 F 퀴니(John F. Queeny)’는 사카린을 만드는 회사를 세웠다. 그 후 세계적인 미국의 종자(種子)기업으로 성장한 ‘(주)몬산토(Monsanto)’는 GMO(유전자변형식품) 사업을 펼치다가 환경단체들로 부터 ‘나쁜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이런저런 이유로 최근 창업 107년 만에 독일 제약기업인 ‘바이엘’에 팔렸다, 그런데 몬산토(Monsanto)는 창업자인 ‘존 F 퀴니’의 ‘안해 이름’이다. 

영국 ‘토트넘 핫스퍼(Tottenham Hotspur)’ 축구팀의 ‘손 흥민 선수’가 멋진 골(Goal)들을 쉼없이 계속해서 터트리며 영국 축구팬들로부터 선풍적이고 환상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생중계되는 스포츠 TV 진행자는 물론 수많은 축구팬들은 ’Sensational'의 ’Sen'을 손흥민 선수의 성(姓)인 ‘손(Son)'으로 바꾸어 ’Sonsational~!'이라고 외친다. 영국 언론과 축구팬들이 만든 참으로 멋진 신조어다. 

이름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참 많다. 그 중에서 몇 가지 예를 든다. 

음식명을 살짝 바꾸어 큰돈을 번 이야기다. 2016년도 수능시험 보는 날에 ‘본 죽’은 ‘떨어지지 않는 죽’이란 뜻의 '불낙(不落)죽'을 2만 그릇을 불티나게 팔았다는데 원래 이름은 '매운 낙지 죽'이란다. 

그리고 중국의 대학 졸업반 학생들은 신촌의 이화여자대학교 정문에서 졸업사진을 찍는 게 유행이다. ‘배 꽃’이란 ‘이화(梨花)’는 ‘돈을 번다’는 뜻인 ‘리파(利發)’와 중국어 발음이 동일하기 때문이란다.

회사와 자동차, 그리고 골프장 이름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다. 
'LG'그룹은 주력기업인 '락희(樂喜...Lucky)'와 ‘금성(金星...Gold Star)사'의 첫 글자(Initial)를 조합해서 만든 ’Global 기업군(企業群)‘ 이름이다.

평소에 새를 좋아해서 여의도 밤섬의 새들을 트윈빌딩에서 망원경으로 탐조(探鳥)하길 좋아했던 하늘나라의 구 본무 LG그룹 회장께서 주창해서 만든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은 'LG그룹‘ 이름이다. 예전에 ‘럭키금성’ 또는 ‘럭금’이란 회사명을 쓴 적도 있다.

‘SK그룹’의 원래 사명은 ‘선경(Sunkyoung)그룹’이다. 세계인이 ‘썽크영(sunk+young)'이라고 자칫 잘 못 발음하면 ‘젊음(Young)이 가라앉는다(Sunk)’는 뜻으로 오인할 수 있어서 부득이(不得已)하게 ‘SK그룹'이라고 바꾸었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사례로 '대영(Daiyoung)자전거’란 회사는 ’젊어서 죽는다‘는 '다이영(Die Young)'이란 발음 때문에 시장에서 사라졌단다.

기아자동차 ‘카니발(Carnival)’은 미국에서 식인종(Cannibal)처럼 들려서 그 이름을 ‘세도나(Sedona)’로 바꿨다. 대형승용차 ‘케이나인(K9)’ 발음이 개(犬)란 뜻의 ‘케이나인(Canine)’과 같다는 이유로 ‘K900’으로 자동차 이름을 바꾸어 판매한단다.

두산그룹은 ‘춘천CC’를 ‘라데나CC'로 개명(改名)했다.  
호수(Lake)의 'La', 정원(Garden)의 'De', 자연(Nature)의 ’Na'를 조합해서 ’라데나(Ladena)'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코오롱그룹의 ‘우정(友汀)Hills CC’는 ‘물가의 소‘란 ’우정(友汀) 이동찬 명예회장‘의 아호(雅號)를 땄다.  

김종필 前총리가 좋아했다는 용인 ‘은화삼(은화삼(蒑花森)CC'는 ’푸른 꽃과 숲‘이란 뜻이다. 원래는 김 석원 쌍용그룹 前회장이 이 골프장 이름을 불교용어인 ’은화삼(蒑華三)‘에서 따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한일(一)+머물지(止)‘자의 ’바를 정(正)’자가 들어가는 회사이름은 잘 쓰지를 않는다. ‘한 번은 머문다, 망한다(亡)’란 생각 때문이란다. 

지구상에서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로 이름에 얽힌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인도를 수탈한 영국 동인도회사와 영국 군부의 제청에 의해 인도에 주둔하는 영국군 측량국은 실측(實測)에 의해 에베레스트 산의 실제 높이(8,848M)를 밝혀냈다. 

그런데 당시 측량국의 총책임자인 영국 관리인 ‘앤드류 와(Andrew Waugh)’는 세계 최고봉의 명산 이름을 놓고 3가지 문제에 직면한다. 

에베레스트 산

첫째, 이 산의 이름이 너무 많아서 혼란스럽고 둘째, 어느 하나를 택할 경우 주변 국가의 큰 반발이 예상되며 셋째, 만인이 부르기에 발음하기가 까다롭고 어렵다는 것이다. 그가 고민, 고민하던 끝에 찾아 낸 묘책(妙策)이다.              

인도 땅을 측량하는데 공(功)이 큰 영국인 책임자인 ‘조지 에베레스트’ 대령의 이름을 붙이기로 마음먹고 그에게 동의를 구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 최고봉의 명산(名山) 이름에 자기 이름을 붙이기에 어줍다며 거절했다. 

‘앤드류 와(Andrew Waugh)山‘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붙일 법도 하건만 그는 부하이름을 딴 ‘에베레스트 산’이란 이름을 관철(貫徹)시킨다. 이래서 세계 최고봉의 명산 이름이 ‘에베레스트(Everest)산’이 되었다. 

에베레스트山의 원래 이름은 티벳語로는 ‘초모랑마(Qomolangma)’, 림부語는 ‘차잠룽마(Chajamlungma)’, 벵갈語는 ‘데오둥가(Deodungha)’이다.  

1910~1945년 일제시대(日帝時代)에 조선인 이름을 일본식 이름으로 강제로 바꾸려는 창씨개명(創氏改名)을 단행했던 잔악무도한 일본처럼 영국도 식민통치 기간에 식민지인 인도 도시인 ‘뭄바이’를 ‘봄베이’로, ‘마다라스’를 ‘첸나이’로 그 이름을 바꾸어 버렸다. 

그러나 1947년 8월15일, 영국으로 부터 독립한 인도 정부는 빼앗겼던 옛 지명(地名)을 되찾았다. 

이름의 소중함 때문에 성명학(姓名學)이 탄생했듯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인간과 사물의 이름 속에서 우리는 그 답(答)을 찾을 수 있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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