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화이트 스페이스 (White Space)와 가치중심 물류세력
[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화이트 스페이스 (White Space)와 가치중심 물류세력
  • 편집국
  • 승인 2019.04.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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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쌓고 그 안에 안주하는 기업은 결국 그 성에 갇혀 고사
●기업은 핵심영역을 ‘파괴’하고 White Space를 ‘선점'해야 함
●일의 가치(Value)가 아니라 면허(License)로 보호받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음
●물류시장도 가치 중심의 새로운 경쟁자들이 미래 사업기회를 급속하게 잠식
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화이트 스페이스(White Space)는 경영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미지의 영역 내지는 '홀대 받는 시장 (under served market)'을 의미하는 은어다.

세계적인 전략혁신 컨설팅 그룹인 이노사이트(INNOSIGHT)의 마크 W. 존슨(Mark W. Johnson)회장은 “혁신은 왜 경계 밖에서 이루어지는가? (Seizing the white space)”에서 '화이트 스페이스'는 '기업의 현재 비즈니스 모델로 정의 되거나 해결되지 않는 잠재적 활동의 범위, 즉 기업의 핵심 밖에 있고 공략하려면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인접 시장 밖에 있는 기회들'이라고 정의했다.

미개발된 새로운 영역인 ‘White Space’는 아직까지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선점하면 새로운 성장기회가 될 수 있는 ‘블루오션(Blue Ocean)’ 영역이다.

중요한 건 ‘White Space’ 는 기업의 일반적인 활동 방식과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존재하면서 기업에 일련의 특이하지만 가끔은 난감한 도전들을 제시하는 활동들이다.

4차산업혁명시대가 가져올 미래에 기업은 핵심영역을 ‘파괴’하고 White Space를 ‘선점’함으로써 새롭게 탄생한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

소니와 노키아는 왜 후발주자인 애플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을까?

그들 또한 ‘화이트 스페이스’를 공략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돈을 벌어다 주는 ‘핵심 비즈니스’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새로운 시장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입으로는 혁신을 부르짖었지만 경계의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한 결과인 것이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항상 애플(Apple)이 다른 회사와 ‘달라야 한다’고 믿었다. 이는 곧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창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 실패하거나 머뭇거리는 기업은 성장은커녕 생존조차 보장될 수 없다. 성을 쌓고 그 안에 안주하는 기업은 결국 거기에 갇혀 고사하고 만다. 

아마존, 알리바바로 대표하는 플랫폼사업자는 온라인유통에서 오프라인 유통으로, 다시 물류, 제조, 금융, 생활서비스 등 우리생활 전반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에게 더 이상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이다.

유통시장을 보면 미국 최대의 소매기업으로 한 시대를 이끌었던 백화점들이 쇠락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카슨스(Carson’s) 백화점이 작년 4월 164년 역사를 마감했다. 126년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던 시어스(Sears)도 작년 11월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K마트, 월마트, 타깃 등 오프라인 할인점도 속수무책으로 매장 축소와 파산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생존자체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이미 미국의 소매시장은 기존의 경계 밖에 있던 아마존이 주도하는 온라인커머스로 주인이 바뀌었다.

제조시장도 IT기반의 플랫폼 기업인 FAANG(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과 BAT(Baidu, Alibaba, Tencent)가 제조의 경계 밖에서 성을 파괴하며 들이 닥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리코드(Recode)의 보도에 의하면 아마존(Amazon)은 제조기업의 지속적인 M&A를 통해 2018년 8월 기준 68개, 12월 기준 119개의 자체 브랜드제품을 출시했다고 했다. 

아마존의 자체브랜드는 주로 의류와 신발, 보석류다. 아마존은 2009년 첫 자체 브랜드를 선보인 이후 4년간 추가로 브랜드를 내놓지 않다가 2016년 여성 의류 브랜드 '라크앤드로(Lark & Ro)'와 아동 의류 브랜드 '스카우트앤드로(Scout & Ro)' 등 자체 브랜드 출시를 재개했으며 작년부터는 대거 늘렸다.

최근에는 청바지 브랜드 '헤일(Hale)'과 스웨터 콜렉션 '케이블 스티치(Cable Stitch)' 등을 출시했고, '마마 베어(Mama Bear)'브랜드를 최근 기저귀와 유아식 파우치로 확대했으며 세제로 시작한 '프레스토(Presto)'를 키친타월과 화장지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특히 아마존은 자동주문버튼 대쉬(Dash)와 음성주문 에코(Echo)를 통해 편리성을 제공하면서 아마존베이직(Amazon Basic) 상품외에는 선택 여지를 점점 좁혀 가고 있다.

서비스시장도 경계 밖에서 성을 파괴하며 들이 닥치고 있다. 

아마존페이, 알리페이등응 저비용운영체제(Low Cost Operation System)을 통해 낮은 이자 상품과 편리성을 무기로 금융서비스 시장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숙박서비스는 에어비앤비(Air BNB)로 대표되는 공유비지니스가, 우버(Uber)로 대표되는 공유 차량, 자전거공유와 공유창고, 공유오피스, 공유주방, 공유공장 등이 공유경제를 앞세워 급속히 세를 확장하고 있다.

물류시장을 보면, 페덱스, UPS 등의 물류기업은 아마존 등 과거 대형 고객의 이탈과 더불어 기존의 고객까지도 이들 플랫폼사업자에게 뺏기지 않으려 극한 경쟁을 해야 한다.

또한 전세계 물류 스타트업의 ‘워너비 페덱스(Wannabe Fedex)’는 어느 순간 전세계 물류 스타트업이 페덱스의 강력한 경쟁자로 바뀌었고, 이들 물류 스타트업의 초연결과 초융합 시대가 도래되면 기존 물류기업은 스타트업 연합군과의 힘든 전쟁을 치뤄야 할 처지에 있다.

국내 물류산업은 우리나라 대기업의 출발점이었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회장은 1936년 8월 곡물을 운송하는 운수업에서 성공을 거뒀다. 일본인이 차량 10대로 운영하던 '히노데 자동차'를 인수한 뒤 10대를 추가로 구입해 운수업을 시작했다.

여기서 나온 이익으로 김해 평야에 300만평의 토지를 소유할 정도로 많은 돈을 벌어 그룹 출발에 종자돈을 마련했다.

현대그룹의 창업자 정주영 회장은 1940년 25세 때 '아도서비스'라는 간판을 달고 자동차 수리회사를 시작했는데 개업한 지 20일만에 공장에 불이 났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3년 동안 열심히 일하여 여유가 생겼을 때 식민지 기업통제 정책이 시행되었다. 

이 일로 아도서비스를 넘긴 정주영회장은 수중에 있는 돈을 모아 1943년부터 1945년 광복 때까지 2년 동안 운수업을 하였다.

LG그룹의 창업자 구인회회장도 1941년 경남진주에 ㈜구인상회란 간판으로 시작한 사업이 운수업과 무역업이다.
한진의 조중훈 회장은 해방직후 트럭1대를 사서 ‘한진’의 상호로 운수업을 시작했다. 금호의 창업자 박인천회장은 1946년 중고택시 2대로 설립한 광주택시가 지금의 금호 아시아나 그룹의 모체이다. 모두 그룹의 시작에서 운수업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기업의 모태가 되었던 운수업은 해방 전후 제조업에 밀려 한진 외에는 주력사업에서 밀려났고, 정부의 진입규제와 요금규제 등 공익규제는 일부 면허권자와 개인사업자, 지입(위탁)운송인 등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거대한 성을 쌓아왔다. 

이런 물류기업도 이제 경계 밖에서 밀려오는 가치 중심의 경쟁자들에게 미래의 사업기회를 급속하게 잠식당하고 있다. 더 이상 일의 가치(Value)가 아니라 면허(License)로 보호받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물류의 영역을 유통기업, 쇼셜커머스기업, 배달앱 기업, 신선 새벽배달 기업, 물류스타트업 등 기존의 경계 밖에 있던 새로운 세력들이 기존 물류 기업의 성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첫째 세력은 전통적인 대형고객이었던 유통기업이다.
대형유통업체인 신세계, 롯데, GS, 현대, BGF(CU) 등은 기존의 물류인프라와 물량으로 물류를 사업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GS25의 ‘반값택배’는 기존 편의점의 물류거점과 배송망, 회수망을 이용하여 배달하면서 택배상품을 픽업하면서 그 비용을 제로화 하고 있다. 배달 역시 일반 상품의 배달차량에 같이 적재 운송하면서 추가비용을 거의 제로화하여 ‘반값택배’가 가능하다. 

다만 현재는 배달시간이 일반 택배사보다 상대적으로 길어서(4일이내) 꼭 급하게 필요하지 않은 상품의 택배의뢰에는 매력적이다.

둘째 세력은 쇼셜커머스 기업이다.
쿠팡, 위메프, 티몬, 이베이 등도 직접물류와 물류사업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쿠팡은 작년 기준 하루 주문건수가 60-70만건으로 추정되는데 신선식품 배달서비스인 로켓프레쉬 주문건수 하루 9만여건을 추가하는 경우 년간 2억개를 상회해서 우리나라 택배기업 작년 처리건수 25억건의 약 8%에 이르는 배달 건수를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이런 쇼셜커머스 기업은 언제든지 자체배달 물량을 바탕으로, 자사의 협력사, 벤더, 셀러의 배달업무를 대행하는 배달사업을 런칭할 수 있다. 이 또한 기존 물류기업은 물량 이탈과 함께 기존 고객을 두고 물량확보 경쟁을 하게되었다.

셋째 세력은 신선 새벽배달 기업이다.
마켓컬리(샛별배송), 헬로네이쳐, 쿠팡(로켓프레쉬), GS(GS Fresh) 등도 물류사업화를 확대할 전망이다. 자정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이전까지 배송하는 정확한 물류서비스를 무기로 온라인 식품 거래액을 11조원대(‘17년 기준)로 끌어 올리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그 편리성을 무기로 유아용품 등 비식품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17년말에 ‘컬리 프레시솔류션’을 론칭했다. 마켓컬리가 온라인 신선식품 유통업체로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한 샛별배송의 노하우를 집약한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단순 새벽배송 물류대행뿐 아니라 물류 전반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넷째 세력은 배달앱 기업이다.
브릉(VROONG), 배민, 요기요, 배달통, 바로고 등도 단순 음식배달을 넘어 가정 배달을 원하는 모든 상품으로 그 대상을 넓히려 하고 있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는 음식점 픽업과 배달에 이어 편의점 CU의 상품 픽업과 배달을 시행이 대표적이다.

딩똥은 단순 배달 외에 1인가구에 여성이 하기 힘든 생활서비스와 귀찮은 담배 심부름까지도 서비스하고 있다.

다섯째 세력은 마이창고로 대표되는 클라우드(Cloud)와 공유에 바탕을 둔 스타트업이다.
마이창고가 시작한 크라우드 창고(Cloud Warehouse)에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창고서비스도 물류의 경계 밖에서 고객 가치를 찾아 물류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다. 

이러한 보관서비스는 서구나 일본에서 발달된 ‘Public Warehouse’, ‘Mini Warehouse’, ‘Trunk service’를 공유와 공공 생활서비스와 결합하고 온라인 매칭 서비스로 전환시켜 새로운 보관서비스 영역을 구축할 전망이다.

기업물류에서는 ‘아마존 벤더 플랙스(Amazon Vender Flex)’처럼 고객의 유휴 보관 공간을 물류회사나 유통회사, 제조회사에서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공유창고의 개념도 확산 되면서 기존 창고업자의 영역은 상당부분 잠식될 가능성이 크다.

배달에서는 일반인이 배달에 직접 참여하는 아마존플렉스(Amazon Flex), 쿠팡플렉스(Cupang Flex) 등으로 일반화되면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위의 다섯 세력 외에도 네이버, 카카오 등 프랫폼 기업, 택시와 같은 모빌리티(Mobility) 기업, ‘삼성SD’S와 같은 대형 IT 기업, ‘아워홈’과 같은 종합식품기업뿐 아니라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를 가장 잘아는 기업이나 개인 누구나 새로운 물류 세력으로 등장 할 수 있다.

이들 새로운 물류세력들은 소비자의 가치에 기반을 둔 새로운 시각으로 물류를 ‘재정의’ ‘재해석’하여 경계의 안에 갇혀 좀처럼 발견할 수 없던 강력한 ‘고객가치 명제(CVP: Customer Value Proposition)’를 통해 혁신적으로 돈이 벌리게 만드는 화이트 스페이스를 선점함으로써 새롭게 탄생될 물류시장을 장악해 갈 것이다. 

”진정한 발견을 향한 항해는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게 목적이다.” (마르셀 푸르스트)

#화이트 스페이스 #고객가치 #물류세력 #공유경제 #공익규제

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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