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한민국 4차산업혁명 "어이가 없네!"
[취재수첩] 대한민국 4차산업혁명 "어이가 없네!"
  • 신영욱 기자
  • 승인 2019.04.29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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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규정이 신기술에는 규제로 작용하는 경우 빈번해
국내 시장에 지친 기업들 미국 실리콘밸리로 '탈출'

[아웃소싱타임스 신영욱 기자] 최근 우리나라의 4차 산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고 있자면 'e스포츠'가 생각난다. 우리나라는 e스포츠의 종주국인 동시에 실력적 측면에서도 중국, 미국, 유럽 등을 제친 세계의 선두주자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모습만 놓고 따진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이 시장의 가능성을 제일 먼저 알아보는 선구안과 장르에 대한 실력이 출중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제도와 선수 대우와 같은 복지 마련에 실패한 탓이다.

일례로 프랑스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2 대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선수가 여성가족부가 도입한 셧다운제로 인해 시간에 쫓겨 경기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해 국제적인 비웃음을 산 사고가 있다. 셧다운제는 11시부터 6시 사이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제도다. 당시 경기를 진행하던 선수는 만 15세로 셧다운 적용대상이었던 탓에 '아 맞다. 셧다운 하는데'라는 채팅과 함께 포기성 올인 공격 후 빠르게 패배를 선언한 후 게임을 종료했다. 잘못된 제도가 선수의 앞날을 막은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들이 4차 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가령 국내 한 기업이 구현 가능한 4차 산업 기술이 10이라고 한다면 제도적인 측면에서 제한이 걸려 4밖에 구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던 기술을 기준으로 제정된 규정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에게는 규제로 작용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탓에 우리나라는 다양한 분야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해외에 빼앗기고 있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국내 시장에 지친 많은 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열린 시장으로 '탈출'해버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자율주행차업체 토르드라이브가 있다. 토르드라이브는 국내 최초 도심 자율주행차량인 스누버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기술의 구현을 위한 자율주행 실험 등의 부분에서 도로교통법, 자동차 관리법 등 온갖 규제에 막혀 미국 실리콘밸리행을 택했다. 이밖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재활운동 서비스를 구현한 기업이 규제로 인해 토르드라이브와 마찬가지로 미국행을 택하는 등 혁신 아이디어 기업들의 '국내 탈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행을 택한 한 기업의 대표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규제 지옥 한국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라는 표현이 우리나라의 4차 산업에 대한 제도 대비가 얼마나 부실했는지에 대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로지 기술과 아이디어만 찾으며 정작 이를 온전히 사용하기 위한 무대의 마련은 뒷전으로 미뤄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의 여파로 최근에는 로봇 등 신산업 분야의 경쟁력이 미국, 중국보다 뒤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제도를 내놓는 등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있기는 하지만 한참 부족한 현실이다. 실제로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의 대표인 B씨는 "규제 샌드박스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의 수가 필요기업 대비 현저히 부족하다"며 현실을 꼬집은 바 있다.

4차 산업과 관련해 인재 육성, 창업 등의 지원을 위한 사업은 특정 부처를 가릴 것 없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것을 십분 활용하기 위한 제도의 보완은 현저히 부족하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만들 수 있는 인재가 아무리 많아도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제대로 쓸모 있게 활용할 수 없다면 없는 것과 진배없다. 다행히도 우리는 아직 돌이킬 수 없는 순간에 서있지는 않다. 지금부터라도 이것을 바로 잡고 가진 것들을 제대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흘러가 있는 것 없는 것 할 거 없이 모조리 빼앗길지를 아직은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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