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노무로 가는 5060세대, 4차산업시대 걸맞는 재취업서비스 필요
단순노무로 가는 5060세대, 4차산업시대 걸맞는 재취업서비스 필요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9.05.15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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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고령 구직자 선호 업종 1위 청소원, 2위 경비원
단순노무 직종, 2025년 로봇으로 90% 이상 대체 전망
전문성 확보 위한 전문 재취업서비스의 보편적 도입 필요
범국가적인 재취업 서비스 추진 및 지원도 절실
많은 5060 세대가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단순노무 업으로 몰리고 있다.
많은 5060 세대가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단순노무 업으로 몰리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평생 해온 일 외에는 할 줄 아는 일이 없어요. 먹고 살아야 하니 전공이 아닌 일이라도 시켜만 준다면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지난 5월 13일 취약계층 일자리박람회에서 만난 한 고령 구직자는 위와 같이 말하며 이력서를 작성했다.

평균수명 91세, 정년퇴직 60세 이후에도 30여 년을 더 일해야 하는 현대인들은 정년퇴직을 또 다른 인생 2막·3막의 시작이라 부른다. 고령사회인 국내에서 5060 세대의 퇴직러시가 시작됨과 동시에 중장년·시니어 일자리 창출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5060 세대들이 인생 3모작을 준비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고군분투 중이지만 부족한 중장년·노인 일자리 문제나 열악한 전직 교육 등에 부딪혀 청소·미화·경비 등 단순노무 일자리가 이들의 종착지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단순노무 일자리가 향후 몇 년 안에 로봇 등 기계로 인한 자동화시스템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돼 고령층의 인생 후반부가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

5060 세대는 쇠약해진 자신의 몸과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혈기왕성한 청년 세대들을 넘어 이제 로봇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돌입했다.

그들의 성공적인 이직과 재취업을 지원할 수 있는 재취업(전직) 지원 서비스가 절실한 시점이다.

2019년도 4월 노동시장 주요 특징에 따르면 60대 이상 구직자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55만 명을 넘어섰다.(그래픽=아웃소싱타임스)
2019년도 4월 노동시장 주요 특징에 따르면 60대 이상 구직자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55만 명을 넘어섰다.(그래픽=아웃소싱타임스)

■60대 이상 구직자 증가.. 단순노무 업무에 편중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2일 워크넷에 5년간 등록된 구직자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전체 구직자 중 60세 이상 구직자 비중은 12.8%에 불과했으나 5년 사이 16.6%로 증가했다.

또 다른 자료에서도 고용시장에 뛰어든 60대의 증가가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5월 14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4월 노동시장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60대 이상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올해 4월 기준 155만 9000명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연도인 2018년도 4월 기준 135만 2000명이었던 숫자가 1년 사이 20만 명 이상 증가한 셈이다. 2017년도 4월에는 122만 3000명 수준이었던 60세 이상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2년 사이 155만 명으로 몸집을 부풀리며 그 숫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두 자료의 결과 모두 정년퇴직 이후에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고령자의 증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안타까운 것은 60대 정년에 접어든 대부분의 이들이 자신들의 기존 직업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한 채 별다른 선택권 없이 단순노무 업종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워크넷을 분석한 자료 결과, 60대 이상 고령층 구직자가 희망하는 직종 분포 순위 1위는 2014년과 2018년 모두 '청소원'이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청소원 다음으로는 경비원, 간병인, 서비스업 단순노무업 등이 뒤를 이었는데, 이와 같은 결과는 적절한 교육 없이 은퇴를 맞이한 이들이 적응할 수 있는 직업군이 부족한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시니어 일자리 부족과 재취업(전직) 교육 부재 문제로 고령 구직자들은 접근하기 쉬운 단순노무 업무에 편중되고 있다.

지난 5월 13일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박람회에서 많은 고령 구직자들이 경비업, 호텔 관리 청소업, 미화 업무를 찾는 부스에 몰린 것은 이에 대한 반증이다.

한 구직자가 일자리박람회에서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고 있는 모습.
한 구직자가 일자리박람회에서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고 있는 모습.

■로봇 대체 가능성 높은 '단순노무', 5060 미래 밝지 않다.
인생 3모작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로 뛰어들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현실이다. 많은 은퇴 구직자들이 찾는 단순노무 업무는 다가올 미래에 로봇과 자동화로 인해 가장 먼저 대체될 분야로 꼽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와 로봇은 일상 전선을 곳곳이 파고들었고 이러한 영향이 가장 빠르게 미칠 것으로 예측되는 분야가 바로 단순노무 업무다.

많은 이들이 로봇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신기술은 일자리를 '대체'가 아니라 '전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전환 과정에서 발생되는 신규 일자리는 신기술과 관련된 업과 전문성이 중요시되는 업무이고 단순노무와 관련된 일자리는 소멸 위기에 놓여있다고 전망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기술 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에 따르면 단순노무직종 중 다가올 2025년 로봇으로 대체될 위험에 놓인 비율은 무려 90.1%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노무 직업 10개 중 9개의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 이미 전 세계적으로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716만 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년이라는 나이 한계와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젊은 근로자들에게 밀린 5060 세대들이 단순노무 업을 새로운 터전으로 삼았으나, 당장의 일자리 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판국이다.

국내 로봇 제조기업인 퓨처로봇이 선보인 경비 로봇 네오(퓨로-P)를 보면 이와 같은 일을 먼 미래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국토교통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에서 국내 최초로 활용되고 있는 퓨처로봇의 경비로봇  '네오'
국토교통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에서 국내 최초로 활용되고 있는 퓨처로봇의 경비로봇 '네오'

퓨처로봇은 국내 최초로 철도경찰 로봇 네오(퓨로-P)를 선보였는데, 네오는 정찰·순찰 업무를 담당하며 치안 활동이 가능한 경비 로봇이다. 네오와 같은 단순노무 업을 대신할 로봇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나 야간수당 등의 영향 없이 24시간 업무가 가능하다.

가정 내 상용화가 안착된 로봇 청소기의 경우도 서비스용 로봇에서 산업용 로봇으로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비용 절감과 안정성, 인권 문제나 정년의 위험이 없는 로봇의 확산은 5060 세대에게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물론 고가의 로봇이 소형 아파트·빌딩에 보급화된 현실은 당장의 문제는 아니다. 법적 규제나 기반 비용 등의 문제로 상용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빠르던 늦던 로봇으로 인한 단순노무 업의 일자리 감소는 너무나 쉽게 예견 가능한 미래다. 5060 세대가 단순노무 업이 아니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재취업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모든 고령 구직자에게 재취업 지원 서비스 제공 필요
베이비붐 세대인 5060 세대의 대규모 퇴직이 진행되고 있고, 그들 대부분이 단순노무 업무로 몰리며 고용시장은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마저도 미래에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은퇴세대·고령 구직자들이 단순노무 업 외에도 다양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재취업 지원이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도 지난 4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법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통해 비자발적 퇴직자 50세 이상 중장년에게 새로운 제 2 인생을 준비할 법적 제도 마련에 나섰다.

근로자 대상 재취업(전직) 지원 서비스 제공을 기업에 의무화하며 퇴직 전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전국 16개 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와 17개 산업별 인적자원개발위원회를 통해 전직지원 교육 훈련을 강화하고 공동 훈련센터 조성과 일학습병행 지원을 확대하기로 밝혔다.

노사발전재단에서 제공하고 있는 중장년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
노사발전재단에서 제공하고 있는 중장년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

정부의 법률 개정의 취지는 합당하다. 그러나 당장 시행 1년여를 앞둔 국내 재취업(전직) 지원 서비스 법안이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손봐야 할 점이 많다는 아쉬움이 따른다.

가장 쉽게 발견되는 문제는 전체 은퇴세대를 위한 대책이 돼야 할 재취업(전직) 지원 서비스 제공 의무화가 기업 규모에 따라 또는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원 대상자 규모를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의 사업장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예정으로  '정년퇴직자의 재고용 지원'과 '정년 연장에 대한 지원'등에 근거해 매년 1만 5778명을 지원할 예정이다.

고용보험통계 데이터 기반에 따른 1000명 이상 기업에서 비자발적 퇴직자 발생 숫자는 2017년 기준 7만 명을 넘어선다. 연령대별 비자발적 퇴사자 비율을 계산해 역으로 추산할 경우 7만 명 중 50대 이상 근로자는 약 6만 명 수준이 된다. 약 25%만이 혜택을 받게 되는 것.

또 재취업서비스와 관련된 의무가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의 기업으로만 국한돼 중견·중소기업, 영세기업에서 재직하던 5060세대는 적합한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비자발적 퇴사와 고령 근로자의 정년 은퇴는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발생한다. 이들은 모두 미래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차별 없이 적합한 재취업 서비스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온 5060 세대가 노화와 신기술의 확산에 도태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이고 범국가적인 재취업 서비스 추진 및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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