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물류가 멈추면 생활이 멈출까?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물류가 멈추면 생활이 멈출까?
  • 편집국
  • 승인 2019.05.2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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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물류는 택배, 퀵서비스, 배달앱, 트렁크룸, 새벽배송, 정기배송으로 확대
● 스타트업들이 가세하면서 물류는 우리 생활을 완전 장악.
● 생활 전반에 깊숙이 침투한 물류가 멈추면 의식주(衣食住) 전반에 걸쳐 생활도 멈춤
● ‘(가칭)생활물류서비스법’은 이해관계자보다 국민(이용자) 중심의 법 제정 필요
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2008년 5월 10일 부산역광장의 총궐기대회로 시작하여 6월 13일부터 7일간 계속된 화물연대의 파업 구호다. 이 구호는 우리 국민 전부가 ‘물류’라는 단어를 알게 된 계기가 됐다.

당시 전체화물차운전자(43만7510명) 중 화물연대 조합원은 1만 4000명으로 3.2% 수준에 불과했지만 비조합원까지 파업에 동참하면서 파업참가율이 71.8%에 달하고 7일간 계속됐다. 73억불에 달하는 수출입화물 수송 차질이 발생하는 등 산업 전반에 물류대란의 영향은 매우 컸다.

작년 4월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일부 아파트에서 주민 측이 택배 차량 지상 운행을 통제했고, 이에 택배 기사들이 배송을 거부하면서 택배 대란이 일어났다.

지상에 주차장이 없는 해당 아파트는 소방차, 경찰차, 택배 차량 등 용무가 있는 차량에 한해 단지 내 진입을 허용해 왔다. 하지만 작년 2월 후진하던 택배 차량에 어린이가 치일 뻔한 사건이 발생한 후 주민들은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을 허용하지 않고 대신 진입로 높이가 낮아 일반 택배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지하주차장으로 택배를 배달해 달라고 요구했다.

택배기사들이 아파트입구에 택배차량을 세우고 물품을 카트를 이용해 입구에서 먼 동까지 운반하는 방식에 불만을 품은 택배 기사들이 아파트 단지 입구에 택배 물품을 쌓아두기 시작하면서 배달 못한 택배물품이 입구에 가득 쌓이는 택배 대란이 일어났다. 

집안에서 편하게 상품을 받아왔던 주민들은 아파트 입구에서 택배물품을 찾아 직접 가져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물류는 이미 우리 생활(衣食住)전반에 깊숙이 들어 왔다.

2019년 현재, 물류는 제조와 유통, 수출입과 내수뿐 아니라 우리 생활전반에 깊숙이 들어 왔다.
금융 등 순수 서비스업을 제외하면 모든 소비재는 생산자로부터 운송, 보관, 가공, 하역, 포장, 정보의 물류활동을 통해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1차 산업에서는 농산품은 일부 가공 작업만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지만, 자동차와 같은 장치산업은 25,000여개의 부품이 1차 가공, 2차 가공, 조립 공정을 통해 최종 생산하는 복잡한 과정의 공급사슬(Supply chain)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상품 구매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우리 일상생활 즉 의식주(衣食住)속에서 물류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을 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7년(91조3000억원)보다 22.6% 증가한 11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소매 판매(소비)에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18.5%로, 전년보다 2.3%포인트 확대됐다.

앞으로도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와 ICT의 발달, 5G의 등장에 힘입어 온라인 쇼핑 이용자 수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온라인 쇼핑의 증가는 물류의 흐름도 기존의 공장-도매상(대리점)-소매점- 소비자의 싱글채널(Single channel)에 더하여, 공장-대형유통점-소비자, 공장-(온라인유통점)-소비자의 다채널에 기반을 둔 멀티채널(Multi channel), 옵니채널(Omni channel)에 대응하는 물류시스템 구축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주문하면 다음 날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익일배송’은 온라인 쇼핑몰회사에겐 이미 ‘기본 서비스’가 됐다. 오프라인 슈퍼, 백화점 등은 익일 배송이 아닌 당일 배송으로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당일배송은 배달앱을 중심으로, 편의점등 오프라인에서 즉시 상품을 공급받는 업체는 일반화될 전망이다. 심지어 홈쇼핑 업체들도 온라인 숍에서 일부 제품을 당일배송하고 있을 정도다.

이제 고객 맞춤형 소량 다품종에 대응하는 ‘풀필먼트(Fulfillment)’와 ‘적시배송’은 유통기업들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무기가 되었고, 물류전쟁으로 표현될 만큼 치열한 양상을 띠고 있다.

◆생활물류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우리에겐 ‘생활물류’라는 용어는 생소하지만, 신문, 우유, 녹즙, 야쿠르트 배달 등 정기배달(구독)서비스와 중국집, 분식집 등의 음식배달, 세탁소의 세탁옷 배달, 백화점과 동네슈퍼마켓의 생필품배달, 구매대행사의 구매배송, 포장이사, 이사화물 컨테이너 보관서비스, 가전제품과 가구의 배달, 설치와 회수서비스 등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생활물류와 접해왔다.

우리나라의 생활물류 역사를 살펴보면, 멀리는 1884년 시작된 우편서비스와 1904년 철도소화물서비스를 들 수 있다. 1962년에는 노선(정기)화물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우편소포, 철도소화물, 정기화물서비스는 시골 부모님이 도시의 자녀에게 쌀, 곡식, 장류, 농산물 등을 보내는 생활 물류의 주된 수단이었다.

1995년 ‘한국고속서비스’는 고속버스 짐칸에 편법으로 보내지던 화물을 문전배달(Door to door)서비스로 사업화 했고, 1987년부터는 ‘동서배송운수’, ‘한국특송’, ‘삼영특송’과 ‘제트라인’이 미국의 ‘UPS’와 일본의 ‘야마도운수’를 벤치마킹해 특송(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1991년 12월에는 한진이 ‘파발마’ 브랜드로 소화물일관수송업 1호 면허를 취득했고 대한통운, 현대택배(현 롯데택배)가 각각 93년과 94년에 잇따라 택배사업에 진출하면서 경쟁체제로 바뀌었다.

전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16개 택배회사의 2018년 취급물량은 25.4억개로 국민1인당 50개를 넘어 성인기준 1주일에 2건의 상품을 택배로 받고 있다. 

이 물량은 쿠팡 등 쇼셜의 직배송,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마켓커리 등의 새벽배송 직배물량을 제외한 물량으로 이를 포함할 경우 우리 의식주(衣食住)는 물류서비스와 더욱 뗄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스타트업(Startup)들이 가세하면서 물류서비스는 우리 생활 속에 더욱 가까이 왔다.

의(衣)에 관련된 생활물류서비스는 ‘크린바스켓’,‘ 런드리고’, ‘세탁특공대’ ‘청춘세탁’ 등 스타트업은 앱을 통해 세탁물을 수거에서 배달까지 한번에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로젝트 앤(Project Anne)’, 크로젯세어(Colzet share)’, ‘뿌나다(BBUNADA)’ 딜리셔츠(Delishirt), 메히삭(Mehysox) 등은 간편하게 원하는 날짜와 특정기간 동안 다양한 옷에서 양말까지를 렌탈과 반납을 할 수 있게한, 의류공유(렌탈)과 정기배송서비스를 제공한다.

식(食)에 관련된 생활물류서비스 중 음식배달은 ‘배달의 민족’, ‘배달통’, ‘요기요’등 배달앱을 통해 과거 중국음식점, 치킨, 분식을 넘어 고급요리까지 원하는 장소에서 배달을 통해 즐길 수 있다.

2015년 마켓컬리와 헬로네이처 등이 첫 선을 보인 새벽배송은 주부들을 장보기에서 해방시키며 큰 호응을 얻자 기존의 유통업체 이마트, 동원(밴드프레시)와 쿠팡(로켓프레쉬) 등이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정기 배송 서비스는 기존의 야쿠르트, 우유와 녹즙을 넘어 각종 HMR, 샐러드, 반찬, 식재료 등으로 상품군이 확대되었다.

‘프레시코드’, ‘샐그램’, ‘트루라이프’ 등이 샐러드, ‘건강한형제’이 과일, ‘청아라’가 울릉도 생수, ‘매일의 아침’가 갓 도정한 쌀, ‘마더세프’가 이유식 등의 정기 배송 서비스로 사업화시켜고 시장을 확대하면서 적시의 물류서비스는 필수적인 서비스가 되었다.

주(住)에 관련된 생활물류서비스는 포장이사, 가전제품과 가구 등의 배달, 설치와 회수 서비스와 이사화물 임시보관서비스 등의 기존 서비스와 함께 트렁크룸(Trunk room) 서비스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트렁크룸은 호텔에서는 큰 가방이나 짐을 넣는 장기체류자의 수하물을 보관하는 방을 의미하고, 패션에서는 모피코트 등의 제품 및 기타 고급 잡화품을 보관하기 위한 영업창고를 의미했다.

Z세대들은 자신의 사생활은 지켜지고 존중 받아지는 공간을 선호한다. 집이 복잡하게 싫거나 혼자만의 취미가 늘어나는 요즘 추세에 맞춰 작은 공간에 세련되게 보관해 주는 서비스인 트렁크 룸은 자기 집 창고처럼 다양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트렁크룸은 늘어난 가정/생활용품을 보관하기 위해 주거 면적을 늘리는 것 보다는 훨씬 관리하기도 편하고 비용도 절감되어 가성비도 좋다.

가족끼리도 사생활을 중시하는 Z세대 특유의 생활 습관까지 겹치면 24시간 편의점처럼 도심 트렁크룸도 새로운 생활 편의시설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2의 집처럼 활용해요" 일본 '트렁크 룸' 인기/MBC 17.1. 20).
우리나라에서는 마타주 , 알파박스, 큐스토리, 그린박스 등의 업체가 서비스를 사업화했다.

◆만약 생활물류가 중단된다면? 

택배서비스가 없다면, 작년 25.4억개가 넘는 택배가 불가능해 온라인 쇼핑 자체가 중단되고 퀵서비스가 없다면 중국집, 분식점, 패스트푸드의 음식배달은 중단될 것이다. 

또한 쿠팡 등 쇼셜의 직배송 서비스도, 배달의 민족 등 배달앱의 배달대행서비스도, 마켓커리 등의 새벽배송서비스도 불가능해져 우리 의식주(衣食住) 전반에 걸친 생활은 엉망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생활물류는 법적 근거가 없다.
택배는 1991년 ‘소화물일관수송업’으로 제도권에 들어왔지만, 1997년 기업 활동 규제완화를 목적으로 업종구분을 폐지하고, 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의 기준을 충족하면 누구나 택배사업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한 바 있다. 

‘늘찬배달’로 명명된 퀵서비스, 배달대행 등 이륜차배송은 법적 근거가 없어 서비스의 내용, 요금산정, 법적 의무, 약관 등이 정립되지 안된 무법상태에서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다행스럽게 국토교통부는 올해 3월 업무보고에서 전자상거래와 ICT의 발전, O2O 활성화에 따른 국내 택배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생활 변화를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해  ‘(가칭)생활 물류 서비스법 제정안’ 발의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신규 증차, 투자지원 등을 통해 택배와 그간 제도권 밖에 있던 늘찬배달업(퀵서비스, 배달대행 등 이륜차물류 영역)을 법의 테두리 안에 넣기 위해 ‘이륜차배송업’이라는 업종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생활물류 산업의 발전과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신설될 필요는 분명하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별도의 법 제정을 지지하는 찬성파와, 현행법 제도 내에서 관리 가능하기에 법의 보완·조치해야 한다는 반대파의 토론이 있었다. 

생활물류는 법적 근거가 없이 우리생활 속 깊이 들어와 시장규모가 커지고, 사업자와 종사자들이 늘어난 상태이다. 새로운 법 제정은 사업자와 종사자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생활물류 산업발전의 기초를 세우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국민이 생활물류의 이용자라는 측면에서 이해관계자 보다는 국민(이용자)에게 진정 필요하고, 소비자 권리가 보호되고, 편리하고, 저렴하며, 적시에 제공되는 생활물류 서비스를 위한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생활물류 #택배, #퀵서비스, #배달앱, #트렁크룸, #새벽배송, #정기배송 #생활물류서비스법

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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