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일자리 늘었다더니 양질 일자리는 외려 감소
[분석] 일자리 늘었다더니 양질 일자리는 외려 감소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9.07.05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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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일자리 기준 주36시간 환산 취업자수, 20만 7천명 감소
30~40대 핵심연령층 환산 취업자수 52만 7천명 감소
한경연, '근로시간을 고려한 취업자 수 분석' 발표
양질의 일자리라 할 수 있는 36시간 이상 일자리는 줄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단기 일자리 등 질 나쁜 일자리 창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채용박람회 모습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최근 정부는 각종 일자리 관련 지표가 호전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양질의 일자리만 놓고 보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보여주기식 행정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했다. 

풀타임 근로자를 가늠하는 기준인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를 들여다봤더니 취업자 수는 2019년 2488만 4천명으로 2017년 2509만 1천명에 비해 무려 20만 7천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 공표되는 취업자 수가 같은 기간 2699만 2천명에서 2732만 2천명으로 33만명 증가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사정이 이런대도 정부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며 생색을 내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은 결과는 한국경제연구원이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에게 의뢰한 '근로시간을 고려한 취업자 수 분석' 발표를 통해 알려졌다. 연구용역을 진행한 박기성 교수는 “근로시간을 고려한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 기준 취업자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면서 “단기 일자리 촉진,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영향으로 인해 주 36시간 이상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가 단시간 근로로 대체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박교수의 말처럼 이 기간 늘어난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36시간 미만인 질 나쁜 일자리들이 주를 이룬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규제를 피하기 위한 일자리 쪼개기도 난무하고 있어 고용의 질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더 커진다. 최근 일자리수 증가를 이끌고 있는 60대 이상은 같은 기간 취업자가 59만 4000명 증가했으나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 기준 환산 취업자수는 36만 3000명 증가에 그쳤다. 양질의 일자리에 투입되는 대신 세금이 투입되는 단기 일자리 취업이 많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 불러온 폐단이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지난 4일 기획재정부는 2022년까지 노인 일자리를 80만개 제공한다는 목표를 1년 앞당겨 2021년 조기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하반기에 노인 일자리 3만개를 추가 지원하기로 함으로써 올해 노인 일자리만 61만개 더 늘릴 방침이다.

고령화 사회 현상 심화에 따른 노인 일자리 창출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얼마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좋은 일자리를 만드냐가 사태 해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노인 일자리 창출이 단순한 숫자 늘리기가 아닌 사회안전망 강화 차원의 이해를 구하고 있으나 이같은 식의 고용 대책이 한계가 있음은 너무도 자명하다. 단순히 고용지표에 매달리기보다는 청년층과 30~40대 등 핵심 노동 계층에 대한 점검이 더 시급한 상황임에도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20대 이하에서는 취업자가 4만 8000명 감소했으나 주 36시간 이상 환산 취업자 수는 10만 8000명이 줄었다. 30~40대의 경우는 취업자수는 37만명이 감소한 반면, 환산 취업자수는 52만 7000명이나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을 정도로 이 연령대들이 느끼는 고용 체감률은 최악에 가깝다.

박 교수는 “취업자 수가 고용 상황을 파악하는 주요 지표가 될 수는 있으나 근로시간 등 일자리의 질과 관련된 지표들도 고려돼야 한다”며 “정부의 고용동향 발표에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 기준 환산 취업자수' 등의 보조지표가 함께 제공된다면 일자리 정책을 질적으로 평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기 공공일자리, 임시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36시간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좀 더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자료제공 한경연
연령대별 취업자 및 환산취업자 현황. 자료제공 한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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