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웃소싱 기업 속사정 무시하는 장애인고용부담금 개선해야 
[단독] 아웃소싱 기업 속사정 무시하는 장애인고용부담금 개선해야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01.06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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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및 일반기업과 동일한 잣대 들이대기는 애당초 무리
인원수만으로 일괄 적용, 아웃소싱 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어
장애인고용장려금 지급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회피
장애인 고용을 독려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장애인고용부담금이 아웃소싱 기업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공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지난해 12월 17일,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고용의무 이행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459개 기관 및 기업의 명단을 공표했다. 국가 및 공공기관부터 일반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관들이 망라되어 있는 것. 

이 명단에 등재된 기관은 어쩔 수 없이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이 비난의 근거다. 

반갑지 않게도 이 명단에는 몇몇 아웃소싱 기업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이 제도 자체가 아웃소싱 산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이기 때문이다.  

인력공급을 주업으로 삼는 만큼 아웃소싱 기업들은 근로자 수만큼은 어느 기업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매출의 대부분을 근로자 급여로 지출하는 상황에서 갈수록 악화되는 수익성에 신음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상황이 이런대도 그저 인원수만으로 일괄 적용해 장애인 고용을 강제하고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아웃소싱 산업을 접으라는 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수익구조 자체가 일반기업과 전혀 다른 아웃소싱 기업에 일반적인 기업이나 공공기관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민다는 것이 애당초 어불성설인 것. 업계에서도 수년째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개선될 기미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국내 아웃소싱 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이면에는 이런 식의 불성실한 탁상공론들이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선진국의 아웃소싱 산업이 활황을 띠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이런 정책들이 얼마나 무가치한지를 깨닫게 되지 않을까.

■ 사용사 눈치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을의 비애
아웃소싱 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주저하는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다. 사용사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을의 비애가 그것. 고객사에 장애인 고용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상황이 이러니 지키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형편이다.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는 것뿐이다. 문제는 그 비용이 경우에 따라서는 억대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수익 구조 속에서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 자체가 힘겹게 느껴진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수년째 부과받은 아웃소싱 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장애인고용부담금 제정 이유로 보다 더 많은 기업과 기관이 장애인을 고용할 것을 독려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정작 이를 부담해야 하는 기업, 특히 아웃소싱 기업들은 고용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부담금 징수를 위해 만들어 놓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진정한 장애인 고용을 원한다면 아웃소싱기업과 사용사의 장애인 고용이 일원화돼야 한다. 즉, 장애인을 고용하면 해당 사업장의 도급기업과 사용기업이 모두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장애인 고용이 가능해진다”며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몇몇 아웃소싱 기업들이 장애인고용부담금의 부조리함을 토로하는 형편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더 많은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10년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유플러스를 설립하고 장애인 고용창출에 모범을 보인 스탭스처럼 직접적인 채용 확대에 나선 기업이 있는가 하면 한국복지대학교와 장애인 고용창출에 관한  MOU를 체결하고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고용 활성화를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한 제니엘의 사례가 그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아웃소싱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 창출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현 정책의 정당성을 지지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나온 자발적 행위일 뿐, 본질적으로 현행 장애인고용부담금은 아웃소싱 기업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부담금 부과는 엄격, 장애인고용장려금 지급은 인색
업계로서도 할 말은 많다. 부담금을 부과할 때는 칼 같은 정부지만 정작 장애인고용장려금 지급엔 인색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닌 탓이다.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일 수 없는 속사정이 바로 이것이다.

지난해 한국철도공사와 청소용역계약을 체결한 A사는 공단에 2018년도분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신청했다. 장애인고용장려금은 사업주가 법정 의무고용인원을 초과해 고용한 장애인 근로자 수에 따라 공단이 지급하는 지원금으로, 최저임금 미만을 지급받은 장애인 근로자는 대상에서 뺀다. 이때 월급제 장애인 근로자의 경우 지급된 임금을 '1개월 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누고 시간급으로 환산해 법정 최저임금과 비교한다.

공단은 A사에 대한 장려금을 환산할 때 2019년 개정된 최저임금법을 적용해 유급주휴시간을 포함한 뒤 "장애인 근로자 3명이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받았다"면서 장려금 지급을 거부했다.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최저임금 지급 여부의 기준이 되는 '1개월 소정근로시간'을 산정할 때 유급주휴시간을 합산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A사는 공단의 장려금 지급거부 처분이 위법·부당하다며 지난해 6월 중앙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그 결과가 1월 6일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A사에 대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18년도분 장애인고용장려금 지급거부' 처분은 잘못이라고 결정했다고 밝힌 것. 

결국 제대로 지급해야 할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이다. 이런 사례가 적지 않지만 그간 아웃소싱 기업들은 이에 항의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고용처럼 민감한 부분은 을일 수밖에 없는 아웃소싱 기업으로서는 쉽게 건드리기 힘든 부분이다.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낼지언정 고객사에 강력히 요구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고객사와 아웃소싱 기업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여겨지지만 결국 정책적 판단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답은 명확하다. 정책의 미비점이 보완되지 않은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아웃소싱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은 결국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 좀 더 많은 아웃소싱기업들의 장애인 고용 창출을 유도하려면 근본적으로 현실에 부합하는 제도와 지원책이 반드시 보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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